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불교출판 역사 (30) 1980년대 (5)

우리출판사는 문서포교를 목적으로 1983년 설립됐다. 이사장 무구스님(수효사 주지)은 “출판이 뭔지도 잘 몰랐던 때였는데 불교를 쉽게 알릴 수 있는 불서를 제작해 보급하라는 은사 스님의 말씀을 듣고 원을 세웠다”며 “군사독재시절이라 서울에서 좀처럼 출판사 허가받기가 어려워 해남까지 내려가 출판사 등록을 하고, 사무실은 서울에 개원했다”고 말했다.

출판사는 경전 보급과 쉬운 우리말 불교 알리기라는 두 측면에서 불서를 제작했다. 나이든 신도도 한 번 읽으면 이해할 수 있는 책을 만들라는 은사 스님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다. 불자독송집이나 불교법요집, <예불천수경> <천지팔양신주경> <능엄주> <보현행원품> 등 독송용 책자는 스테디셀러들이다.

독송용 소책자는 법공양으로 많이 팔렸는데 책값이 워낙 저렴해 마진은 별로 없다. 오로지 보급을 목적을 한 사업이다. 요즘도 사찰이나 개인들 법보시용으로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경전과 함께 초심자를 위한 불교입문서도 만들었다. 우리출판사 최초 베스트셀러는 <한국불교전설 99>(1986)이다. 불교신문에 연재돼 인기를 끌면서 단행본으로 제작됐다. 특히 이 책은 재미는 물론이고 구전되거나 고서에 등장하는 불교관련 전설을 집대성 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도 크다 무구스님은 “예나 지금이나 불교전설을 하나로 엮은 책은 많지 않다”며 “출간 30년을 앞두고 있지만 요즘도 찾는 사람이 있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베스트셀러는 <화엄경> 영인본이다. 상중하 전 3권이며, 금장으로 제작됐다. 이 책은 출판과정부터 독특하다. 정가 12만원인 책을 사전예약하면 3만원에 판매한다고 불교신문에 광고를 냈는데, 책 제작 전, 이미 4000여만 원이 모연됐다.

스님은 “당시만 해도 집에 경전을 소장하면 안락하고 평안해진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원전을 읽을 수 없어도 경전을 간직하고 싶어 하는 불자들이 있어 사전에 1300 여권 이상이 판매됐다”고 회상했다.

윤청광 작가가 쓴 24권의 <고승열전>은 스테디셀러다. BBS 인기 프로그램 고승열전을 소설로 옮긴 것으로, 아도화상부터 청담스님까지 24명의 스님들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2002년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팔리는 책이다.

사찰음식 발간은 우리출판사가 선구자다. 김연식 씨의 <한국사찰음식>(1997) 적문스님의 <전통사찰음식>(2000) 홍승스님의 <녹차와 채식>(2003) 등은 불자 외에 일반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역경도 많았다. 어린이 포교를 위한 불서를 제작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마음고생도 많았다. 처음 도전한 것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스님 위인전이다. 일지스님, 우봉규 작가 등과 함께 총 10권의 스님 위인전을 만들었다. 원고료와 삽화비 등 그 때 돈으로 1억 원을 투자해 책을 완성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1쇄 3000부를 인쇄했는데 책이 안 팔린 것이다. 불교만화도 제작하기 위해 투자했지만 역시 성과를 얻지 못했다. 작가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사전제작비를 후원하면서 독려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30여년을 한결같이 불교출판의 길을 걸어온 이사장 무구스님은 여전히 출판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출판시장은 어렵지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불서 제작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스님은 굽히지 않았다.

[불교신문3046호/2014년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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