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웅연 지음/ 불광출판사

중국 선종의 창시자이자 인도의 부처님 법을 중국으로 전한 달마대사. 이제까지 달마의 참모습은 중국 선불교 완성자로 통하는 육조 혜능스님의 업적에 가려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달마대사의 전기가 실린 책 가운데 가장 오래된 <속고승전>에 따르면 스님은 원래 남인도 팔라바왕조의 왕자로 태어났다.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527년 중국으로 건너왔으며, 소림사에서 9년 동안 면벽수행을 하며 교화를 펼쳤다. 그러다 536년 교단 기득권 세력에 독살당했다. 수 천 개의 절을 짓고 불법을 외호했던 불심 깊었던 양무제에게 ‘전혀 공덕이 없다’고 답한 달마대사는 실제로 어떤 인물이었을까.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은 인간으로서의 달마를 복원해 창조적으로 해석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설속의 달마는 신비롭지만, 현실속의 달마는 누구보다 쓸쓸했다. 그럼에도 절대 삶에 대해 헛된 기대나 희망을 부여하지 않았다.

환영과 풍문으로만 떠도는

달마대사 인간적 실체 복원

달마의 진면목 알아차리면

행복과 불행 구분하는 것도

그리 중요한 일 아니야…

오직 지금 이 순간 살 뿐

고독 불행 회피하지 않아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것 이상 기적은 없음을 강조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달마대사는 지금 살아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진실이라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달마에게 삶이란 ‘혈맥(血脈)’이었다. 산다는 건 ‘피가 흐르고 맥박이 뛰는’ 것일 뿐이라며 그 이상의 의미를 두지 않았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달마의 여섯 가지 법문인 ‘소실육문(小室六門)’가운데 혈맥론은 가장 파격적이라고 설명했다. 피가 튀는 언어로 쓰면서 교단의 사상과 윤리와 체제를 송두리째 부정한다. 저자는 ‘핵심’ 또는 ‘근본’으로 의역되는 ‘혈맥’은 달마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이며 솔직한 말이라고 전하고 있다.

달마는 “경전을 달달 외우더라도 성품을 보지 못하면 어리석음을 면하기 어렵다”며 절 안의 책벌레들을 골렸다. “무수한 살생의 죄업으로 천벌을 받을까 떠는 백정”에게도 “견성하면 단박에 부처”라며 면죄부를 줬다.

그 유명한 달마의 안심법문(그대의 불안한 마음을 내게 가져오라)은 요즘 말로 하면 ‘힐링 토크(Healing talk)’다. 달마대사는 모난 우리 마음을 다독이는 해법으로 ‘무심(無心)’을 제안한다. 한 생각 일어나면 곧 한 삶이 펼쳐지듯이 쓸데없이 마음을 쓰지 않으면 자기 마음은 물론이고 사회도 저절로 편안해 진다.

영천 은해사 운부암에 모셔져 있는 달마상.

“일단락하면 자아(自我)라는 놈이 마음의 시작이자 문제의 근본이다. ‘나’라고 하는 관념이 버거운 까닭은 그것이 기어이 남을 불러들이기 때문이다. ‘남들의 눈에 비친 나’, ‘남들보다 못난 나’, ‘남들의 눈에 들어야 하는 나’, ‘남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 나’ 등 속절없는 번민을 유발하는 탓이다. 이에 반해 ‘달마’는 ‘나’에게 얽매이거나 ‘나’를 따로 설정하지 않는 무아(無我)를 딛고 서 있다. 예컨대 내가 아무렇지도 않을 때는 마음도 아무렇지 않다. 괴로움은 정해진 질량이 없으며, 괴롭다는 생각만큼만 괴롭다.”

<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은 우리 삶을 불행으로 몰아가고 있는 온갖 거짓된 눈속임과 구조적인 모순에 천착해 달마의 삶과 말에서 길어낸 사상을 곁들였다. 돈, 외모, 경쟁, 권력, 관계, 마음, 행복, 삶과 죽음의 문제 등 살면서 시시때때로 맞부딪치는 현실적 고민들을 총망라해 정확히 본질을 짚어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쯤이면 저절로 ‘달마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될 것이다. 달마의 진면목을 알아차리면, 행복과 불행의 구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 세상 모든 출생은 위대한 탄생이다. 오직 현재를 살 뿐,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을 능가하는 가치는 없다. 달마는 고독을 못 견뎌하거나 불행을 회피하지 않았다.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한 저자는 2002년부터 불교신문 기자로 일하고 있다. 불교계에서 가장 글 잘 쓰는 글쟁이로 정평이 나 있으며, ‘장영섭’이란 본명으로 그동안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된 <길 위의 절>을 비롯해 5권의 책을 펴냈다. ‘날카롭기가 칼날 같고 번쩍거리기가 번갯불 같다’는 호평을 들으며 마니아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다.

저자는 “달마의 독보적인 카리스마는 모든 것을 뭣도 아닌 것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패기에서 비롯된다”며 “본래 아무것도 없으니 있다고 고집하지 말고 있어주기를 구걸하지 말라는 ‘정신’에는 ‘스스로 알았다면 배우지 않아도 얻는다’는 확신과 자긍이 넘친다”고 밝혔다.

불교신문 기자인 저자는 “지금 자신의 삶이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아직 달마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제공=불광출판사 최배문

[불교신문3048호/2014년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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