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이운 기원법회 후 서명운동 돌입
윤9월 초하루법회에 이어 열린 이날 법회는 1915년 9월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조선물산공진회’행사를 위해 징발된 뒤 원 소장처에 대한 기록은커녕 표지판 조차 없이 창경궁에 100년 남짓 방치돼 온 고려 중엽 오층석탑을 부처님 도량으로 이운해 오길 기원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소중한 성보를 불자 스스로가 앞장서 지켜 나가겠다고 서원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봉은사는 오는 2015년 5월25일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고려석탑을 창경궁에서 봉은사로 이운해 오겠다는 계획을 수립한 뒤 주지 원학스님을 추진위원장으로 한 ‘창경궁 소재 고려석탑 이운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특히 봉은사는 원 소장처가 밝혀질 때까지라도 조선왕조 궁궐인 창경궁에 표지판 조차 없이 방치할 것이 아니라 서울 도심 대표사찰인 봉은사로 이운해 성보로서 봉안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하지만 문화재청은 지난 16일 공문을 통해 “지난 2013년 정밀 실측 조사를 통해서도 원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아 부득이하게 창경궁 내에 존속하고 있다”며 “향후 원 소장처가 밝혀지지 않을 경우, 국립중앙박물관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적정한 위치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봉은사로의 이운계획에 대해 거부입장을 표명했다. 봉은사는 이날 법회를 시작으로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고려 오층석탑 이운을 비롯해 문화재 지킴이로서 앞장설 것을 서원했다.
봉은사 주지 원학스님은 “불자들의 간절한 발원과 미래에 대한 서원이 담긴 성보가 불행한 역사 때문에 방치돼 있다면 이를 바로 잡을 책임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불자들의 몫”이라며 “석탑은 신앙이 살아 숨 쉬는 가람에 있어야지, 사찰을 떠난 석탑은 돌무덤에 불과한 만큼 천년고찰로서 굳건히 법맥을 계승발전해 온 봉은사로 이운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원학스님은 이어 “억불숭유정책을 편 조선왕조의 궁궐에 석탑을 100년 가까이 방치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원 소장처가 밝혀진다면 기꺼이 해당 사찰로 돌려줄 계획인 만큼 하루속히 부처님 도량으로 이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혜일스님도 “소중한 불교성보를 유교국가인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에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말”이라며 “관계 기관과 이웃 종단 등과 힘을 모아 성보가 사찰로 되돌아올 수 있도록 종단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힘을 실어줬다.
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다른 기사 보기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