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조계사 대웅전서 봉정식…총무원장 자승스님 격려

“25년 전 향적스님은 어린왕자를 꿈꾸며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낯설기만 했던 가톨릭 수도원에 정착했던 것 같다. 향적스님은 한국불교 중진 스님이 된 지금도 경전과 어록을 지닌채, 음악과 문학, 꽃을 바라보면서 만족과 평안을 뜻하는 해인사 지족암에서 마음 속에 어린왕자를 꿈꾸며 홀로 정진하고 있다.” 오늘(23일) 오후 1시반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향적스님(중앙종회의장)의 책 <깨달음에는 국경이 없다> 프랑스어 출간 기념 봉정식에서, 같은 해인사문중에서 수십년 함께 한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축사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책은 지난 2009년에 발간된 <프랑스 수도원의 고행(금시조刊)>의 프랑스어판이다. 1989년 향적스님은 프랑스 가톨릭 베네딕트파 소속의 삐에르끼비(Pierre-qui-Vire) 수도원을 찾아가 1년여간 기도와 묵상, 성경공부와 육체노동까지 묵언수행을 겸한 베네딕트 규칙을 따르면서 살았다. 당시 수도원 생활에 관해 향적스님은 “고행이었으나 국적 얼굴생과 말이 다른 가톨릭 성직자들과 생활하면서 종교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같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스님은 20년만에 한국의 이름없는 한 출가수행자를 기꺼이 맞아준 삐에르끼비 수도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책을 써내려갔다. 또한 발간 5년만에 프랑스어로 번역하여 <깨달음에는 국경이 없다>를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이 날 봉정법회에는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교육원장 현응스님, 포교원장 지원스님 등 종단 3원장 스님이 자리를 함께 했고, 이외도 법등ㆍ장윤ㆍ돈관ㆍ원명ㆍ법보ㆍ보광ㆍ정묵스님 등이 참석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치사를 통해 “그간의 덕화를 부처님께 올리는 경건한 자리”라며 “정진의 결실을 기꺼이 대중과 나누겠다는 향적스님의 향기로운 마음에 축하의 마음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또 “자연과 소통하고 대중과 대화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몸소 실천한 향적스님의 책이 인류에 평화의 메시지로 울리길 바란다”며 “한 줄 한 줄에 담긴 향적스님의 따뜻한 시선과 마음이 프랑스 국민들에게도 전해지길 발원한다”고 격려했다.

제롬 파스키에 주한 프랑스 대사와 프랑스 신부로 잘 알려진 서강대 종교연구소장 서명원 신부 등도 참석해서 따뜻한 축사를 전했다. 귀한 손님이 방한하면 손수 대동해서 해인사를 참배한다는 제롬 파스키에 대사는 조계사 대웅전에서 마이크를 잡더니 “지금처럼 낯설어도 따뜻하게 느껴지는 마음은 20여년 전 향적스님이 우리나라 프랑스 수도원에 오셨을 때와 같은 심정일 것 같다”면서 “스님의 책을 통해 깨달은 것은 무엇이든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다는 진리”라고 말했다. 제롬 파스키 대사는 또 “이번 책은 전세계 종교들이 다름을 이해하는 ‘똘레랑스’를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 같다”며 “서로 다른 종교라 할지라도 열린 마음으로 프랑스를 그려주셔서, 스님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외도 서명원 신부는 “깨달음에 경계와 한계가 없음을 책으로 증명한 향적스님은 가야산의 또다른 호랑이나 다름없었다”며 “한반도 통일과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동국대 예술대 오원배 교수와 국회의원 주호영, 스위스 작가 알렉산더 줄리앙 등 이 날 조계사 대웅전에는 종교와 국경을 초월한 100여명의 사부대중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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