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예술단 ‘무소의 뿔’

불교음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예술과 문화는 사람의 감성을 자극해 대상을 가장 친근하게 여기게 하는 매개체다. 불교음악이 발전해야 하는 이유는 ‘K-pop’의 사례를 보면 금세 드러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불교음악은 불자들에게조차 낯설고 멀어 보인다. 이즈음 불교음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선언한 단체가 있어 주목된다. 불교예술단 ‘무소의 뿔’이 주인공이다.

불교예술단 ‘무소의 뿔’은 무척이나 낯선 단체다. 지난 2013년 5월 창단했다는 짧은 역사도 원인이지만 미국에서 결성됐다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무소의 뿔’은 제1회 공연을 미국 뉴욕의 원각사와 불광선원에서 열었다. 한국 찬불가를 제작 발표하는 ‘무소의 뿔’이 국내가 아닌 외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음악감독 이진구 씨의 원력이 작용한 결과다.

찬불가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목표로 의기투합한 ‘무소의 뿔’ 멤버들. 왼쪽부터 소프라노 유현주, 음악감독 이진구, 피아노 권성혜 씨.

이 감독은 불교음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유능한 작곡가다. 지난 2005년 종단이 주관한 창작찬불가 공모전에서 ‘내 마음의 부처’라는 곡으로 대상을 수상했고, 이듬해에는 대만 불광산사에서 주최한 ‘세계불교음악 작곡 공모전’에서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불교음악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성공과 영예를 거머쥘 수 있었지만 그는 돌연 국내를 떠났다. 뮤지컬 공부를 목적으로 미국행을 결정했다. 뮤지컬에서 불교음악의 미래를 발견하고 결행한 발걸음이었다. 개인 공부로 도미했지만 찬불가에 대한 애정과 원력까지 접을 수는 없었다.

불교예술인이 전무하다시피하고 공연 기회조차 적은 그곳의 형편을 보고는 결성한 것이 ‘무소의 뿔’이다. 특히 유년기에 불교와 친근하기 위해서는 찬불가가 제격이라는 생각에 어린이 예술단도 산하단체로 조직했다.

이름하여 ‘주니어스 세다’다. 세다(SEDA)는 ‘Singing Ensemble Dancing Acting’의 머릿글자를 조합했다.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까지 하는 종합예술단의 개념과 ‘강하다’는 의미의 사전적 의미가 합쳐진 이름이다.

미국서 첫 출발한 종합예술단체

종교 인종 뛰어넘는 음악으로

찬불가 대중화 세계화가 목표

순전히 이진구 감독의 개인 원력으로 꾸려졌지만 취지에 공감한 예술인과 스님들이 모여 그럴듯한 단체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단체의 목표는 단순하지만 명징하다. ‘찬불가의 대중화와 세계화’. 이를 위해 전형적인 찬불음악에서 벗어나 타종교인과 외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대표곡이 ‘산사의 새벽 종소리’다. 조계종 원로의원 정관스님이 작사한 이 곡은 불교 고유의 범패와 서양 음악이 만났다. 범패하는 스님과 성악가가 듀엣으로 부르며 불교전통음악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시도했다.

‘부처님 탄생 축가’라는 곡은 ‘Celebration’이라는 영문제목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영어 가사와 한국어를 함께 담았다. 풍물패와 퓨전 밴드의 반주에 맞춰 한국 장단과 가락을 기초로 만들어져 찬불가의 세계화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노래다.

올해 한국에서의 2회 공연을 계기로 ‘무소의 뿔’은 찬불가 대중화 및 세계화 목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부처님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드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르면 오는 11월 미국에서 쇼케이스 무대를 연다.

또 많은 불교음악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 개편과 명칭 변경 등에도 주력하게 된다. 종국에는 대형 찬불음악 작품을 제작해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토대 조성에 매진할 계획도 세웠다.

지난 19일 서울 연화사에서 연습에 한창인 ‘무소의 뿔’ 합창단.

이진구 음악감독은 “우리 단체뿐 아니라 불교음악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기를 부탁한다”며 “불교음악인들이 설 무대가 많아져야 불교음악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불교예술단 ‘무소의 뿔’은 지난 26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2층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제2회 정기공연을 펼쳤다.

이날 공연에서는 이진구 음악감독의 창작찬불가가 발표됐다. 고불총림 백양사 포교국장 수안스님, 조계사 정묵스님, 소프라노 유현주, 피아노 권성혜, 가수 그레이스 신과 함께 지선사 연화사 금륜사 다워합창단 등 연합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불교신문3044호/2014년9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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