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래 교수, ‘윤달 풍습’ 명쾌하게 안내한 ‘현대판 윤달지침서’ 발간

올해는 음력 9월이 두 번 있다. 음력 9월 다음에 윤 9월이 있다. 1832년 이후 182년 만의 윤 9월이라고 한다. 양력으로는 10월24일부터 11월21일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윤달은 음력에서 평년 12개월 보다 1개월 더 보태진 달을 말한다.

해서 옛 사람들은 공달, 덤달, 여벌달 등이라 불렀다. 보통 4년에 한 번 돌아오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략 19년에 7번꼴로 돌아온다. 윤달이 드는 빈도는 5월이 가장 많고, 11월, 12월, 1월은 거의 없다. 윤 9월도 마찬가지여서 무려 182년만에 돌아온 셈이다.

윤달(閏月)을 글자 그대로 보면 문(門) 안에 왕(王)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이는 윤달에 왕은 집무를 보지 않고 숙소에 머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는 윤달에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근신하는 풍조가 강했다. 이에 비해 우리 선조들은 윤달을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였다.

불교민속학자인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는 이번 책을 통해 윤달 문화의 사회 문화적 가치를 분석하고 불교 관점에서 재해석 하는 등 폭넓은 내용을 담았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지금도 윤달 풍습이 적합한 방식으로 재해석 되고 있으니 윤달 문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사를 하거나 집수리 등 혹 좋지 않은 일이 생길까 평소 쉽게 하지 못했던 일들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달로 여겨지고 있으며, 인륜지대사인 결혼도 윤달에 하면 좋다고 했지만 잘못된 속설 때문에 언제부턴가 윤달 결혼식은 피하고 있다. 최첨단을 달리는 사회라고 하지만, 음력문화의 산물인 윤달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견고하다.

이런 가운데 불교 관점에서 윤달 문화를 재해석한 단행본이 나왔다. 불교민속학자로서 불교의례를 민속학적으로 연구하며 민속학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구미래 박사의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복 짓기>이다.

세간에선 할 일 금기할 일

구분에만 분주한 윤달

불교에선 나와 남 위해서

복 쌓는 시간으로 채우라…

결국 자신 위한 것 알아야불교 일생의례에 대해 심층 연구를 해온 저자는 책에서 윤달의 진정한 신행활동과 실천 활동 등을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특히 국내 윤달 관련 전문서적이 드문 현실에서 ‘윤달’을 총망라한 책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불교에서 윤달은 복과 공덕을 짓는 달이다. 세간에서는 윤달에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데 분주하지만, 불교에서는 ‘나와 남을 위한 복덕을 쌓는 시간’으로 승화시켜 윤달에 주목한다.

‘윤달 복 짓기’ 풍습 살펴보면

자신 돌아보고 반성하는

우리 선조의 태도 반영한 것

저자는 지금까지 전승돼 온 ‘윤달 복 짓기’ 풍습도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삶’을 살았던 우리 선조의 태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윤달’은 덤으로 주어진 비(非)일상의 시간이라는 의미에서 확장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에 옮기는 날이 되도록 이끌고 있다.

“‘나’에서 벗어난 공덕은 나를 위한 더 큰 복으로 돌아오고, 나를 향해 닦은 신행은 모든 중생을 위한 복으로 작용하는 이치를 깨달으라는 것이다. 이런 공덕을 쌓는데 특별한 기간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일상적으로 공덕을 쌓기에 근기가 부족해 윤달이라는 종교적 시간에 참된 불자의 마음가짐을 깊이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나’ 하나에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되듯, 윤달에서 이런 의미가 실천된다면 언젠가 일 년 열두 달이 지극한 신심과 자비로 가득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윤달이면 절에 가서 불공을 드리는 민속은 그 역사가 깊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봉은사에서는 윤달이 되면 장안의 부녀자들이 몰려들어 돈을 불단에 넣고 불공을 드린다. 이렇게 하면 극락으로 간다고 믿어 사방에서 와서 정성을 다해 불공을 드린다’고 적었듯이, 윤달 복 짓기는 극락왕생을 바라는 기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복은 비는 것 아닌 짓는 것

기복적 불공서 벗어나

삼보와 이웃 향한 공덕

전북 고창 지역을 중심으로 한 성 밟기 또한 ‘윤달에 성을 세 바퀴 돌면 극락에 간다’는 믿음이 결합돼 있다. 책에서는 세 가지 윤달 불교민속에 주목한다. ‘생전예수재’, ‘삼사순례’, ‘가사불사’가 그것이다. 윤달의 대표적인 불교의례로 꼽히는 이 의례들은 복을 구하는 기도에서 한 걸음 나아가 자신의 수행을 돌아보며 보다 큰 공덕을 실천하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

살아 있을 때 자신의 극락왕생을 위한 불공을 드리는 ‘생전예수재’는 소홀했던 자기수행을 점검하고 선행을 발원하는 의례다. 또 세 곳의 사찰을 다니며 기도하는 ‘삼사순례’의 경우 삼보를 찾아가는 길이 곧 자신의 참마음을 찾아가는 자리요, 부처님과 가까워지기 위한 성찰의 길이다. 부처님 가르침이 담긴 옷을 스님에게 보시하는 ‘가사불사’는 시주한 자와 입은 자 모두 수승한 공덕을 짓고 받을 수 있다.

이 세 가지 불교민속에 대한 저자의 시선은 기복적 측면에 있지 않다. “복은 ‘비는 것’이 아니라, ‘짓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평소 부족했던 마음공부에 힘쓰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기복적 불공에서 벗어나 자신을 닦는 데 뜻을 두고, 불법승 삼보와 이웃을 향한 공덕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임을 일깨운다.

구미래 지음 / 아름다운인연

저자는 “현대 젊은이들은 윤달의 존재조차 모른 채 살아갈지 모르지만 달이 있는 한 윤달은 언제고 인간과 함께하는 시간이요, 일상 속에 찾아드는 신비로운 시간”이라며 “윤달의 마음가짐과 섭리를 일상에 적용하고 윤달에 짓는 복은 윤달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큰 공덕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저자 구미래 박사는 현재 불교민속연구소장으로 있으며 동방대학원대학교 학술연구교수를 맡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성보보존위원 및 연구위원, 불교민속학회 연구이사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불교의 일생의례>, <한국인의 죽음과 사십구제>, <한국인의 상징세계>, 공저로는 <절에 가는 날>, <불교 상제례 의례>, <종교와 노래>, <종교와 의례공간> 등이 있다.

[불교신문3044호/2014년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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