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이운 기원법회 후 서명운동 돌입

10월24일 법회에서 봉은사 사부대중은 창경궁 소재 고려 오층석탑의 봉은사 이운을 기원했다.
“봉은사 불자들은 창경궁에 방치된 고려 석탑을 봉은사로 이운하길 기원하는 법회를 시작으로 불자들이 스스로 앞장서서 우리의 성보(聖寶)를 수호하고 계승 발전하겠다는 서원을 삼가 부처님 전에 합장 발원합니다.” 지난 24일 정오 서울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성보지킴이 발원 및 창경궁 소재 고려 석탑 이운 기원법회’ 참가 사부대중은 이같이 서원했다.

윤9월 초하루법회에 이어 열린 이날 법회는 1915년 9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조선물산공진회’행사를 위해 징발된 뒤 원 소장처에 대한 기록은커녕 표지판 조차 없이 창경궁에 100년 남짓 방치돼 온 고려 중엽 오층석탑을 부처님 도량으로 이운해 오길 기원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중한 성보를 불자 스스로가 앞장서 지켜 나가겠다고 서원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조선총독부가 징발한 뒤 100년 남짓 창경궁에 방치돼 온 고려 오층석탑 모습.
봉은사는 오는 2015년 5월2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고려석탑을 창경궁에서 봉은사로 이운해 오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뒤 주지 원학스님을 추진위원장으로 한 ‘창경궁 소재 고려석탑 이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봉은사는 원 소장처가 밝혀질 때까지라도 조선왕조 궁궐인 창경궁에 표지판 조차 없이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서울 도심 대표사찰인 봉은사로 이운해 성보로서 봉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공문을 통해 “지난 2013년 정밀 실측 조사를 통해서도 원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창경궁 내에 존속하고 있다”며 “향후 원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정한 위치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봉은사로의 이운계획에 대해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봉은사는 이날 법회를 시작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고려 오층석탑 이운을 비롯해 문화재 지킴이로서 앞장설 것을 서원했다.

봉은사 주지 원학스님이 창경궁 소재 고려 오층석탑 사진을 설명하며 이운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봉은사 주지 원학스님은 “불자들의 간절한 발원과 미래에 대한 서원이 담긴 성보가 불행한 역사 때문에 방치돼 있다면 이를 바로 잡을 책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불자들의 몫”이라며 “석탑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가람에 있어야지, 사찰을 떠난 석탑은 돌무덤에 불과한 만큼 천년고찰로서 굳건히 법맥을 계승발전해 온 봉은사로 이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원학스님은 이어 “억불숭유정책을 편 조선왕조의 궁궐에 석탑을 100년 가까이 방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 소장처가 밝혀진다면 기꺼이 해당 사찰로 돌려줄 계획인 만큼 하루속히 부처님 도량으로 이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일스님도 “소중한 불교성보를 유교국가인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말”이라며 “관계 기관과 이웃 종단 등과 힘을 모아 성보가 사찰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종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기원법회 후 참가자들은 창경궁에 방치돼 온 오층석탑을 봉은사로 이운할 수 있게 해달라며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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