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불교신문 공동기획수덕사와 선학원- 설정스님에게 듣는다 〈끝〉

 수덕사-불교신문 공동기획

왜색불교 반대하며

선학원 중심으로

정진하던 수좌

 

해방 후 460명 남아

정화불사 통해

현 조계종 창립

선학원과 조계종은 한 뿌리

 

몇몇 이사 이익위해

뿌리를 흔들면 안돼…

‘출가 초심’ 회복만이 해답 

 

 

“갈등의 모습을 불자와 국민들에게 보이는 것이 미안하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 또한 선학원 일부 이사들의 잘못된 모습으로 인해 많은 스님들이 불안한 심정을 갖게 된 것이 마음 아픕니다. 선학원이 종단의 일원으로 들어와 부처님 가르침대로 정진하고, 불교 발전에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스님을 지난 7일 정혜사에서 만났다. 덕숭산 수덕사 산내 암자이면서, 오랜 전통을 가진 참선수행도량인 정혜사다. 설정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출가한 것이지, 재산이나 관리하려고 출가한 것이 아니다. 출가 근본 정신을 되돌아 봐야 한다”며 과거 선학원과 종단의 대립, 수덕사와 선학원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했다.

현 선학원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분이 만공스님이다. 경허스님으로부터 한국불교의 선맥을 이은 만공스님은 일제시대 왜색불교에 맞서 선학원을 설립했다. 1921년 창건된 선학원은 1930년대 들어 사실상 와해의 위기를 맞았다. 초기 영남지역 사찰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재산의 다수는 일제 탄압의 영향으로 선학원에서 이탈했다. 이에 만공스님이 제자인 적음스님과 수계상좌인 벽초스님을 내세워 선학원 재건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본지 3045호 특별기획① 참조

“일제시대 수좌들의 고초가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일본식 이름으로 바꾸는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강압을 해도 결혼을 안하니 일제가 얼마나 탄압을 했겠어요. 수좌들을 지키고 선풍을 이어가기 위해 선학원이 중요한 존재였어요. 그래서 만공스님은 스님들 개인 명의로 돼 있던 땅을 선학원에 출연해 선학원을 재건하고, 적음스님이 한약상을 차려 그 수입으로 신도를 육성했습니다. 1945년 해방됐을 때, 460명의 독신 수좌가 남았어요. 그 스님들이 바로 정화의 주역이 됐죠. 수좌스님들이 모여 정화를 논의한 곳도 바로 선학원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선학원과 조계종이 다르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살아오게 된 겁니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일제시대 선학원의 창립과정과 설립정신을 돌아보는데서 이번 선학원 탈종 시도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적을 바로 알고 근본을 찾는데서 이번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선학원은 조계종과 다르지 않다”는 설정스님은 문제의 시점을 범행스님이 불국사 주지로 재임(1968~1974)할 당시 종단 집행부와 감정이 생기면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에는 선학원 이사장이 종단 본사주지도 겸임하면서 살아왔어요. 모두가 같은 조계종 스님이었지, 차별이 있었나. 그런데 범행스님이 불국사 주지를 할 때 문제가 생겼어요. 박정희 대통령이 민족문화 재건을 위해 불국사 복원불사를 추진했어요. 당시 불국사 주지가 범행스님이었어요. 그런데 종단에서 불국사를 찾아가 분담금을 내라고 하는데 그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어요. 당시 황진경스님이 범행스님과 크게 말다툼을 벌였고, 그 일로 인해 범행스님이 불국사 주지를 그만 두게 되면서 종단과 처음 대립을 하게 됐어요. 어찌보면 두 사람의 개인적 감정으로 인해 ‘선학원과 종단이 다르다’는 생각을 만든 계기가 된 것이지요.”

종단에서 분담금을 요구하자 범행스님이 “불사로 한푼이 아쉬운데, 보태지는 못하면서 오히려 분담금을 요구한다”고 화를 냈다. 그러자 “진경스님이 종단의 어려움을 설명하거나 불국사의 입장을 전달했어야 하는데, 그보다 감정을 앞세워 주지직 해임을 주장했다”고 한다. 결국 범행스님이 불국사 주지서 물러난 후 1978년 선학원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선학원 정관에서 만공스님 등 창립이사 명단을 삭제하고 “이사와 감사를 조계종 승려중에서 선출한다”는 임원자격을 “이사 등 임원은 선학원 분원장에서 선출~”로 개정했다.

“개인적 갈등으로 인해 선학원과 조계종 간 갈등이 시작됐다”는 설정스님은 “본사 법주사 주지를 역임했던 정일스님이 선학원 이사장으로 재직하면서 종단에 대한 이해가 많았다. 또 많은 스님들이 선학원 설립취지가 훼손되어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흔히 대처불교라고 하는 일본불교를 막고, 우리의 전통 선불교를 지켜내자는 것이 선학원의 창립 취지예요. 과거 선학원은 안국동 중앙선원에 유마회 마야회를 만들어 재가불자들에게도 참선을 지도했어요. 그리고 수시로 선원을 찾아 정진하는 수좌들을 격려했습니다. 그런데 법진 이사장 이후 선학원이 수좌들을 어떻게 지원하고, 선맥을 잇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선학원이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선학원이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봐야 합니다. 불교를 지키고, 선사의 뜻을 받들면서 삼보정재를 지키려는 뜻이 같다면 오늘의 시비는 없었을 것입니다. 왜 출가했는지 돌아봐야 합니다. 수행하려고 큰 뜻을 품고 출가한 것이지, 재산이나 관리하려고 출가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설정스님은 선학원은 조선 500년 동안 억압된 불교를 중흥시키고, 청정승가를 지향하려는 절박함으로 만든 선사들의 유업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렇다고 선학원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대중공사를 통해 화합할 수 있는 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

“선학원은 조계종의 모태입니다. 선학원을 통해 한국불교를 지켜낼 수 있었고, 이로인해 해방 후 조계종이 설립된 것입니다. 종단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종단과 선학원이 다시한번 마음을 일으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합니다. 선학원을 하나의 특별교구본사로 지정하는 것도 적극 생각해 봐야 해요. 여러 복잡한 문제가 있지만 지혜를 맞댄다면 하나하나 해결할 수 있지 않겠어요?”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과거 종단의 입법기구인 종회의원으로 활동하면서 현재의 사찰법을 기초했다. 스님은 “사찰법은 스님들의 재산을 지켜주는 가장 강력한 보호수단”이라고 말했다. 선학원의 경우 이사회에 모든 소속 분원의 재산처분권과 공찰 전환에 대한 권리가 집중돼 있다. 그렇다보니 10여명 안팎의 이사스님들 결의에 따라 분원장 임명과 재산처분이 좌지우지 될 위험을 앉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종단의 사찰법은 종단이나 본사에서 창건주의 권한을 가져갈 수 없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으며, 법 개정을 위해서는 종단의 대의기구인 종회의원 다수가 동의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설정스님은 “사찰법은 창건주의 재산권을 보호하는데 맞춰져 있다. 재산 처분을 종단이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학원 일부 이사 스님들이 하는 행동을 보면 분원장 스님들이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 스님들은 조계종으로 출가해, 조계종에서 교육받고 수행했던 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종단을 바꾼다고 하는데, 재산을 버릴 수도 없고 조계종 스님이 아닌 것도 아니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저는 탈종은 뻐꾸기와 같은 행동이라고 봐요. 부처님을 따라 수행하고, 중생을 이익 되게 하겠다는 뜻은 어디가고, 이익만 취한다음 둥지를 떠나려는 뻐꾸기와 다를 바 없어요.”

방장 설정스님은 이번 선학원 탈종 시도와 관련해 “선학원 이사 스님들이 정진을 하기 어렵다면 정진하는 사람(수좌)들을 도와야 한다. 그것도 하지 않으면 스님으로써 무슨 본분사를 갖고 생활하는 것이겠느냐”고 질타하고 “이번 사태로 인해 분원의 많은 도제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기성세대의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도제가 피해를 본다면 되돌릴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라며 “종단에서 세세하게 이를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덕사 산내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견성암만 해도 100여 명의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수행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선학원에서 그동안 무엇 하나 해준 것이 없습니다. 대중공양을 한번 냈나요? 수행 열심히 하라고 격려를 했나요? 하지만 스님들은 그에 대한 요구도 없었고, 그냥 정진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자신들 재산이라며 수행자들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되겠습니까. 견성암에서 언제 선학원 도제라고 차별하고, 방부를 받지 않은 적이 있나요? 부처님 가르침대로 수행한다고 하면 다 받아 줬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대로 하면 되는데, 왜 수행자들에게 시시비비를 만들고 죄업을 짓는지. 스스로 반성해야 합니다. 근본을 벗어나면 안됩니다.”

불교가 우리에게 전래된 지 170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사찰이 창건되고, 스님들이 오고갔다. 선조들은 항상 초심과 정진의 마음을 잃지 않았다. 지금 우리 세대가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무형의 자산을 잃지 않고 이어온 것도 그런 선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선학원과 수덕사’ 특별기획을 준비하면서 갈등의 원인은 법인법이 아니라, 초심을 잃어버리고 개인의 사찰과 재산관리에 집착하는 몇몇 스님들의 마음 때문이 아닐까 질문을 하게 된다.

[불교신문3051호/2014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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