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덕사-불교신문 공동기획 수덕사와 선학원

 

잡초 한번 뽑아본 적도

기와 한 장 보탠 적도 없던

선학원에서

분담금 천만원 부과하며

정혜사ㆍ간월암 소유 운운

 

1978년 범행스님이

수덕사 주지ㆍ선학원 이사장

겸직하며

정혜사 선학원에 등록

 

선학원에

명의만 등록했던 간월암

재산전체 조계종에 등록

더 이상 분쟁 대상 아니다

수덕사 산내 암자인 정혜사.

지난 7월30일, 서울 선학원 중앙선원에 덕숭총림 수덕사를 중심으로 법주사ㆍ마곡사 스님 100여 명이 운집했다. 폭염도 마다하지 않고 도심 아스팔트 위에 스님들이 정좌한 이유는 이날 예정된 선학원 분원장 회의 때문. ‘덕숭총림 수덕사 선학원대책위원회’ 위원장 효성스님은 이날 “견성암 토지에서 잡초 한번 제거해 본 적이 없는 저들이 선조들의 숭고한 정신으로 출연된 삼보정재를 강제로 장악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선학원이 수덕사 소속의 정혜사와 간월암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학원 이사진, 무소불위의 권력

재단법인 선학원 이사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소속 사찰 재산권 일체를 이사회 결의에 따라 매각할 수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경기도의 한 선학원 사찰의 경우 불사금 수백만원이 적립된 통장을 선학원에서 채무에 사용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항의 끝에 되돌려 받았지만, 언제든지 사찰 통장을 선학원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예다.

수덕사 산내 암자인 견성암의 경우, 일제시대 선학원 설립허가를 받기 위해 토지 일부를 선학원 출연재산으로 명의신탁 했고 토지에서 발생하는 도지세 등 일체 재산관리를 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08년 토지 일부가 공공 용지(도로)로 수용되면서 64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그런데 등기 명의자가 재단법인 선학원으로 되어 있어 수용보상금은 선학원에 입금되었다. 선학원에서는 이 대금을 아직까지 견성암에 전달하지 않고 있다. 남은 토지 역시 선학원 이사회의 결의만 있으면 “언제든지 매각이 가능하다”는 법적인 해석이다. 부산 보광사 토지처분금 5억원도 지불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선학원은 자체 발간한 홍보물에서 “경내에 불법 시설물을 건축하고, 재단 승인 없이 불법으로 임대차 계약을 했다. 감사에도 불응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하는 원인은 조계종의 경우 ‘종단의 승인을 얻어 개별 사찰이 재산을 처분’하지만 선학원은 개별사찰에서 재산처분 권한이 없고, 이사회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조계종 소속 사찰의 경우, 공공수용이나 대토 등 재산매각 사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사찰에서 직접 대금을 지급받는데 반해 선학원은 중앙이 직접 수령하는 구조인 것이다. 이를 이사회 결의를 통해 다시 분원에 배분하는 절차를 걸치고 있다 보니, 이사회에서 결의하지 않으면 보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

종단 선학원대책위원회 간사 정범스님은 “선학원이 탈종해 독자적인 노선을 걸을 경우 견성암과 같은 사례는 다수 발생하게 될 것이다”며 “일제시대 왜색불교에 저항하고 한국 전통 선(禪)불교를 수호하며, 선원수좌들에 대한 재정지원과 선풍진작, 그리고 불교재산을 지키기 위해 선학원을 설립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국 수좌들의 수행도량이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자칫 불교재산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소실될 수 있다”고 문제점을 성토했다.

 

# 전통 사찰에 특정 창건주를 등록?

2011년 150만원, 2012년 180만원, 그리고 2013년 1,000만원. 선학원이 정혜사와 간월암에 각각 부과한 분담금 액수다.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선학원 이사회 결의에 따라 사고사찰로 지정해 재산관리인을 파견할 수 있다. 수덕사 산내 수행도량인 정혜사는 실제 이런 조치를 당했다.

수덕사 효성스님은 “지난 동안거 해제일에 수덕사와 논의되지 않은 재산관리인을 앞세워 정혜사를 접수하겠다면서 정혜사 입구에서 소란을 피운 적이 있다”며 “종단의 경우 중앙종회, 호계원 등 여러 기구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재산권 제한이 논의되지만, 선학원은 몇 명 이사들이 모두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위험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또 1000만원의 분담금 납부를 제시받은 간월암 주지 정암스님은 “그동안 간월암 소유권과 관련한 소송이 그동안 몇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법원은 선학원 등록 자체가 무효라고 심판했다”며 “이에 2011년 12월13일 종단에 재산등록을 하게 됐다. 간월암에 대한 분담금 부과나 선학원 공찰 주장은 말도 안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학원에서 정혜사와 간월암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일일까. 수덕사는 이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선학원이 정혜사를 분원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 선학원 측은 1934년 만공스님이 정혜사를 분원으로 출연했다는 주장과 1978년 분원 등록을 근거로 들고 있다.

만공스님이 선학원을 설립하면서 만공스님 명의로 된 토지를 기본재산으로 출연했다. 당시는 일제강점기로, 사찰령에 의해 사찰 재산 처분은 총독부 허가사항이었다. 이에 만공스님은 견성암이 농작하던 토지와 등기가 개인 명의로 된 부동산을 출연했다. 반면 사찰의 토지와 건물은 출연 자체가 불가능했다. 중앙종회 의원 정범스님은 “당시 만공스님이 거주했던 주소지가 정혜사였다. 신상목록에 주소지를 기입한 것을 출연했다고 해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후 몇 차례에 걸쳐 등록 관련 서류를 선학원에 요구했지만 현재까지 회신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1978년 당시 선학원 이사장이던 범행스님이 수덕사 주지로 임명을 받고, 전통선원인 정혜사를 특정인을 창건주로 내세워 선학원에 등록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정혜사는 이미 1962년 문교부에서 실시한 불교재산등록 과정에서 당시 수덕사 주지였던 벽초스님이 수덕사 산내 암자로 조계종 종교단체등록을 했던 산내 선원. 결국 정혜사는 이중등록 상태가 돼 버렸다.

이로인해 당시 정혜사 분원장은 경질됐으며, 이후 선학원은 정혜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간월암에 거주하던 한 스님이 이를 사유화할 목적으로 개인 명의로 된 법인을 만들어 등기이전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수덕사에서 재산 망실을 막기위해 선학원과 논의를 걸쳐 “수덕사가 추천한 스님을 정혜사 분원장으로 임명”하고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 결국 간월암 소유권을 되찾았지만, 이로인해 선학원과 분쟁의 여운이 남았다.

 

간월암.

# 간월암 소유권 주장 근거 있나

선학원이 소유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사찰은 충남 서산에 자리한 간월암이다. 낙조가 아름다운 암자로 유명한 간월암은 작은 섬에 위치해 있다. 썰물때는 걸어서 절에 갈수 있지만, 밀물때는 길이 끊어진다. 또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보니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사찰이다.

간월암은 초기 정혜사 포교소로 등록돼 있었다. 1989년까지 등기상 부동산 소유주가 ‘정혜사’였다. 문제가 불거진 것은 1989년 간월암에서 수행하던 혜우스님이 미국 비자를 발급 받으려는데, 미국 대사관측에서 직책을 요구했다.

이에 선학원에 간월암 명의만 등록시키고 미국 비자를 발급받았다. 효성스님은 “당시 이름, 즉 명의만 등록하고 하루만에 분원장 임명이 이뤄졌다. 즉, 이름만 선학원에 등록했을 뿐이다. 이를 두고 선학원에서 재산권을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편 간월암 사유화를 시도했던 한 스님이 소송을 제기하자 대법원은 명쾌한 판결을 내렸다. “간월암의 역사와 등록상황을 볼 때 정혜사에 딸린 부속건물로 단순 불교목적 시설물에 불과하다”고 심판한 것. 즉 1989년 분원으로 등록할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정혜사에 속한 건물이었다는 것이 법적인 판단이다.

효성스님은 “간월암은 지난 2011년 법원의 조정에 따라 종단에 재산등록을 마쳤다. 선학원과는 전혀 무관한 사찰이다”라고 못박았다.

 

#선학원에 대한 수덕사 요구

선학원에서 지난 9월 정혜사와 간월암에 대해 소유권 소송을 제기하자, 수덕사는 “이번 기회에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며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수덕사는 “법진 이사장이 종단 내부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사항을 탈종까지 하면서 비승가적 소송을 통해 욕심을 채우고 있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또 수덕사는 “선학원 이사장이 견성암의 초기 출연재산을 탐내고, 정혜사와 간월암을 요구하는 행위는 만공선사의 위법망구한 선학원 설립정신을 망각한 일”이라며 △선학원이 조계종 소속임을 명확히 공표하고 1978년 2월 정관에서 삭제한 창립이사 명단을 즉시 복원할 것 △견성암 토지 수용대금을 조속히 반환할 것 △정혜사 재산관리인 파견 취소 △정혜사가 수덕사 산내암자(선원)임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혜사와 간월암, 견성암은 덕숭총림 수덕사의 대표적인 수행처다. 수많은 스님들이 정혜사와 견성암에서 정진하고 있으며, 간월암은 서산의 관광명소이자 포교도량으로 성장해 있다. 영원히 후손에게 전해줘야 할 우리의 문화자산이기도 하다.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선학원과 조계종에 대한 구분이 없이 살았던 탓에 이와 같은 시비가 생겼다. 이참에 명확하게 재산권을 정리해 불교재산이 망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싣는 순서

1. 선학원의 설립과 수덕사

2. 선학원 정신 잇는 덕숭총림 수덕사

3. 수덕사에 대한 선학원의 부당한 행위

4.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에게 듣는다


[불교신문3049호/2014년10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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