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불광’ㆍ‘불광법회’ 40년 걸어온 길

“1970년대 중반 한국사회는 암울했고, 더욱이 불교는 무속과 기복이 판치고 종단적 체계를 잡지 못한 상태에서 기독교세로 인해 변방으로 떠밀리는 위기상황이었다. 이에 사무친 광덕 큰스님은 불교의 생활화 대중화 한글화를 내걸고 월간 〈불광〉을 창간했고, 창간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1975년 10월 불광법회를 창립했다.”

지난 16일 서울 불광사 회주 지홍스님은 불광 창립 40주년을 맞아, 40년 전 당시를 이같이 회고했다. 당시 지홍스님은 광덕스님을 시봉한 상좌로, 1999년 광덕스님이 입적하고 지금까지 큰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불광의 오늘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1975년 10월 서울 종로 대각사에서 열린 첫 불광법회를 봉행하고 찍은 기념사진. 가운데 광덕스님. 아래 작은 사진은 불광법회 창립에 앞서 창간된 월간 불광 창간호 표지사진. 사진제공=불광사

지홍스님은 “큰스님은 신도들에게는 자비로우셨지만, 제자들에겐 차갑고 혹독했다”고 하면서, 월간 불광 편찬과정에서 권두언부터 편집후기까지 광덕스님이 모조리 원고를 쓸 정도로 열정적이었고, 필진들 성향을 철저히 분석하고 때에 따라서는 스님이 집필한 원고를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어 게재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월간 불광은 이른바 ‘정법불교’에 목마른 대학생들과 불교학자, 직장인들에게 감로수와 같았다. 창간독자들은 책을 받아보는데 그치지 않았다. 법회를 열어 법석을 만들어보자는 의견들이 모아졌다. 정확하게 43명. 1975년 10월16일 목요일 저녁 7시 종로 대각사 노천법당에서 열린 첫 불광법회의 창립멤버들이다. 직장인들을 배려해서 퇴근 이후로 시간을 잡았다.

매주 목요일밤 대각사에는 불광법회에 몰려오는 젊은불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30여평 법당이 꽉 들어차 노천까지 열었고, 어느새 절마당도 앉을자리가 없는통에 도량불사가 불가피했다. 불광법회는 고민 끝에 ‘화주책’을 만들었다.

말그대로 화주를 받아 기입하는 노트다. 학생들은 용돈을 아껴 화주하고, 직장인들은 동료들을 설득해 마음을 보탰다. 일부는 불사금 마련을 위해 물건을 팔아서 수익금을 고스란히 화주하기도 했다. 마침내 1982년 10월 잠실 허허벌판에 불광사가 창건됐다.

불광법회 창립에 앞서 창간된 월간 불광 창간호 표지사진. 사진제공=불광사

“좋은 부지도 많은데 왜 하필 외진 잠실이냐”는 불멘소리도 있었고, “불사건립금도 없는데 차라리 여타 수사찰을 빌려 포교하면 더 수월할 것”이라는 주장도 많았지만 광덕스님은 기어코 잠실에 도량을 건립했다.

지홍스님은 “이제와서 생각하면 큰스님의 판단이 옳았다”고 말했다. 염려했던 도심전법도량 불광사는 승승장구했다. ‘법등’이라는 독특한 신도조직 체계를 구축해서 튼튼한 재가불자 기반을 다졌고 교육과 문화포교 및 사회사업에 앞장서면서 대중의 원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한 ‘불광운동’을 성공리에 펼쳐갔다.

지난 2013년 사부대중 1만명의 원력을 모아 중창불사를 원만회향한 불광사는 이제 불광의 미래와 한국불교의 희망을 위해 또다시 옷깃을 여미고 있다.

지홍스님은 “산업화시대였던 1970년대 불광이 차지했던 역할과 위상을 글로벌 시대, 정보화 시대인 오늘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전법 모델로 개발하고, 한국불교를 선도해야 할 책임감을 통렬히 느끼고 있다”고 피력했다.

현재 200여명의 스님과 불자들이 ‘불광’의 현재와 미래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수행과 신행공동체, 송파지역문화공동체를 건설하고 고령화ㆍ정보화ㆍ국제화ㆍ핵가족시대를 겨냥해서 불광정신을 계승하고 전법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원력으로 일하고 있다.

지홍스님은 “이 시대 불교와 사찰은 더이상 제사와 불공 기도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종합복지문화도량으로 탈바꿈해서 사회의 변화와 함께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할 줄 알아야만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며 “사부대중과 함께 공론화의 장을 열어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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