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문화부 ‘불교음악 토론회’

 

“불교 의식에 있어 전문인으로 구성된 제정위원회가 여러 곡을 선정해 홍보해야 한다. 여러 곡 가운데 경쟁력이 있는 곡은 살아남아 종단의 의식곡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정부기 중앙대 교수는 ‘삼귀의’ ‘청법가’ ‘사홍서원’ ‘산회가’ 등 법회에서 자주 사용되는 의식곡의 새로운 방향성을 위해 종단 차원의 제정위원회가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불교음악에 있어서 의식곡의 현황 및 발전적 개선방향에 대한 제언’을 주제로 발표한 정 교수는 의식에 쓰이는 찬불가는 종교의 의식화를 위한 것임을 밝히면서 과거 찬불가 발표회를 열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이 매진 사례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의식곡이 불교계에 정착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 교수는 “하지만 2005년 이후 불교음악이 빛을 잃어가고 있다”며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대중에게 감동 주고 한국인 정서에 맞는 곡을 만들고 △현재 의식곡을 한국적인 화성법으로 재편곡하며 △전문가에게 맡기고 △찬송가의 유사한 곡은 배제하며 △삼보불교음악협회에서 2002년 편찬한 신도용 찬불가를 활용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박범훈 중앙대 명예교수 역시 찬불음악의 발전을 위해 전문가들의 협력과 종단차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옛날에는 ‘강아지’라는 동요곡에 예불문을 붙여 쓸 정도로 열악했지만 그래도 그런 노력들이 있어 현재의 찬불음악이 나올 수 있었다”며 “당시에 중요한 것은 가사에 부처님을 담았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교수는 “작곡가들이 불교음악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며 “찬불가를 전통과 창작으로 구분하고 전통은 의식에 맞도록, 창작은 자유롭게 만들되 가사에 부처님이 들어 있도록 해야 한다. 이처럼 작사부터 고민하고 작곡가들이 모여 협의해 만들어 종단에서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사찰 합창단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찬불가를 법회에 참석한 불자들에게 가르쳐 주는 운동을 펼치면 찬불가에 대한 불자들의 관심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박상진 동국대 한국음악과 교수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불교음악에서 모티프를 따온 것이라는 색다른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강남스타일’은 국악의 휘모리장단과 같다는 논거를 전개한 박 교수는 국악이 불교음악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강남스타일’도 한국전통음악, 즉 불교음악에서 나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K-Pop의 세계적인 성공을 토대로 찬불음악의 가능성을 전망한 박 교수는 “작곡가가 불교의식을 함양하고, 한국불교의 독창성과 예술성이 반영된 콘텐츠를 개발하는 노력을 경주한다면 불교음악의 미래는 밝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내용은 조계종 문화부(부장 혜일스님)가 지난 9월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불교음악의 전통 계승과 발전적 전망’ 주제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불교음악이라는 단일 주제로 종단 차원에서 토론의 자리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15분 발제와 5분 토론이라는 정해진 시간은 넘어가기 일쑤였고, 참석자들의 질문과 제안도 적극적으로 개진됐다.

2시간 남짓 예정된 토론회는 3시간30분을 지나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다만 이같은 높은 관심을 예상하지 못해 한 주제를 심도 깊게 다룰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산만하게 진행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문화부장 혜일스님은 “불교음악의 중요성에 반해 정작 불교음악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불교음악인들의 현실과 환경은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우리가 걸어온 길을 겸허히 돌아보면서 역사와 현실에 순응하듯 불교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046호/2014년10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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