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국 원장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유적지 원형복원 위한 세미나’서 주장

세계기록문화유산인 고려대장경 목판이 강화도가 아니라 남해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금까지는 대장경이 강화 선원사에 있는 ‘대장도감’에서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대장도감’과 남해에 있는 ‘분사 대장도감’이 같은 장소라는 주장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장은 고산문화재단과 남해군이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유적지 원형복원을 위한 정책개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박 원장은 이날 ‘고려대장경 판각성지, 남해’를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선원사는 고종32년(1245년)에 창건돼 그 다음해인 고종 33년(1246년)에 진명국사가 주지로 부임했던 사찰”이라며 “그러나 이때는 이미 대장경 판각이 90%이상 완료된 때이었으므로 대장경 판각과는 전혀 관계가 없던 곳”이라고 주장했다.

박 원장은 또 “공민왕 9년(1360년) 윤5월에 ‘왜가 강화를 노략질하면서 선원사와 용장사로 침입해 300여명을 살육하고 쌀 4만여 석을 약탈했다’는 기록으로 봐서 만일 대장경판이 선원사에 있었다면 무사할 수 있었겠느냐”고 밝혔다.

이날 박 원장은 “당시 몽고 침입으로 정부가 강화도로 피난을 가면서 전국토가 안심할 수 없었는데 남해는 섬이기 때문에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지리산과 섬진강을 이용해 판각용 목재조달이 용히했다”며 “최우와 정안에 의해 대장경 판각경비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그동안 대장경 판각 장소가 강화도에 있는 선원사라 잘못 알려져오면서 많은 오류를 범했다”며 “선원사는 최우의 원찰이고 조선왕조실록 태조7년에 임금이 강화 선원사에서 옮겨 온 대장경을 보러 용산강에 행차했다는 기록으로 인해 고려 대장경은 선원사서 판각했고 그때까지 보관했다고 알려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장경판엔 판각을 담당했던 각수 이름이 새겨져 있다”며 “이들 각수를 조사해 본 결과 분사판이나 대장도감판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각수에 의해 새겨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 동안 학계에서 정설로 통용된 것처럼 대장도감은 강화 선원사에 설치됐고 분사대장도감은 남해 등에 설치됐다면 어떻게 한 개 경전을 강화와 남해로 왔다 갔다 하면서 판각할 수 있었는지 상상할 수 없다”며 “분사대장도감이라는 말은 대장도감 분사가 아니고, 고려국 분사가 설치된 남해이고, 남해에 설치됐던 대장도감”이라며 “남해는 고려국의 분사가 설치됐던 곳이고, 대장도감 분사가 아니라 대장도감이 있었던 곳이었다”고 말했다.

앞서 문명대 동국대 명예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대장경 판각지는 전기는 강화의 대장도감에서 판각을 주로 담당했고, 후기에는 남해의 분사도감에서 판각을 담당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40년 전 강화도 선원사지를 발굴하고 ‘강화도 고려대장경 판각설’을 처음 주장했던 이 분야의 권위자로 꼽힌다.

문 교수는 ‘고려대장경의 의의와 판각, 판고지 문제’를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최근의 연구와 발굴성과를 수용하며 “고려대장경 판각 당시 무신정권의 최고실력자였던 최이(우)와 최항 부자가 강화에는 고려대장도감, 남해에는 분사대장도감이라는 국가공식기구를 설치했고 이 두 기구를 설치할 때부터 남해 분사대장도감의 운영을 정안에게 일임했다”며 “두 곳에서 반반씩 선후 시차를 두고 판각했다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김미영 경남발전연구원 역사문화센터 연구연구팀장이 ‘남해군 고려대장경 판각추정지 유적 발굴성과와 향후 과제’, 이원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조정실장이 ‘남해군 고려대장경 판각지 관광 자원화’를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유적 발견된 남해군 판각지 복원해야”

이날 고산문화재단 이사장 영담스님은 개회사에서 “그간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고려대장경이 일부이든 전부이든 남해군에서 판각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고려대장경 판각지로서 문헌에 그 기록이 있고 더구나 유적까지 출토된 지역은 남해군이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 유적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적의 존재여부”라며 “유적이 발견된 남해군의 판각지부터 먼저 복원을 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라고 강조했다.

남해 화방사 주지 종호스님도 “천년고찰 화방사는 대장경 판각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며 “고려대장경 판각 남해유적지 복원사업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재 성과가 국가사업으로 반드시 완료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정계인사들도 고려대장경판이 남해에서 판각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널리 알려 복원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일 남해군수는 환영사에서 “남해 고려대장경 판각지 성역화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무성 의원도 “고려대장경 유적지 복원사업은 우리 국민의 합심과 단결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상규 의원은 “고려대장경 판각을 위한 분사경판도감이 남해에 설치됐다는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 번 널리 알려 우리민족문화의 우수성을 고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장실 의원은 “이번 세미나가 남해 판각지 성역화 사업 복원을 전제로 한 발굴사업으로 규정되어야 하는 문제와 국가사업 승격 여부의 과제를 푸는 열쇠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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