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임상심리학자-비구니 스님 의기투합해 만든 전문서 ‘눈길’

동양의 불교와 서양 심리학의 만남은 여전히 새로운 분야다. 정반대의 세계관을 지닌 서양의 심리치료와 불교를 연결하면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인다. 그런데 불교 수행을 서양의 정신치료에 접목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모든 것을 바친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와 서광스님이다.

이 두 사람이 드디어 일을 냈다. 명상과 심리치료 연구 분야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학술서를 펴낸 것.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가 편저자로 참여하고 서광스님이 번역한 <심리치료에서 지혜와 자비의 역할>이다.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왼쪽)와 서광스님.

앞으로 명상과 심리치료의 통합, 적용에 관심 있는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서구에서 심리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반드시 불교를 알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지난 17일 출판기자간담회와 같은 날 대한불교진흥원이 마련한 특별강연장에서 이들을 만났다.

우선 이 두 사람의 첫 인연이 궁금했다. 세계적인 임상심리학자와 불교심리학을 연구하는 한국 비구니의 만남이라는 타이틀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서광스님의 독특한 이력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한국불교심리치료연구원장인 스님은 출가 전 대학과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후 선 치료에 기반한 마음공부에 목적을 두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스님은 보스턴대에서 종교학 석사 학위를 딴 뒤 세이브룩 대학원 초자아 심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바로 이때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를 만났다. 2005년 박사논문 심사위원으로 박사가 참여한 것이다.

마음 자세히 관찰하면

쉴 새 없이 방황하는 것 보여

과거 미래 오가는 마음에서

고통과 슬픔 생겨나…

이를 인연으로 스님은 거머 박사가 운영하는 명상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고 소통의 폭을 넓히게 된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이제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도반이 됐다. ‘괴로운 사람들에게 희망과 위로를 주고, 세상을 더욱 아름답고 따듯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날 만난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는 “부처님께선 첫 번째 화살은 맞아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고 하셨다. 첫 번째 화살이 좋지 않은 일이라면 두 번째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쏘는 화살”이라며 “어떤 일이 잘못돼 갈 때 우리 자신에게 쏜 화살인 두 번째 화살에서 고통이 발생한다. 두 번째 화살을 맞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친절해야 하는데 이것이 자기연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복을 위해서는 현재 순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쉴 새 없이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방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며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마음 때문에 괴로움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핵심 이론과 실천방법은

자기 연민심과 지혜

순간순간 일어나는 경험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

그러면서 책을 통해 불교의 가장 뛰어난 강점으로 불교 고유의 문화적 환경을 초월해 완전히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설득력 있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부처님 가르침을 수년 천 넘게 지켜 온 수행자 단체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정보를 갖고 현시대 사람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책은 고통에서 벗어나는데 핵심이 되는 이론과 실천방법으로 연민심과 지혜를 들었다. 불교의 근간을 이루는 지혜가 현대 심리치료에선 어떤 특질로 작용하며 이를 배양하기 위한 수양법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 가이드를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지혜가 생기려면 순간순간 일어나는 경험에 대해 깊이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고통 받는 개인으로서의 우리 자신을 향한 연민심이 필요하다. 이런 자세로 내면을 보기 위해 ‘마음 챙김 훈련’을 적용한다면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것을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고 일어나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불교의 가장 뛰어난 강점은

고유의 문화적 환경 초월해

완전히 다른 시간 장소에서

가르침을 설득력 있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2009년 5월 하버드 의과대학에 소속된 명상 심리치료 연구원 주최로 달라이 라마를 초청해 진행된 2박3일간의 국제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것이다. 책이 현지에서 발간된 2012년까지 수정 보완되면서 관련 분야의 저명한 학자나 임상가들의 글이 추가됐다. 때문에 불교심리학과 명상의 치료 기제 뿐만 아니라, 명상을 구체적 증상에 적용해 다룬 종합서라고 볼 수 있다.

서광스님은 “지금껏 명상과 심리치료에 관한 수많은 책이 나왔지만 국내외를 통틀어 명상을 구체적 증상에 적용해 종합적으로 다룬 경우는 이 책이 거의 유일하다”며 “정신치료와 명상의 놀라운 변화와 성장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책에서 심리치료가 다루고 있는 두 가지 주제인 ‘지혜’와 ‘자비’는 인간의 궁극적 행복을 위해 우리 모두가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편저자 크리스토퍼 거머 / 역자 서광스님 / 학지사

■ 저자 크리스토퍼 거머 박사는 …

임상심리학자이자 마음챙김과 연민심 등을 기반으로 한 심리치료 전문가다. 독일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인도 문화와 불교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20대 초반 스리랑카 명상센터에서 위빠사나 명상을 경함한 뒤 불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대학 졸업 후 심리치료와 불교명상의 접목에 흥미를 갖고 지속적으로 불교공부를 하고 있으며, 1978년부터 명상의 원리와 수행을 심리치료에 통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 임상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3044호/2014년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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