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불상의 마음

고명석 지음 / 조계종 출판사

사찰에서 만나는 수많은 불보살은 실재일까 허구일까. 불보살상을 보며 떠올랐던 궁금증을 한 번에 풀 수 있는 책이 나왔다. 고명석<사진> 조계종 포교원 포교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최근 불보살과 십대제자를 다룬 <누구나 알고 싶어 하는 불상의 마음>을 펴냈다.

이 책은 절판됐던 <100문100답-불보살신중편>(대원정사 1998)의 개정판으로, 15년 새 달라진 불교학 연구결과를 반영하고 현대적 해석을 덧붙인 것이다. 경전적 근거도 추가한 것 외에도 불보살의 가르침을 신행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게 불보살에 따른 기도 및 수행도량을 함께 소개했다.

절판됐던 ‘백문백답 불보살편’ 개정판

불교학 연구결과ㆍ현대적 해석 덧붙여

불보살에 깃든 사상 예술 신앙 총정리

“불교문화 안목 다져 신앙심 고취되길”

3장으로 구성된 책은 부처님과 보살, 십대제자에 대한 내용으로, 불보살의 이름과 탄생배경, 역할, 역사와 신앙, 문화적 특징이 정리돼 있다. 기존에 나온 책들이 불보살에 대해 단편적으로 소개했다면, 이 책은 불보살을 통해 불교교리는 물론 사상과 예술, 신앙 전반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독교에 예수가 한 명인 것과 달리 왜 불교에는 한 분의 부처님이 아닌 여러 부처님과 수많은 보살들이 존재할까. 저자는 이 땅에 수많은 불보살과 신중이 있는 이유만 알아도 불교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양한 부처님과 보살이 존재하는 까닭에 대해 저자는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고 누구나 깨달음의 성품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곧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불교의 핵심과 일맥상통한다.

석굴암 본존불 주위로 보살상과 십대제자가 조각돼 있다. 이 십대제자상은 “<유마경>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배치됐고 경전에 묘사된 내용에 근거해서 형상화했다”고 고명석 연구원은 밝혔다.불교신문 자료사진

경전 속에는 많은 불보살이 원력이나 특성, 시간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열반에 이르기 전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고 당부했던 석가모니부처님은 권위라곤 찾아볼 수 없는 성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중생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남겼다.

열반에 든 부처님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처님께서 진리의 세계로 돌아갔다는 구원불 신앙으로 승화됐고, 삼신불로서 영원히 세상에 머무는 존재가 됐다. 영원한 법신불 비로자나불 외에 아미타불이나 약사여래는 중생구제의 원력에 따라 각각 다른 불국정토를 관장하며, 연등불은 과거의 부처님, 미륵불은 미래의 부처님이며 비로자나불은 법신불로서 온 우주에 편만한 부처님이다.

이처럼 많은 불보살이 불교 속에 등장하는 건 불교 특유의 유연성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불교가 획일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유연하며 부드럽기 때문”이고 불교가 “시대와 역사에 따른 다양한 문화에 직면하여 그 상황에 맞는 맥락에서 사람들과 함께 호흡”해 온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불보살의 존재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함께 저자는 몇 가지 의문을 던지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유발한다. 예컨대 왜 노사나 부처님 재일은 있는데, 비로자나 부처님 재일은 없을까. 관세음보살은 남성일까 여성일까. 천수천안관음보살은 왜 천개의 손과 눈을 갖게 됐을까 등이다.

우선 혼란스러웠던 관세음보살의 성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면 “보살은 여래와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을 초월한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기 때문에 관음 관계 경전의 대부분은 여성의 형상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7세기 중엽 이후 힌두교의 여성숭배 신앙이 불교에 유입되면서 여성적인 모습을 한 관음이 경전 상에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달라졌다. “중국 송나라나 고려시대 이후 관음에 여성적 이미지가 도드라지게 드러나”며 “관음신앙이 중국적 변용을 거치면서 관음영험과 결부돼 여성상으로 변화됐을 것”이란 게 저자의 추정이다. 그 외의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석굴암에 조성된 십대제자 배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한 것도 성과로 꼽을 수 있다. 저자는 “그간의 추정들을 <유마경>을 근거로 확신했다”며 “십대제자상은 <유마경>에 등장하는 순서대로 배치됐고 경전에 묘사된 내용에 근거해 십대제자 특징을 조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명석 포교원 포교연구실 선임연구원

일례로 유마거사가 모포를 덮고 움츠린 형상으로 조상된 것이 “중생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유마거사의 말을 근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한 가섭존자와 아난존자의 역학관계와 업적 등도 상세하게 설명해 십대제자에 대한 안목도 길러준다.

한편 고명석 선임연구원은 동국대 인도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불교연구원 연구교육 간사, 대원정사 출판부장 및 편집부장을 역임했다.

[불교신문3039호/2014년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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