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대승불교ㆍ계율 연구 권위자 사사키 시즈카 교수

“한국의 승가를 가까이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굉장히 신선하다. 사찰에서 공동생활을 하면서 계율을 철저히 지키고 공부하는 학인 스님들의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다. 수행과 학문 어느 것 하나 등한시 하지 않고 골고루 교육 시키는 교과과정도 인상적이다.”

지난 6일 김포 중앙승가대에서 일본의 세계적인 불교학자인 사사키 시즈카 교수를 만났다. 해인총림 해인사 초청으로 지난 3일 한국을 찾은 사사키 교수는 앞서 해인사와 운문사승가대학에서 학인 스님들을 대상으로 ‘대승불교의 기원에 관한 제문제’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사사키 시즈카 교수는 일본 교토대 공업화학과 및 교토대 철학과 불교학을 전공 졸업했다. 교토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에서 불교학을 공부했다. 현재 하나조노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2년 일본 인도학 불교학회상과 2003년 스즈키 학술재단 특별상을 수상했다.

대승불교 기원 문제는 불교학계의 오랜 화두다. 최근 2~30년 동안 국제 불교학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핫한 주제로 다뤄지고 있다.

불교 교단사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는 사사키 교수는 ‘대승불교 기원설’에 관한 연구논문으로 세계 불교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일약 스타불교학자로 떠올랐다. 사사키 교수는 재가신자를 중심으로 한 불탑 신앙설을 제기한 히라카와 아키라(1915~2002)교수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대승불교가 발생한 주요 배경에는 승가 속에서 생활했던 비구 스님들이 크게 관여했다는 주장이다.

사사키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20년 전부터 히라카와설은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학회에서도 이 주장을 그대로 신봉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 ‘히라카와 교수의 주장이야말로 정당한 학설’이라고 보는 것은 “공부가 부족한 연구자”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일반신자들이 불탑 중심으로

독자적 운동 일으켰다는

히라카와설 현재 무너진 상황

단일그룹이나 단일부파서

대승 기원 찾는 것 ‘불합리’

대승불교 경전 토대로

원류 밝히는 작업 지속돼야

히라카와 교수의 주장을 요약하면 스님들과는 관계가 없는 재가자들이 부처님 유골을 모셔둔 불탑 주변에 모여 독자적인 불교운동을 일으켰고, 그 속에서 다양한 대승경전을 만들었다는 주장. 이 히라카와설은 일본에서 통설이 되고 해외 학회에서도 널리 받아들여졌지만, 1980년대부터 비판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사사키 교수도 반론을 제기한 대표적인 학자 가운데 한 사람이다.

사사키 교수는 “대승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열반 후 불교 승단 내부에서부터 생겨났으며 재가자 집단을 기원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출가자를 지원하는 재가자가 존재했지만, 대승의 기원을 단일 그룹이나 단일 부파에서 찾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사사키 교수에 따르면 불멸 200년 후 아소카 왕 시대에 부처님 가르침을 서로 다르게 이해하더라도 한 달에 한번 포살법회에 참여하면 같은 구성원으로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생겼고, 이것을 대승불교 운동의 시발점으로 봐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대승경전을 토대로 대승불교 기원에 대한 명확한 요소를 찾아내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사키 교수는 공학과 불교학을 동시에 전공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에는 노벨상을 꿈꾸는 과학소년이었다. 초등학교 시절 부상으로 받은 백과사전에 매료돼 이과계 진학을 선택했다.

물질의 실체를 규명하는 물리학이나 화학처럼 과학만이 진정한 학문이고, 철학이나 심리학 같은 사람 마음을 탐구하는 분야는 별 볼일 없는 분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과계통의 대학 진학 이후 심한 좌절감과 열등감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나오고 말았다.

지난 4일 해인사승가대학 학인스님들이 강연을 듣는 장면.

마음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 끝에 운명처럼 불교학을 만났다. 이후 수 십 년 동안 불교를 공부하면서 마음속의 좌절이나 불안도 눈 녹듯이 녹았다. 최근에는 과학과 불교의 숨겨진 연관성을 연구한 결과물인 <붓다와 아인슈타인(원제목은 무소의 뿔들)>을 내놓기도 했다. 언뜻 보면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과학과 불교의 세계관이 동일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사사키 교수는 “신의 관점을 극복하고 패러다임 전환을 이뤄내며 과학 발전을 이끈 여러 과학자들의 모습이 절대자를 상정하지 않고 자신을 자각하면서 법칙성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하려 한 부처님과 닮았다”고 강조했다.

계율학자이기도 한 사사키 교수는 지금의 율장이 만들어지게 된 근원 배경을 밝혀내는 과제에 도전하는 등 자신의 연구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사사키 교수는 “불교학이라는 학문은 시간으로는 2500년을, 공간적으로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반을 다루는 품격이 높은 학문”이라며 “이 세상에 수많은 즐거움이 있지만 진리를 탐구하는 것만큼 멋있고 즐거운 것이 없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048호/2014년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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