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보살’로 살펴본 불교용어의 사회화

열정적 응원 보내는

‘보살 팬’까지 등장

 

본래 의미와 다르지만

긍정적 표현으로 확산

 

 

부정적 의미로 사용

변질된 용어들은

 

호법 차원에서

본래 의미로 되돌려야 

불교용어는 역사와 함께 하며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무분별하게 사용되면서 본래 의미가 왜곡되는 경우가 빈번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비교적 많이 사용되는 불교용어를 설명한 그림.

최근 뉴스나 온라인상에서 ‘보살’이라는 표현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SNS를 주로 사용하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성격이 좋아 보이는 사람, 성실한 사람, 인내심이 많은 사람, 화를 내지 않는 사람 등을 비유적으로 보살로 표현하고 있다. 선행을 펼친 연예인이나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는 아이돌 스타를 가리켜 ‘보살같다’고 표현하거나 승패에 관계없이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향해 열정적인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보살 팬’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같은 맥락으로 언론이나 방송에서도 심심치 않게 보살이라는 말을 접할 수 있다.

흔히 사찰에서 여성 불자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해왔다. 사찰을 찾아 시주와 보시를 하는 여성 불자들을 보살의 보시행과 비교해 존칭하는 의미해서 통용되어 온 것이다. 보살은 보리살타의 준말로 불교의 이상적 인간상, 깨달음을 얻은 경지가 부처님 다음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다. 최근 통용되고 있는 보살이라는 표현은 본 의미와는 다르게 사용되고 있지만 젊은 세대에게 긍정적인 표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과거 화두, 중도, 선문답, 장광설 등의 불교 용어가 정치권이나 언론을 중심으로 널리 사용돼 온 것과 비교할 때, 보살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보살이나 화두, 중도 등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불교에서 유래한 것이 적지 않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가운데서도 불교 용어인줄 모르는 사용하는 사례도 상당수다. 늘 있는 예사로운 일을 뜻하는 ‘다반사(茶飯事)’는 본래 불교용어로 차를 마시고 밥을 먹듯이 일상생활이 곧 선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상징한다. 여러 계층의 많은 사람을 일컫는 말인 ‘대중(大衆)’은 부처님께 귀의한 신도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눈 깜짝할 새를 뜻하는 ‘찰나(刹那)’도 불교에서 시간의 최소단위를 나타내는 말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가 안 되는 대화를 뜻하는 말인 ‘선문답(禪問答)’ 역시 불가에서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자들의 문답을 이르는 말에서 유래됐다.

건장하고 씩씩한 사내라는 뜻으로 통용되는 대장부(大丈夫)의 경우, 부처님의 별호인 여래십호 가운데 하나인 ‘조어장부(調御丈夫)’에서 유래됐다. 사람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사람이란 뜻으로 부처님이 방편을 사용해 중생을 제도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흥미진진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중심인물인 주인공(主人公)은 원래 득도한 인물로 외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번뇌망상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자아를 일컫는 말이었다. 

특정 대상에게 경고하는 의미로 사용하는 각오(覺悟)는 거룩한 지혜를 일어나 잠을 깨는 것과 같이 훤하게 진리를 깨닫는다는 뜻으로 수행자들이 부지런히 공부해 불법을 깨닫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문의 입구를 지칭하는 현관(玄關)은 불교에서 깊고 묘한 이치에 통하는 관문을 뜻하는 말에서 비롯됐다. 공부(工夫) 역시 불가에서 참선을 한다는 뜻으로 쓰던 통용되던 말이었으며, 설법을 하던 장소였던 강당도 많은 사람이 한 군데 모여 의식이나 강연 등을 들을 수 있는 큰 장소를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불전에 꽃을 뿌려서 공양을 올리는 의식을 뜻하는 말인 산화(散花)는 ‘산화한 용사들’과 같이 전장에서 죽어간 젊은이나 의로운 죽음을 가리키는 말로 변했으며, 불전(佛典)을 올바로 평가하고 편찬하는 일을 의미하던 결집(結集)은 많은 이들이 한 곳에 모인 모양을 의미하는 말로 변했다.

이처럼 세속에서 널리 사용되면서 불교 용어가 가진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사용되면서 불교용어인 줄 모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불교는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를 거치는 동안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일상생활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쳤다. 이 과정에서 불교 용어 역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 언어와 조우하며 발전해왔다. 하지만 불교 용어가 본래의 뜻에서 왜곡되거나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상당수다. 조선시대를 거치며 숭유억불 정책의 일환으로 불교용어를 비하하거나 왜곡, 폄하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불교에서 유래된 용어라고 하더라도 타종교를 대표하는 용어로 의미가 변한 단어들도 많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부처님께서 룸비니에서 탄생하시며 설하신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다. 인간의 존귀한 실존성을 상징하는 이 말은 천하에 자기만큼 잘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하거나 아집(我執)을 가진 사람을 일컫는 말이 되어 버렸다. 제자의 행위를 교정해 주고 그의 사범이 되어 지도하는 고승(高僧)에 대한 경칭인 아사리는 질서가 없이 어지러운 곳이나 그러한 상태를 뜻하는 아사리판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야외에 자리를 마련하여 부처님의 말씀을 듣는 자리라는 의미에서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습이라는 뜻으로 변한 야단법석(野檀法席), 폐사를 막기 위해 사원 유지에 힘써온 스님을 뜻하는 사판(事判)과 수행을 통해 불법을 계승해 온 스님을 뜻하는 이판(理判)이 막다른 궁지라는 뜻의 부정적인 의미로 전이된 이판사판(理判事判) 등도 대표적이다. 천당(天堂), 장로(長老), 전도(傳道) 등도 불교에서 비롯된 용어다. 하지만 기독교 유입 이후 불교 용어들을 차용하며 이제는 기독교를 대표하는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불교에서 부처님의 뜻을 전한다는 뜻으로 널리는 쓰이는 포교 역시 기독교 일부에서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에서 교리를 전파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선교와 달리 포교의 경우는 이단 세력이나 타종교의 선교를 포교라는 용어를 통용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 명예교수 법산스님은 “불교에서 쓰는 용어들이 사회화되면서 사람들이 불교에 대한 접근성이나 이해력을 높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며 “부정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들의 경우 호법 차원에서 본래 의미로 되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도 “불교에서 나온 말이나 불교에 어원을 두고 있는 용어들이 널리 통용되는 것은 불교가 오랫동안 우리사회에 영향을 미친 결과”라며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사용되는 불교 용어들이 본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문화포교의 측면에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041호/2014년9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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