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담 평설 아함경

“아함경을 엮어내면서 아함 이후 반야공(般若空)의 교설, 공함도 공하여 거짓 있음(假有)이 연기함을 밝히는 유식ㆍ여래장의 교설, 있음과 없음을 뛰어넘은 화엄ㆍ법화의 중도 교설이 모두 만법의 인연생기(因緣生起)를 밝힌 초기 교설의 해석이며, 그것의 발전이라는 관점으로 경전을 엮고 풀이했다.”

선(禪)과 교(敎)가 둘이 아님을 주장하며 그동안 많은 불전 해석서를 펴낸 학담스님이 우리말로 풀어 쓴 <아함경>을 펴냈다. 초기불교 경전인 아함경을 쉽게 풀이한 <학담 평석 아함경>이 바로 그것이다. 아함경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 전승하고 있다.

학담스님은 지난 8월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처님의 육성 설법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려낸 이번 책이 일반 대중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길사

지난 8월2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학담스님은 “부처님의 육성 설법을 시대의 언어로 되살려낸 이번 책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총 12책 20권으로 출간된 이 책은 집필에 4년, 교정교열 및 편집만 2년이 걸렸다. 12책을 모두 합치면 원고지 4만여 매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학담스님의 아함경은 장아함, 중아함, 잡아함, 증일아함 등 4아함의 기존 체제에 구애받지 않고 새롭게 구성했다. 책은 불(佛), 법(法), 승(僧) 등 삼보(三寶)의 관점에서 아함경을 바라보고 아함경을 귀명장, 불보장, 법보장, 승보장 등 네 개의 체제로 나눴다. 한문 경전은 직역을 원칙으로 했으며, 한자로 된 불교 용어와 개념도 최대한 우리말로 풀이했다.

12책 20권…4년간 집필

교열ㆍ편집만 꼬박 2년

기존 체제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시각 파격적 구성

예를 들어 무소유(無所有)는 ‘가지지 않음’이라는 단순 개념이 아닌 ‘가지지 않는 행’이라는 말로 풀었다. 공관(空觀)은 ‘비었다는 살핌’, 상(想)은 모습 취함, 행(行)은 ‘지어감’, 입처개진(立處皆眞)은 ‘온갖 질곡과 모순의 삶 속에 참된 주체로 세워줄 것’ 등으로 옮겨 책의 이해를 돕고 있다.

스님은 이날 초기 경전과 대승을 하나로 꿰뚫는 ‘통일적 이해의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나의 가르침은 처음도 좋고 가운데도 좋으며 끝도 좋아(初中後善) 한맛으로 진실됨’을 선언한 붇다께 어찌 두 말이 있고 다른 말이 있겠는가. 듣는 중생의 근기와 취향에 따라 가르침의 언어적 방향이 달라질지언정 그 돌아가는 뜻은 하나이다.”

그러면서 상좌부 불교의 팔리어로 된 불전만이 부처님 육성법문이고, ‘대승경전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다’고 하는 비불설(非佛說)로 바라보는 것에 대해 우려했다. 한문 문헌 위주로 전승돼온 한국불교에서 팔리어 연구가 끼친 영향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팔리어만이 원전’이라고 하는 주장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즉 부처님의 근본 교설이 남방 전승어인 팔리어와 북방 전승어인 산스크리트어 등 양대 언어체계로 기술됐음을 간과했다는 것. 한역 4아함은 인도의 여러 부파에서 팔리어로 전승돼 온 초기 교설을 산스크리트어로 종합 재구성한 문헌을 중국에서 번역한 것이다.

三寶 관점서 ‘아함경’ 기술

한문경전 직역을 원칙으로

최대한 우리말로 쉽게 풀이

‘통일적 이해 고리’ 만들어

“불교사상 위대한 성과물”

스님은 “초기경전과 대승은 둘이 아니다”며 “팔리어 문헌을 연구하면서 4아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보다, 상호보완적 시각을 가져야만 초기 불교교설의 우리말 번역과 원시교설의 원형 복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1980년대 대승불교승가회와 선우도량 일원으로 종단 개혁에 앞장섰고 선(禪)의 사회적 실천에 힘써왔다. 이날 스님은 “문자 없이 행위하는 선은 은둔하는 선이 되고 밖으로 뛰기만 하는 선은 자기 주체 없이 역사의 흐름에 흘러가는 행위”라며 “선에 진정한 인식은 역사와 사회에 대한 언어적 실천과 사회적 실천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자리를 함께 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국불교사에 남을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성과”라고 <학담 평석 아함경>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스님은 “이제 다시 시작”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 책이 그대로 완성본일 수는 없다”며 “번역은 한 곳에 멈추어서는 안 되고 끊임없는 재번역의 과정을 거쳐 새롭게 다듬어지고 보완돼야 한다”고 밝혔다.

1970년 경주 분황사에서 도문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동헌스님의 문하에서 선 수업을 거친 뒤 상원사, 해인사, 봉암사, 백련사 등 제방선원에서 정진했다. 시대의 선각자이자 독립운동가로 발자취를 남긴 백용성 스님의 유업을 계승하고자 서울 종로에 대승사 도량을 개설하고 역경불사를 진행해 왔다.

그동안 <사십이장경강의>, <돈오입도요문론>, <원각경관심석>, <법화삼매의 길> 등 많은 불전 해석서를 발간했다. 더불어 한길사에서 출간한 <물러섬과 나아감>, <소외와 해탈의 연기법>, <선으로 본 붇다의 생애> 등의 저서가 있다.

[불교신문3039호/2014년9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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