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지고 싶을 때

인도네시아에 갔었다. 중국사찰을 참배했다. 이 곳 저 곳을 둘러보다가 불교용품점에 들렀다. 규모는 의외로 작았고 물건도 그리 좋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별 관심 없이 불교용품점을 둘러보다가 포대화상을 발견하고는 시선을 사로잡히고야 말았다. 포대화상이 너무나 예쁘게 다가왔던 것이다. 인사동 불교 용품점에서 흔하게 보는 포대화상과는 달리 표정이 정말 귀여웠다. 배는 보통 포대화상을 닮았지만 얼굴 표정은 달랐다. 동자승 얼굴에 멋진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내가 기억 하는 포대화상 웃음 가운데 가장 멋진 것이었다. 나는 동자 포대화상의 배와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웃음에 매료되었다.

우리가 지닌 것 중에 웃음보다 멋진 것이 있을까. 웃음은 천 번의 찬사보다 더 우리를 즐겁게 한다. 말은 웃음을 그릴 수 없지만 웃음은 가장 아름다운 말을 그려낼 수 있다. 누가 내게 천 마디의 말을 한다고 해도 웃기는 힘들다. 그러나 누군가 내게 미소 지어보인다면 나는 그를 따라 미소 짓게 된다. 이것이 웃음의 힘이다. 말이 없어도 웃는 것 하나로 웃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살아가고 있을까.

포대화상의 웃음은 우주와 통하는 웃음이다. 나는 그의 웃음 앞에 서면 그 웃음이 얼마나 큰가를 떠올리고는 한다. “발우 하나로 천집에 밥을 빌며/ 몸은 고고히 만리를 노닌다/ 알아보는 이 별로 없어라/ 떠도는 흰 구름에 길을 묻노라”

몸은 고고히 만리를 노닐고 떠도는 흰 구름에 길을 묻는 자유인이 짓는 웃음에 어찌 걸림이 있으랴. 하지만 포대화상의 웃음만이 우주와 통하는 것은 아니다. 웃는 순간 누구나 우주와 같은 크기의 존재가 된다. 웃는 순간은 어느 누구도 근심에 걸리지 않고 자기에 한정 되지 않기 때문이다. 웃는 순간 우리는 그냥 시간과 공간을 떠난 ‘웃음’이 되기 때문이다.

내 책상 앞에는 동자승 얼굴을 지닌 포대화상의 웃음이 걸려 있다. 나는 날마다 그 웃음에 빠지는 연습을 한다. 날마다 웃는 멋진 스님이 되기 위하여.


* 산사의 풍경과 일상을 통해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글로 독자들의 심금을 울렸던 성전스님이 이번 호부터 매주 행복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글을 싣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을 바랍니다.

[불교신문3041호/2014년9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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