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2교구신도회 경기도에 청원서 발송

여주 주어사지(走魚寺址)를 원형그대로 복원해 내려는 지역 불자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계종 제2교구신도회(회장 민학기)는 오늘(9월29일) 경기도와 여주시에 불교의 보호로 천주교가 싹튼 역사적 현장이 원형그대로 복원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발송했다. 여주시는 지난 2012년 7월 여주 산북면 주어리 산 106번지에 위치한 주어사지를 문화재 제19호로 지정했다.

신도회는 “주어사에 얽힌 역사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돼 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후손들에게 올바로 전승되려면 주어사지를 복원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은 문화재보호법의 이념이자 문화재로 지정한 여주시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광주 천진암과 같이 불교사찰의 흔적을 제거하고 오로지 천주교 시설만 신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과거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복원해야 한다는 것이 불교계의 간절한 요청”이라고 밝혔다.

신도회는 “원형이 아니라 변형된 복원사업이 추진되거나 허가 또는 인가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며 “원형복원이 완성되는 날 주어사지의 역사 문화적 가치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전승될 것”이라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서울 절두산 천주교 성지에 옮겨진 ‘해운당대사 의징 스님비’는 주어사지로 반환돼야 한다”며 “문화재 지정작업도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6일 ‘주어사 원형복원 및 해운당대사 의징스님비와 부도탑 환수를 위한 1000일 기도’를 시작한 제2교구신도회는 현재 1000일 기도와 더불어 원형복원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다큐멘터리 등을 제작해 주어사와 천진암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국민 전체에 홍보할 예정이다.

다음은 청원서 전문.

청 원 서

수 신 경기도지사
참 조 문화재 담당자
제 목 주어사 (여주시 문화재 제19호)를 원형복원 청원

1. 경기도 여주시는 2012. 7. 11. 여주시 산북면 주어리(구 하품2리) 산 106번지에 위치한 ‘주어사지(走魚寺址)’를 문화재 제19호로 지정하였습니다.

‘주어사지(走魚寺址)’와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에 위치한 천진암지(天眞庵址)는 모두 천주교가 우리나라에 전래되는 과정에서 불교와 스님들이 조정의 탄압으로 생명이 위험함에도 천주교 신자들을 보호하여 천주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배려하였고, 실제로 조선조정의 천주교박해의 과정에서 천주교 신자들을 보호한 스님들도 함께 희생당한 가슴시린 현장입니다.

2. 주어사에 얽힌 역사의 문화재적 가치가 인정되어 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그 문화재의 가치가 세계에 알려지고 후손들에게 전승되려면 주어사지를 복원하는 것은 당연하고, 주어사지를 복원하여 그 문화적 가치를 계승하고 후대에 전하는 것은 문화재보호법의 이념이자 문화재로 지정한 여주시의 책무입니다.

앞으로 여주시가 스스로 복원하든, 천주교단체나 불교단체에게 복원을 허가하든, 주어사에서 천주교 강학이 이루어지든 당시의 원형대로 주어사지가 복원되는 것은 ‘원형보존’을 이념으로 한 문화재보호법의 당연한 요청입니다.

광주시 천진암과 같이 불교사찰의 흔적을 제거하고 오로지 천주교 시설만 신축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 스스로 역사를 왜곡하는 것입니다.

『반드시, 주어사를 원형대로 복원하여 천주교 강학 당시의 사찰로 운영하면서 천주학자들과 천주교 신자들이 천주교강학을 실시한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복원되어야 한다』는 것이 불교계의 간절한 요청입니다.

불교가 천주교의 발상을 보호하였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함으로써 신유사화 당시 희생당한 스님들과 불자들을 해원해야만 부처님의 넓고 깊은 자비심이 현재와 미래에 경기도와 여주시의 안정과 행복이라는 가피를 입을 수 있을 것입니다.

3. 주어사를 원형으로 복원하고, 천주교 강학을 시작으로 한국천주교가 주어사에서 발상된 역사를 사실 그대로 재현되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미 신부가 선교하기 전에 자생적으로 천주고회가 시작된 역사는 세계적으로 주어사가 유일한 성지라는 점은 천주교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또 불교 사찰이 이교도인 천주교를 품에 안고 보호하다가 생명까지 함께 잃은 것도 세계에서 유일하다는 점에서 불교의 포용력과 관대한 자비심 속에서 자생한 천주교라는 특이한 역사가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을 불러들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불교와 천주교가 공존하는 화합의 현장으로 다종교가 혼재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우리사회 전체를 리드하는 정신적 중심이 되어 다종교간 종교평화의 구심점으로서 자칫 종교적인 차이로 대립과 분열로 치달을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사회안정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4. 위와 같은 불교계의 뜻을 성취하기 위하여, 저희는 ① 2014년 7월 6일 『주어사 원형복원 및 해운당대사 의징스님비와 부도탑 환수를 위한 1,000일 기도』를 시작하였고, 앞으로 ② 주어사지에 천막 법당을 설치하여 부처님을 봉안한 후 ③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이 상주하면서 1,000일 기도를 진행하고 ④ 주어사 원형복원을 청원하는 서명운동을 진행하면서 ⑤ 다큐멘터리 또는 영화를 제작하여 주어사와 천진암에 얽힌 역사적 사실을 국민 전체에게 홍보할 계획입니다.

5. 청원하건대, 원형이 아니라 변형된 복원사업이 추진되거나 허가 또는 인가되지 않아야만 원형보존 및 원형복원을 원칙으로 한 문화재보호법의 입법취지에 부합되는 복원이 가능하고, 그 원형복원이 완성되는 날 주어사지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세계만방과 우리 후손들에게 알려지고 전승될 것입니다.

6. 아울러, 서울 절두산 천주교 성지에 옮겨진 ‘해운당대사 의징 스님비’가 주어사지로 반환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에 앞서 여주시에 보관되어 있는 부도탑부터 먼저 주어사로 돌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문화재 지정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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