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

윤인모 지음 / 판미동

세계적 명상가이자 인도출신 철학가 오쇼 라즈니쉬(1931~1990)가 죽으면서 자신의 매개자로 지목한 아난도가 20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룹명상가들과 가진 질의응답 중 결혼생활에 대한 답변이다.

“우리가 누구를 선택할 적에 정말 그의 온전한 모습을 들여다보고 하는건지 아닌지 생각해보라…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사람과 계약을 하고 평생 함께 산다는 건 자연스럽지 못하다. 우리는 바뀌기 때문이다…상대방을 변화시키려고 시도하지 않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지금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은 매우 드물다. 사람들은 상대를 바꾸려고 하면서 좌절을 겪게 되는데 그것은 잘못된 시발점이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고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당신이 상관할 바도 아니고, 할 수도 없다.”

이어서 사랑이란 명상으로 들어가는 길을 제시했다. “다른 사람을 비난하는 게 더 쉽고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 에고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반응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은가.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자신을 배울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먼나라 아닌 저잣거리에서

새로운 삶 가능성 추구하는

구도자들과 좌충우돌 만남

‘명상담론 말놀이’ 부수고

통찰ㆍ지혜 유쾌하게 전달

2001년부터 100여차례 명상캠프를 열고 지도한 윤인모(52)씨가 이처럼 저잣거리에서 내면의 깨달음과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추구하는 구도자들과의 좌충우돌 만남을 책으로 엮어냈다. <까칠한 구도자의 시시비비 방랑기>다.

저자에 따르면 그동안 구도자 이야기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를 주기는 하지만 나와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다. 대개 인물을 과장ㆍ미화하거나, 등장인물들은 이색적이지만 저자 자신은 객관적인 관찰자의 역할을 맡아 극적 사건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책은 각 인물과 정면승부를 펼쳐 문제의 핵심으로 곧장 뛰어들어가거나 오랜 시간 밀접한 친분관계를 유지하면서 그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 인생 전반을 통찰한다.

일찍이 정규교육과 담을 쌓고 광고회사 직원부터 공장 노동자까지 다양한 직종을 두루 거쳐 명상의 길을 가는 독특한 이력의 저자는 스스로 문제적 수행자 역할을 자처하며 고상한 명상담론의 말놀이 게임을 부숴버리고 갖가지 예측불허의 사건들을 일으킨다.

“삶속으로 계속 들어가라

구체적인 현실 떠나서는

공부도 깨달음도 없다…”

고정관념과 일상의 경계를 뛰어넘는 인물들과의 만남을 통해 삶의 새로운 진경을 보여주고, 인생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유쾌하게 전한다.

책에서는 명상수행의 좋은 점만을 드러내기 보다는 거기에서 생기는 여러 문제점을 꿰뚫어보며 그 허와 실을 살핀다. 삶과 현실에 대한 새로운 가치관과 통찰, 몸과 영혼에 대한 비전, 명상수행계의 주요 이슈 등 무겁거나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주제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밀교수행자들과의 만남에서는 쿤달리니 현상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담을 들으면서 시중에 떠도는 사이비 논쟁들도 고찰한다. 한국의 대표적인 영적 스승과의 만남에서는 “영적인 문제가 대중적 가치와 포장된 상품 수준으로 환원되고 유포되는 것”에 대한 회의를 표하며 성과 명상 등 수행에서 일어나는 민감한 문제에 대한 격론을 이어간다. 

그리고 여러 영적인 인물들을 경험하고는 “영적인 능력과 참된 지혜는 반드시 비례하지도 일치하지도 않는다. 명상인들이나 수행자들은 많은 경우 그 때문에 더욱 어리석어지기 일쑤”라는 결론에 도달하기도 한다.

20대부터 명상을 시작한 저자는 네팔 히말라야 인도여행과 인도 푸나아쉬람에서 집중수행을 하면서 기른 내공으로 현재 명상을 지도한다. 사진제공=판미동

명상수행계에서 끊임없이 논의되는 주제들에 가감없는 비판을 가하면서도 개개의 인물과 삶에 애정어린 시선을 결코 잃지 않는 것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다.

결국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구체적인 삶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삶과 명상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우리 삶의 기반이 되는 현실을 떠나서는 공부도 깨달음도 없다는 ‘삶에 뿌리박기’를 강조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비범한 사람들의 삶에 자극받아 흔들리곤 한다. 하지만 비범한 사람들은 왕왕 평범한 삶에 의해 무너지곤 한다.

비범한 것을 끝없이 요구하는 이 도시 속에서 우리 대부분은 비범한 자들의 지옥을 거쳐 평범한 것들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고 마는 그런 여행자들이다.” “삶 속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라. 어떤 상황도 받아들이고 불꽃처럼 살라”는 뜻이다.

저자는 1999년부터 월간 <정신세계> 기획위원, <삶과 명상> 발행인 등을 거쳐 현재 명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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