종교가 된 사적인 고민들

마르흐레이트 데 헤이브 지음 / 원더박스

한국은 다종교사회다. 불교, 가톨릭, 개신교, 원불교 외에 민족종교가 있고, 최근 결혼이주여성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슬람교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종교는 행복과 평화를 추구하는 인간들의 믿음이지만, 때로는 분쟁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까지도 종교간 분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중동의 모습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특정종교의 과도한 선교행위가 문제가 되면서, 종교간 갈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내 종교, 내 신앙만 옳고 다른 사람의 믿음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종교분쟁의 불씨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종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21세기 현대 사회인이 갖춰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등

세계 5대 종교이야기 다뤄

딱딱할 수 있는 역사ㆍ교리

만화로 흥미롭고 쉽게 설명

이 책이 주목되는 건 세계 여러 사람이 믿고 따르는 종교를 만화로 알기 쉽게 해설한 것은 물론 특정 종교에 치우침 없이 소개한 까닭이다. 저자의 특이한 이력도 한 몫 한다. 그는 네덜란드 개혁교회 목사인 부모 밑에서 자라 암스테르담대학에서 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철저한 기독교적인 환경 속에서 자랐지만, 네덜란드의 개방성과 자유로운 성장배경에서 그는 더 이상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한 때는 자신을 불교신자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다만 자라는 동안 자신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기독교의 문화유산을 물려받았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이는 1700년 불교문화유산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인들의 정서에 불교문화유산이 내재돼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종교 떠나 올바른 믿음이란

“탐색하고 발견하고 포용하고…

인생에 깊이 참여하는 것”

저자는 책에서 불교,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 힌두교 등 세계 5대 종교의 역사와 배경, 교리 등을 설명한다. 자칫 엄숙하고 딱딱한 종교이야기를 부드러운 만화적 터치로 그렸다. 무신론자와 근본주의자의 입장, 올바른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다루고 있다.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5대 종교를 비교분석한 것 또한 흥미롭다. 교리와 역사, 현대의 관행 등 세 가지로 나뉘어 점수를 매긴 끝에 1위는 7.7점의 불교가 차지했고, 2위는 7.3점의 유대교다.

“종교는 여성의 사교적 사회적 역할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많이 쓰이는데 가부장적 문화 안에서 종교가 제대로 확립되면 여성을 복종시키기 위한 규칙과 율법이 만들어졌다”며 “반면 불교는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영적인 발전만 목표로 삼는다”고 설명했다.

올바른 믿음에 대해서는 “인생에 깊이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에 대해 무조건 수용하기를 거부하고 탐색하고 발견하고 포용하고 의문을 갖고 또 거부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저자는 “종교(religion)은 라틴어 동사 ‘religare’에서 파생된 단어로, 종교적이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는 자기 자신을 넘어선 무언가와 연결되기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진정한 종교는 우리를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결합시켜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종교이야기를 부드러운 만화적 터치로 보기좋게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원더박스

[불교신문3050호/2014년10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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