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선학대사전

정원스님 지음 / 수미산禪

충남 천안 광덕면 매당리 태화산 깊은 골짜기. 사방으로 둘러싸인 산 가운데 아담한 대웅전과 연못이 그림처럼 놓여 있다. 천안 평심사다.

평심사의 더욱 그림같은 형상은 이 곳 도량 한켠 서재에서 30년을 하루같이 역경불사에 매진해온 은둔수행자, 정원스님이다. 선종의 결정판이랄 수 있는 <벽암록>과 불법의 현묘한 도리를 밝혀 <현구집> 등 방대한 책을 무던하게 세상에 내보낸 스님이다.

특히 내ㆍ외전에 실린 11만개의 장단문구를 발췌한 <대장사원(2009년)>은 상하권 합쳐 총 4500페이지에 걸쳐 엮어낸 대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천안 평심사 주지 정원스님

출가 이후 40년 공부 결실

3만3000 표제어…대사전 편찬

<고려대장경> <일본속장경> <대정신수대장경> <한국불교전서> <조선불교통사> <삼장법수> 등 1000부에 달하는 내전을 십수만개의 문구로 압축해서 엮어내 고려 일연선사의 <석원사림> 250권 편찬에 견줄만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스님은 이들 내전을 한번도 아닌 두 번이나 열독한 스님으로 유명하다.

어찌 둘이 있으리요…”이뿐만 아니다. 1100년 무렵 중국 송나라의 목암선경(睦庵善卿) 스님이 편찬한 <조정사원>의 자구를 풀이하고 번역ㆍ주해한 ‘정원스님판 조정사원’도 지난 2009년 세상에 빛을 보았다. 당시 ‘조정사원’에 실린 내용 가운데 <대반야론>에 나온 개와 사자에게 던진 흙덩이 이야기를 풀어낸 내용은 언제봐도 흥미롭다.

“흙덩이를 개에게 던짐이 있으면 개가 흙덩이를 쫓으므로 흙덩이는 마침내 쉬지 못한다. 사자에게 던짐이 있으면 사자가 사람을 쫓으므로 그 흙덩이는 저절로 쉬어진다.” 이에 대한 스님의 해설서다.

한중일과 대만 선교사전 7종

선어 주해서 13종 섭렵하고

현대불교사전 20종 대조첨삭

“선은 이 부처의 마음이요

교는 이 부처의 말씀이거늘

어찌 둘이 있으리요…”

“어떤 사람이 흙덩이를 사자에게 던지면 사자가 사람을 쫓으므로 흙덩이는 저절로 쉬어진다. 보살도 또한 그러하여 단지 그 생을 끊으므로 사(死)가 저절로 멸한다. 개는 오직 흙덩이를 쫓고 사람을 쫓을 줄 알지 못하므로 흙덩이는 마침내 쉬지 못한다. 외도(外道)도 또한 그러하여 생을 끊을줄 알지 못하므로 마침내 사(死)를 여의지 못한다.”

정원스님의 집역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2010년 선록과 선서에서 가려뽑은 6300개의 장단송구를 담아 <선림송구집>을 내기에 이르렀다. 선의 송구를 거칠게 모은 것이 아니라, 한자의 획수와 그에 따른 한글 가나다순까지 고려해서 사전식으로 편찬했다. 찾고자 하는 게송 첫 글자만 알아도 송구는 물론 발췌한 게송의 전거까지 적시한다.

이어 2011년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등 5대 종파 대표선사 어록인 <오종록>을 발간했다. 3100개의 한문주석을 모아 원문과 함께 수록한 <오종록>을 통해 임제 위산 앙산 법안 운문 동산 등 7인 선사의 어록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고려 진각국사 혜심이 편찬한 <선문념송집>의 출전과 인명, 어구 등을 주석한 <선문념송집표주>를 CD로 간행해 눈길을 끌었다.

정원스님이 이번에 들고 나온 <태화선학대사전> 전3권은 1968년 출가 이후 40여년간 스님이 공부해온 발자취이자, 결정판이다. “평소 열장(閱藏), 역경(譯經), 편저(編著)과정 중 각종 등사(燈史)ㆍ어록(語錄)ㆍ청규(淸規) 등에서 수집한 사목(詞目)에 <선종대사전> <불광대사전> <선학요감> <선학사전> 등 중국 대만 일본 한국 4국에서 발행한 현대불교사전류 20종을 대조 첨삭하여 간행했다. 표제어 3만3475개, 예문 2만5899개, 보주 1200여개에 달한다.” 정원스님은 서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정원스님은 “선학을 매우 사랑하여 이를 생각하고 천착하며 40년을 겪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선종대찰 진전사지.

“선(禪)은 이 부처의 마음이며 교(敎)는 이 부처의 말씀이거늘 어찌 둘이 있으리요. 이른바 선은 곧 문자를 여읜 교며 교는 곧 문자에 붙은 선이다. 마음에서 얻는다면 곧 시장의 돼지고기 파는 탁자에도 초불월조(超佛越祖)가 있겠지만 말씀에서 잃는다면 곧 영취산의 염화미소에도 사람의 마음을 가리키는 지취가 없을 것이다.”

정원스님은 “고래로 선종의 어사를 해석한 전적은 교종과 비교하자면 지극히 미미하다”면서 그러나 “선학을 매우 사랑하여 이를 생각하고 이에 있으면서 천착하고 연구한게 이미 40년을 겪었다”며 “이에 근세의 중국 대만 일본 한국에서 간행한 선교사전 7종과 선어 주해서 13종을 수집하여 2012년 시작, 한자 부수와 한글의 한글음 순서를 따라 다시 정리하여 안배했다”며 그 과정을 낱낱이 설명했다.

“중화전자불전과 인터넷을 참조하였고 컴퓨터의 신령한 힘과 신기한 공을 빌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1968년 열아홉에 출가한 정원스님은 출가하자마자 사경수행에 임했다고 한다. 스승이 하라고 하니 무작정 써내려 갔다고. <금강경>을 비롯해서 <백운어록> <임제어록> 등을 직접 붓으로 쓰며 공부했는데, 이 때 쓴 붓만도 1000자루가 넘을 정도였다.

어느순간 신심이 절로 나고 한 자를 쓰는 순간 그 속에 담긴 의미가 백지 위에 펼쳐져 금광을 캐가는 기분이었다는 스님이다. 깊은 산중 ‘무문관’에서 한평생 ‘안거’에 들어있는 스님은 ‘평심’을 화두로 오늘도 정진한다.

[불교신문3044호/2014년9월2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