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경상남도교육감

 


“교육은 보살도를 바탕으로

모든 행정력을

학생 행복에 맞춰야 합니다

 

1박2일 짧은 체험 통해

문제 학생들의 태도가

확연히 변화하는 사례

적지 않습니다

 

템플스테이 비롯해

심성과 태도를 함양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불교계 역할 필요합니다…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예부터 교육은 나라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불린다.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고 펼치는 막중한 일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100년은커녕 10년, 심지어 1년 뒤의 상황도 예측하기 어렵다는 날선 질타를 받기 일쑤다. 특히 세월호 사고 이후인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진보 진영 교육감이 대거 입성하면서 새로운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보수층이 두터운 경남지역에서 진보 진영인 박종훈 교육감 후보가 39.4%를 득표해 당선되자 지역에서는 ‘기대 반, 우려 반’이 교차했다. 소임을 맡은 지 채 100일도 되지 않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종훈 교육감을 지난 9월25일 경상남도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종훈 교육감은 밀려드는 업무로 인해 머리가 텅 비어버릴까 걱정된다는 너스레로 첫 말문을 열었다. 선거 전에는 ‘절박함’, 당선 직후에는 ‘안도감’, 그 이후에는 ‘책무감’이라는 단어로 자신의 심경을 압축해 표현했다. 특히 교사들의 업무경감 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던 박 교육감은 정작 자신은 끊이지 않는 결재와 줄을 서 있는 접견, 빠질 수 없는 행사 등으로 시간을 초 단위로 쪼개 써도 조용히 사색할 틈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동안 구상한 정책을 추진해 나가려다 보니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생각이 제각기 달라 조정하기가 쉽지만은 않네요. 하지만 긍정적인 성격을 가진 만큼 제 진의에 공감한 분들이 늘어나고 그 분들이 저를 많이 도와줄 것이라 낙관하며 사업을 차근차근 전개해 나가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아이들 곁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박종훈 교육감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바로 교사들에 대한 업무 경감정책이다. 교사들이 본질에서 벗어난 행정업무로부터 벗어나야만 학습 지도와 인성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박 교육감은 1984년 창원 문성고 교사를 시작으로 경남 교육위원과 교육감 후보, 교육감 등으로 30년간 교직에 몸담고 있어 누구보다 학교 현장은 물론 교육정책도 잘 알고 있는 교육 전문가 가운데 한 명이다. 취임 후 업무를 구조화하고 불필요한 정책은 과감히 폐지함으로써 일 자체를 줄일 뿐만 아니라 행정지원 인력의 효율성을 높이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과단성 있게 일을 처리해 나가고 있다. 이같은 박 교육감의 행보는 ‘교실의 개혁’을 지향하고 있다. 공교육의 붕괴는 학교가 교육의 본질에서 멀어진 데서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교가 입시를 준비하는 곳으로 인식되는 한, 학습과 인성함양 두 가지 측면에서 학교의 위상은 실추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교사들의 가르침이 중심이 된 지금까지의 교실로 인해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변했을 뿐만 아니라 흥미도 잃게 돼 학습에서 점차 멀어졌다. 지금 교실의 풍경은 절망적인 수준으로 전락했고 몇몇 학교를 제외하고는 잠자는 학교가 너무 많은 게 박 교육감의 공교육 현장에 대한 진단이다. 박 교육감은 잠자는 교실을 깨움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밝혀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학생이 주체가 돼 배움을 실천하고 독서와 토론으로 학습을 심화시켜 가는 ‘배움이 중심이 된 즐거운 학교’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생님들이 본질에서 벗어난 업무에 너무 많이 시달리고 있는데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쳐 놓지 않으면 희망의 싹은 움틀 수 없습니다. 배움이 중심이 된 즐거운 학교를 통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서로 협력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교실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진보 진영 교육감과 보수 정권의 교육부간의 갈등도 양측이 진정성을 보이면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육감은 진보 진영 교육감과 교육부가 몇 차례 충돌을 빚기도 했지만 최근 황우여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 간의 간담회를 통해 소통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시ㆍ도 교육감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된다면 국민적인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며, 교육부가 정당하고 바람직한 견해를 무시한다면 이 또한 국민들의 지탄을 면키 어려운 만큼 설득과 공감의 새로운 세계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실무자 선에서는 부딪치는 일들이 많을 것이지만 장관과의 긴밀한 대화를 통해 진정성을 보이면 관계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을 갖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교육의 본질에 대한 충실성, 국가의 미래에 대한 바른 전망인 만큼 잘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차근차근 대화하며 문제를 하나 둘 풀어 나가고자 합니다.”

박 교육감은 고3 시절 한때 출가를 할 만큼 불심이 깊다. 1976년 마산고 1학년 재학 시절, 친구의 권유로 통도사 마산포교당 정법사를 찾아 간 게 불교와의 첫 인연이다. 박 교육감 인생의 길잡이가 된 은사인 지은스님(당시 정법사 주지)을 도와 불교학생회를 재 창립한 박 교육감은 정법학생회 초대 회장 소임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고3 때는 지은스님이 사찰을 옮겨 주지 소임을 맡고 있던 표충사로 출가해 행자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수학과 영어공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참선을 통해 ‘한소식’ 하는 게 공부라는 거창한 꿈을 갖고 고3인 1978년 4월 출가를 결행했다. 표충사 산내암자에서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틈나는 대로 경전을 읽고 염불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출가수행자로서의 길을 한걸음씩 내걸었다. 하지만 두 달도 되지 않아 밤마다 어머니가 나오는 꿈을 꾸며 갈등하던 박 교육감은 ‘나 같은 하근기로는 출가 인연을 맺지 못하나 보다’는 생각에 두 달 만에 환속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고등학교를 4년 만에 졸업했지만 경남대 진학 후에도 불교학생회 활동을 이어갔다. 대학 2학년 때 경남대 불교학생회장을, 3학년 때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 산해원(마산 진해 창원)지부장 소임을 맡으며 불심을 키워나갔다. 한때 기자를 꿈꾸었던 박 교육감은 지은스님의 권유로 1984년 창원 문성고 개교 멤버로 교육자로서의 첫걸음을 내디딘 뒤 30년 동안 한길을 걸어왔다. 박 교육감은 불교의 가르침인 지혜와 보살행(보시)이 삶에 있어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지혜를 갖춰야 교육감으로서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육은 보살도 정신을 바탕으로 모든 행정력을 학생의 행복에 맞춰야 하지요. 저는 임기가 끝났을 때, 봉급이 불어난 것 말고는 재산이 늘지 않고, 큰 변화를 이뤄내진 못하더라도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박 교육감은 불교계를 비롯한 종교계가 학생들의 인성함양에 보다 적극적으로 뛰어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불교계는 1박2일의 짧은 템플스테이를 통해 문제 학생들의 태도가 확연히 변화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만큼 청소년들의 심성과 태도를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최근 학생들의 종교활동과 동아리활동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다양한 학교 문제 해소와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이보다 더 좋은 게 없습니다. 특히 불교계가 우리 교육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해줄 수 있는 만큼 청소년들의 심성과 태도를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만들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 박종훈 교육감은…

 

1960년 10월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박종훈 교육감은 마산고를 거쳐 경남대 정치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창원 문성고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뎌 경남 교육위원, 교육위원회 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원지회장과 중앙위원, 경남지부 사립위원장 등을 역임한 박 교육감은 2010년 경남교육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지만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선출됐다. 특히 고교 재학시절 정법학생회 창립을 주도하며 초대 회장 소임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고교 3학년 때 표충사로 출가해 행자생활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어 대학 진학 후 경남대 불교학생회장, 대불련 산해원 지부장도 역임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과 경남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로도 활약했으며 저서로는 <무릎을 굽히면 아이들이 보입니다>, <박종훈, 도서관에서 길을 나서다> 등이 있다.  

[불교신문3047호/2014년10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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