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압사 성요셉성당, 한마음 체육대회

지난 13일 오전9시가 다가오자 서울 탑동초등학교 운동장으로 주민들이 삼삼오오 집결했다. 이들이 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호압사 신도는 이쪽으로 오세요” “성당은 운동장 쪽 천막으로 가시면 됩니다”라며 신자들을 반겼다.

이들은 서울 시흥2동에 위치한 호압사와 시흥5동에 위치한 성요셉성당이 ‘좋기도 좋을시고, 사랑은 더하고 기쁨은 나누자’라는 슬로건으로 함께 연 ‘제1회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가한 불자와 가톨릭신자들이다.

호압사는 성요셉성당이 지난 2013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봉축 현수막을 내건 것을 계기로 부처님오신날과 성탄절마다 교류를 갖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호압사가 지난해 자체적으로 체육대회를 가진데 이어 올해는 성당과 함께 갖자고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지난 13일 열린 한마음 체육대회에서 호압사와 성요셉성당 신자들이 운동경기를 통해 화합을 도모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사찰과 성당의 상징물을 함께 담아낸 흰색 유니폼과 간단한 요깃거리, 기념품, 경품응모권을 건네받은 뒤 양쪽 천막으로 이동했다. 간단한 개막식에 이어 호압사 자비팀과 성요셉성당 은총팀은 북소리에 맞춰 노끈으로 만든 응원도구를 휘날리는 등 뜨거운 응원전 속에서 첫 종목인 족구경기를 시작했다.

사찰과 성당 응원단에서 환호와 탄성이 오가다보니 자연스레 경기도 박진감이 넘쳐났다. 족구와 투호, 단체줄넘기, 2인3각달리기 등을 펼친 자비팀과 은총팀은 피구에서는 경기가 과열돼 한때 감정싸움이 표출되기도 했다.

주지 스님과 주임 신부가 서둘러서 승패를 가누는 게 이번 대회의 목적이 아니라 화합을 다지는 만큼 다함께 경기를 즐기자고 제안하자 양쪽 신자들은 곧바로 화해한 뒤 즐거운 시간을 이어갔다. ‘날마다 좋은날 되소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박을 터트린 사찰과 성당 신자들은 마지막 종목인 계주를 통해 하나가 됐다.

특히 마지막 계주 주자로서 앞섰던 우봉스님이 정동훈 신부를 한동안 기다린 뒤 함께 손잡고 달림으로써 종교들이 대립과 반목이 아닌 소통과 화합을 해야 함을 몸소 실천하며 보여줬다. 결승전 앞에서 승리를 서로 양보하다 우봉스님이 정 신부의 등을 살짝 밀며 결승전을 통과시킴으로써 이날 대회는 4대4 무승부로 결정났다.

호압사 주지 우봉스님은 개회식 축사에서 “두 팀 사이에 있는 족구 네트가 둘을 가로막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큰 구멍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수 있듯이 사찰과 성당도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면서 “사찰과 성당이 지역화합과 동체대비를 앞장서 실천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동훈 성요셉성당 주임신부도 “다르다는 것은 판단과 수정의 대상의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대상”이라며 “이번 행사는 이기려고 하기보다 종교인으로서 화합하는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체육대회에 참가한 이경순(법명 인향화) 호압사 연화회장은 “오랫만에 운동을 하니 스트레스가 풀릴 뿐만 아니라 지역 내 성당과 함께 종교간 화합도 도모함으로써 더욱 더 의미가 깊은 만큼 앞으로도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불교신문3042호/2014년9월2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