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관계자, “보물로 손색 없을 정도 가치 높아”

순천 선암사 53불도. 문화재청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불화는 도난 이후 화폭에서 1구씩 절단해 별도로 장황(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 책이나 족자 따위를 꾸며 만든 것)한 것 가운데 1점. 현재 남아있는 사례가 없어 매우 귀중한 문화재다.
전국 사찰에서 도난당한 보물급 불교문화재 48점이 대거 회수됐다. 이번에 회수된 문화재들은 충북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해 청도 대비사 영산회상도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불화가 다수 포함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회수된 불화 23점 가운데 17세기 작품이 1점이고 18세기 작품이 10점”이라며 “최근 보물로 18세기 후반 불화가 지정됐다. 17세기 불화가 굉장히 드문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 회수된 불화들은 보물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가치가 높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순천 송광사와 예산 수덕사 등 전국 20개 사찰에서 도난된 불교문화재 48점을 몰래 보관해 온 혐의로 서울의 한 사립박물관장 권모 씨와 이를 알선한 문화재 매매업자 정모 씨등 13명을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권 씨는 1988년부터 2004년 사이 도난된 불교문화재 48점을 총 4억4800만원에 사들여 올해 6월 압수되기 전까지 개인수장고에 숨겨왔다. 권 씨는 사설박물관을 운영하면서 불교문화재를 중점적으로 수집해 타인 명의 창고에 은닉하면서 단속기관을 피해왔지만, 자신의 채무 문제로 일부가 경매 시장에 나오면서 적발됐다.

경찰은 지난 5월 한 경매시장에 나온 문화재 가운데 도난품이 포함됐다는 조계종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번에 회수된 불교문화재는 대부분 문화재청 인터넷 사이트 ‘도난 문화재 정보’와 조계종 ‘불교문화재 도난백서’에 등록돼 있어 도난여부 확인이 가능했다.

화기 부분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청송 대전사 신중도.
그러나 불법 유통되는 과정에서 도난품임을 숨기려 고의로 훼손한 흔적이 다수 발견됐다. 특히 불화의 경우 절도범들이 절취 후 피해 장소 등 출처확인이 곤란하도록 제작자와 봉안장소 등이 기대된 화기(畵記)를 오려 내거나 덧칠을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대부분이 오래된 불화들은 채색이 박락되거나 촛농 혹은 때가 묻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보기 좋게 하기 위해 원형을 알아보지 못하게 대부분 덧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봉안했는지, 시주자는 누구인지 등을 자세히 적은 화기 부분에서 소장처는 지워져 있다”고 말했다.

순천 선암사 53불도는 이 같은 문화재가 남아있는 사례가 없어 매우 귀중한 성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 불화는 도난 후 화폭에서 불상을 1구씩 오려내고 배경은 모두 없앴다.

삼척 영은사 영산회상도 또한 도난 과정에서 화면의 상하를 칼로 오려내고, 화면이 횡으로 꺽이는 등 박락 현상이 심했다. 전주 서고사의 나한상도 다시 색을 칠해 교묘하게 다른 나한상 처럼 보이게 했다.

청도 대비사의 영산회상도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8보살과 십대제자 등 많은 권속을 화면 가득히 표현한 전형적인 조선후기 작품이다. 이 불화는 각 존상의 섬세한 표현과 밝은 채색 등 17세기 후반 불화의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급의 불화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 불화는 동화사 아미타후불도와 청도 적천사 괘불 등 보물급 불화를 그린 화가들이 제작에 참여했다. 당시 대구 팔공산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해웅, 의균, 상명 등이 그림을 그렸다.

경찰은 “문화재에 대해서는 매매 허가제를 도입해 허가 없이 팔린 문화재가 도난품으로 확인될 경우 매매를 무효로 하고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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