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두공부의 문을 열다

이수경 지음 / 운주사

“자신의 근기와는 상관없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화두들, 예컨대 ‘무자’ 화두나 ‘뜰 앞의 잣나무’, ‘마삼근’ 등의 화두를 틀에 박힌 듯이 무작정 참구하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스스로 지칠대로 지쳐버린 수행자가 너무 많다.”

간화선 수행을 한지 40년이 넘는 재가수행자가 <선문염송>의 53가지 이야기를 가려뽑아 기존의 화두공부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하고 나섰다. 저자는 수행에 있어서 화두의 참된 의미와 화두공부를 하는 올바른 방법을 체험과 풍부한 식견을 바탕으로 하여 냉철하고도 엄밀하게 설명한다.

책에 수록된 공안이 53개인 것에 대해 저자는 “<선문염송>의 수많은 일화들 중에서도 독특하고 뛰어나서 수행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백미들로 구성했으며, 이것으로도 화두공부 하는데는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올해 67세인 저자는 스무살 무렵 부친으로부터 석가모니부처님의 정각 이야기를 듣고 발심했다고 한다. 이후 <금강경> 공부를 시작으로 선지식들로부터 참학한 후에 <화두의 융합과 초점>, <화두선 요결>, <무문관의 새로운 해석> 등을 출간했다.

저자는 화두를 ‘타파한다’라는 의미에 문제소지가 많다는 지적도 했다. “화두타파라는 용어 자체는 화두를 쳐서 깨뜨린다는 의도가 들어있는데, 이런식의 발상은 화두 미해결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화두타파라는 말은 근본적으로는 화두, 즉 공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빚어진 엄청난 오해의 소산이며,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의단에 대한 이해를 분명히 할 것을 주문했다. 대의단이란 화두가 사라지면서 나타나는 인간정신의 밀봉현상. 인간정신의 탈출구가 사라지면 그 정신세계 전체를 가리켜 대의단이라고 호칭하는 것이다. 존재자체의 밀봉상태에서 공부를 지어나가는 것이 화두공부의 요령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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