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태 언론사불자연합회장

참선을 알고 나서부터 제2인생을 살고 있다는 정일태 회장의 꿈은 후배 언론인들도 올바른 법사를 만나 함께 성불할 기회를 갖는 것이다.

 

‘화두’ 든 뒤부터

번뇌와 앞날에 대한 걱정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

모두 사라지고

 

현실 속에서 집중하는

힘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얼굴이 맑아지고 언행도

여유롭고 부드러워져…

참선ㆍ무여스님 만난 뒤 ‘제2의 인생’…

2000년대 초반 활기를 띄던 불교계 직장직능연합단체들이 최근 들어 침체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제2의 도약을 위한 힘찬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언론사불자연합회’의 행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언론사불자연합회는 최근 회원사를 대폭 확대하며 신규 회원 확보에 박차를 가할 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역 간 합동법회와 명상과 차(茶) 콘서트 등 다채로운 사업을 통해 언론인불자의 신심 고취와 함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언론사불자연합회의 새로운 도약의 중심에는 정일태 회장(KBS보도본부 편집위원)이 서있다. 27년 9개월째 언론인의 삶을 걷고 있는 정 회장을 지난 16일 KBS 보도본부에서 만났다.

낮 밤 없이 취재 현장을 누비는 언론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마음만 있다면 시간을 낼 수 있는 법. 정일태 회장은 언론사불자연합회의 회원배가를 위해 자신이 근무하는 KBS 직원부터 공략했다. 기술직 회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원 수가 적은 기자와 PD들을 찾아다니며 “바빠도 할 일을 다들 하지 않냐. 잠시라도 시간을 내 불자회 활동을 함께 하자”고 권유하고 있다. 또한 방송국과 신문사를 잇따라 찾아다니며 참여를 독려했다.

2002년 10월17일 출범한 뒤 지난해까지 KBS와 MBC, SBS, 경향신문 등 4곳만 참여했던 언론사불자연합회는 지난 1월13일 정 회장 취임 후 조선일보, 중앙일보, 문화일보, 세계일보, 불교신문, 법보신문, JTBC, 불교방송 등이 신규 회원사로 새롭게 가입함으로써 매달 회비를 내는 진성회원이 300명을 넘어섰다. 지난 6월 제8교구본사 직지사에서 ‘중앙·대구경북지역 합동법회’를 연데 이어 오는 10월25일에는 제19교구본사 화엄사에서 ‘중앙·전남광주지역 합동법회’를 열어 중앙과 각 지역 간 소통과 화합은 물론 신심도 다진다는 계획이다. 또한 지난 7월 조계종 포교원과 함께 ‘언론인의 행복을 위한 명상과 차(茶) 콘서트’를 열어 업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언론인들에게 불교적 힐링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올 연말에는 송년모임을 겸한 ‘언론사 불자대회’를 열어 언론인불자간의 화합을 모색한다는 구상이다.

현직 언론인 위주의 ‘언론사불자연합회’와 OB 언론인 위주의 ‘한국불교언론인회’와의 통합도 이끌어냈다. 불교언론인회 사무총장 출신인 정 회장은 지난해 12월 전임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언론사불자연합회장 소임을 맡은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언론사불자연합회로의 통합도 이끌어냈다. “언론인 불자들을 대표하는 불교신행모임인 만큼 보다 많은 회원사와 회원이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매진할 것입니다. 동아일보와 불교TV 등 아직 회원사로 가입시키지 못한 언론사가 몇 곳 있는데 빠른 시일 내 가입시켜 함께 활동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회원들과 자주 만나면서 양적 성장과 더불어 질적인 성장도 함께 도모할 할 것입니다.”

독실한 불교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정 회장은 스스로를 ‘늦깎이 불자’라고 소개한다. 종손집안에다가 내리 딸만 셋을 낳은 뒤 네 번째로 낳은 아들이 바로 정 회장이다. “너는 부처님의 가피 덕분에 태어났다”고 할 만큼 불심이 깊은 할머니와 어머니를 따라 유년기에는 영천 죽림사를 따라 다녔다. 외무고시에 매진했던 대학과 대학원 시절을 비롯해 해병대 장교생활, 바쁜 직장생활 등으로 한동안 사찰을 찾지 못했던 정 회장은 기자생활을 한 지 10여 년이 지난 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의 소개로 불교와 다시 인연을 맺게 됐다. 반야거사를 통해 불교를 다시 접한 정 회장은 포항방송국 근무시절 당시 오어사 주지 학나스님을 통해 불교에 심취했다. 새벽예불과 108배로 하루 일과를 시작할 뿐만 아니라 3개월간의 대구와 포항 통근을 통해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모두 외웠으며 <금강경>도 매일 3독하다보니 자연스레 외울 수준까지 근접할 만큼 불교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2003년 12월 KBS 안동방송국으로 자리를 옮긴 정 회장은 2004년 8월 인생의 길잡이가 된 법스승인 봉화 축서사 문수선원장 무여스님을 만났다. 강원태 시청자위원회 부위원장의 소개로 축서사 진신사리탑 조성불사 보도자료를 갖고 온 축서사 총무 혜산스님을 만날 때만 해도 정 회장은 축서사와 무여스님에 대해 이름조차 몰랐다. 부처님 진신사리 112과를 모시는 법회 보도자료였지만 공영방송 특성상 특정 종교의 일반 행사를 취재하기는 곤란하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혜산스님을 보내고 난 뒤 생각해보니 개별사찰의 일이 아니라 인류의 스승인 부처님의 사리를 무려 112과나 모시는 인류사적 문화유물로서 가치가 있으니 공영방송의 보도기준에도 부합하겠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친불교성향의 카메라기자와 함께 방송국에서 1시간 40분 거리에 위치한 축서사를 찾은 정 회장은 문수산과 무여사의 풍광에 매료됐다. 이어 무여스님을 만난 정 회장은 3배를 올렸는데 그동안 봐왔던 스님들과 달리 무여스님은 무릎을 꿇고 함께 3배를 올리는 모습을 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차담을 통해 선사인 무여스님의 청명한 얼굴과 부드러운 속에서 군더더기 없는 목소리를 접하면서 ‘이분은 뭔가가 다르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됐다.

무여스님과의 첫 만남 후 정 회장은 틈나는 대로 축서사 새벽예불에 참가하며 하루일과를 시작했다. 안동에서 새벽1시에 일어난 뒤 1시간40분을 달려 축서사에 도착한 정 회장은 새벽3시에 올리는 새벽예불에 참가해 2시간 동안 관세음보살 정근을 가졌다. 6시20분에 공양한 뒤 7시에 절에서 내려올 만큼 신심이 충만했다. 무여스님은 참선을 통해 여래장사상을 일깨워줘야 하며 참선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가르침 아래 실참수행을 직접 지도했다.

2006년부터 무여스님으로부터 참선수행을 지도받고 있는 정 회장은 지난 2008년 5월부터 축서사 대구신도회장 소임을 맡고 있다. 매일 새벽 4시30분 일어나 1시간 동안 참선을 한 뒤 부인과 함께 새벽예불과 108배를 함께 올리며 하루일과를 시작하고 있다. 틈나는 대로 <화엄경> 등 불교경전을 읽고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축서사에서 열리는 철야참선법회에 참가해 철야용맹정진을 한다. 고급반은 오후7시 예불로 시작해 법문과 철야참선, 새벽예불, 무여스님과의 1문1답 등으로 진행된다.

“무여스님은 처음 뵀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똑같이 여여한 분이십니다. 당신의 입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항상 차분하게 ‘이런 것도 한번 해보시지요’라며 말씀하세요. 특히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실천도 강조하셔서 스님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 회장은 참선을 알고 난 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화두를 든 뒤부터 번뇌와 앞날에 대한 걱정, 타인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꿈은 승진이나 출세가 아니다. ‘부처’가 되는 게 현재 꿈이다. 화두 참구를 통해 현실 속에서 집중하는 힘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얼굴은 맑아졌고 언행에도 여유로움과 부드러움이 표출되고 있다. 정 회장은 세월호 사건 보도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겼지만 모든 일은 양면이 있는 만큼 매일같이 열심히 일하는 언론인이 많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며 인터뷰를 마무리지었다.

“특정시기의 특정부분의 일인 세월호사건 보도를 일반화해 언론인을 매도하면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 매일같이 열심히 일하는 후배 기자들이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들이 불교를 통해 직장생활은 물론 삶도 한층 성숙되고 발전될 수 있도록 안내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구복이나 힐링 차원에서의 불교활동을 뛰어 넘어 법스승으로부터의 가르침을 통해 모두가 성불할 수 있도록 터전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게 제게 맡은 소임인 만큼 열심히 해 나갈 것입니다.”  

■ 정일태 회장은…

 1959년 3월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정일태(법명 보광) 언론사불자연합회장은 대구 대륜고, 경북대 독일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KBS 14기 기자 공채를 통해 언론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이후 KBS 대구총국 보도국장, 본사 시청자사업부장, 포항방송국장 등을 역임한 뒤 현재 보도본부 편집위원(라디오 뉴스 담당)을 맡고 있다. 매일 새벽예불과 참선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할 만큼 독실한 불자인 정 회장은 대구경북불교언론인회장과 한국불교언론인회 사무총장을 역임한데 이어 현재 언론사불자연합회장과 KBS불교연구회장을 맡고 있다. 봉화 축서사 대구신도회장도 2008년부터 맡고 있다.

[불교신문3043호/2014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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