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절 포교 비법 - 화성 신흥사 지역법회

신도에게 필요한 모임 통해

결속력 다지며 신심 높여

 

장기 입원 하던 중 개종한

노보살의 사연을 통해

신도간 상조의 필요성 느껴

지역법회 구성ㆍ애경사 같이해

지난해 6월 신도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템플스테이. 신흥사에서는 지역법회와 계층별 세분화된 법회를 통해 지역포교를 하고 있다.

2012년 제24회 조계종 포교대상 수상자, 화성 신흥사 주지 성일스님이다. 1973년 폐허나 다름없던 사찰을 일궈 대규모 수련관을 건립하고, 부처님 교화이야기를 석상으로 표현한 교화공원을 조성하는 등 대작불사를 완성했다. 그 힘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8월24일 신흥사를 찾았다.

 

화성시 서신면에 위치한 신흥사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에 위치한 사찰이다. 주변에 인구도 그리 많지 않고, 포도와 과수농사를 짓는 가구가 다수다. 집도 뛰엄뛰엄 위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인근에 교회도 없을 정도로 주민을 만나기 쉽지 않은 위치다.

하지만 국고 지원없이 일군 신흥사 전각을 보면 “어떤 방법으로 포교를 할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허름한 농가집 수준의 사찰은 크고 웅장한 대웅전을 비롯해 1000여 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수련원, 템플스테이 공간이 잘 정돈돼 있다. 또 황톳길을 따라 걷는 부처님교화공원은 5600평 규모에 45억원의 불사비가 소요됐다. 그같은 대형불사를 위해서는 많은 신도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다.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사찰로써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신흥사의 포교 노하우는 무엇일까.

사강 새마을금고에서 매분기 개최하고 있는 지역법회

분기별로 제작하는 <신흥사보>에 보면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공지사항란에 지역법회 안내를 해 놓은 것이다. 신흥사 지역법회는 수원ㆍ안산지역, 서신지역, 송산지역, 마도ㆍ봉담지역으로 구분돼 있다. 화성 서부지역을 구역으로 나눠 지역법회를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사찰도 지역법회 잘하는 곳이 많다. 신흥사가 특별한 것은 아니다”며 말문을 연 성일스님은 “신도들이 일요일마다 열리는 사찰법회는 안 나와도 지역법회는 꼭 나간다고 한다. 자신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신흥사가 지역법회를 시작한 것은 1999년. 관음재일마다 절에 빠지지 않고 오던 한 노보살이 두어달 보이지 않아 알아보니 병환으로 가톨릭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었다. 사찰 초창기부터 절에 다닌 신도였다. 상좌 스님이 문병을 갔는데, 마침 노보살은 물리치료를 받기위해 침대를 비운 상태였다. 잠시 기다리는데 한 수녀가 다가오더니 “그분은 이제 개종했으니 만날 필요없다”고 말했다. “종교를 떠나 아는 분 문병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대꾸하고 잠시 기다리자 노보살이 병실로 왔다.

“보살이 스님을 보자마자 붙잡고 엉엉 울더래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스님들이 늘 바쁘다보니 신도들에게 잘해주는데 한계가 있어요. 좋은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하지 못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그래서 신도들끼리라도 서로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역법회를 시작했습니다.”

거주지를 중심으로 구역을 나눠 진행되는 지역법회는 3개월에 한번씩 열린다. 처음에는 면사무소에서 진행했는데, 지금은 농협과 새마을금고 강당을 빌려서 진행하고 있다. 직장이나 농사일을 마치고 참가할 수 있도록 법회시간을 오후7시로 했다. 면단위로 구성된 지역법회는 다시 법륜모임으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는데, 한 법륜은 대략 3~50여 명이 소속돼 있다.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하면 결속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픈 법우가 있으면 병문안을 가서 기도를 드리고 위문금도 전달합니다.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같이 가서 독경을 하고 일손이 필요하면 같이 해 줍니다. 또 경사스런 일에도 법륜별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농촌지역이다 보니 그런 상조기능이 매우 중요하죠.”

일반적으로 법회에서 신도들이 서로 인사를 나눌 기회는 드물다. 정해진 의식과 법문을 듣고, 두 세명이 모여 공양을 하고 돌아가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지역법회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의 사정을 잘 알게 된다. 두레나 품앗이의 기능을 법륜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농사일을 하는 분들은 보통 일년에 잘해야 4번 절에 와요. 정월과 초파일, 칠석, 동지때 오는데 이땐 신도들이 많아 법당 한쪽에서 축원만 하고 가게 되잖아요. 이런 분들이 불교대학을 다니면서 교리를 아는 것도 아니다보니 쉽게 개종하게 돼요. 하지만 지역법회를 하면서 서로서로 교류하고 도움을 주고받다보면 신심이 더 굳건해져요. 지금 생활에 도움이 되는데 굳이 다른 종교나 모임을 기웃거릴 이유도 없잖아요. 그러다보니 바빠서 절에는 자주 못 와도 지역법회는 꼬박꼬박 참석하는 분들이 많아요.”

신흥사 종무소에는 개인사업을 하는 신도들의 연락처와 업종이 적힌 전단지가 있다. 식당, 정미소, 난방공사, 버스, 농기구 수리, 굴삭기 임대 등 생활에 필요한 업종과 신도 이름, 연락처가 기록돼 있다. ‘신도 상ㆍ사업자 네트워크 명단’은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제작, 배포한다. 안내문에는 지역법회의 역할을 7가지로 정리해 놨다.

① 가까운 회관에서 지역법회를 하면서 신심을 돈독히 하고 친목 단합을 한다. ② 아픈 법우가 있으면 병문안과 쾌유 발원 기도를 드리고 위문금을 전달한다. ③ 돌아가신 댁에는 왕생극락 발원 독경과 부의금을 전달한다. ④ 경사스런 일에 가서 축하드리고 일을 돕는다. ⑤ 1년에 한차례 성지순례를 하면서 친목을 도모한다. ⑥ 자비 보시금 운영으로 아주 어려운 법우에게 격려금을 전달한다. ⑦ 큰 행사시 청소 운력을 해 부처님 도량을 깨끗하게 하여 신흥사를 찾는 분들에게 환희심을 드린다.

성일스님은 “방생법회를 지역법회별로 출발하도록 해 신도들의 결속력을 다지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신도들을 위해 사찰에서 무엇을 해줘야 할까 생각을 자주 한다. 그것이 포교의 시작이다”고 말했다.

농촌 사찰의 다수가 ‘공동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신도들이 없어 주지 스님 혼자 힘들게 절을 지키는 곳도 있다. 때때로 “교회에 가지 않으면 시골에서 생활하기에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 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부상조 기능을 중점으로 운영하고 있는 신흥사 지역법회는 농촌 사찰의 전형적인 포교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신도들이 가장 참여하기 좋은 날

‘찾아가는 포교’로 결속력 높여…

회원 모친상에 찾아가 ‘상조독경’을 하는 지역법회 회원들 모습.

신흥사는 어린이에서 노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별로 법회를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마을을 찾아가 이뤄지는 지역법회를 통해 지역단위로 결속력을 높이는 한편으로, 사찰에서 이뤄지는 법회는 계층을 감안해 구성돼 있다.

신흥사는 초하루 법회가 없다. 대신 매월 첫째, 셋째 일요일에 정기법회를 하고 있다. 직장인이 중심이 된 일반 신도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법회다. 농업이나 상업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주로 관음재일법회에 참여하고 있다. 일요일에 참여가 힘든 사람들을 위한 법회다.

신흥사는 또 어린이법당을 따로 마련해 매달 1ㆍ3주 일요일에는 어린이법회를, 2ㆍ4주에는 중고등학생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매달 둘째 일요일에는 대학생ㆍ청년법회를 진행하며, 때때로 템플스테이를 통해 새로운 법우들을 맞이하고 있다. 법회 장소도 꼭 법당만 고집하지 않는다. 때론 야외에서도 진행된다. 인근 중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비롯해 각종 요청이 들어오면 “최대한 수용”하며 미래 불자들을 길러내고 있다.

불교대학도 20기를 맞았다. 1년 과정으로 진행되는 불교대학을 졸업하면 기수별로 신행단체를 결성하고, 졸업생끼리 애경사를 서로 도와가며 신행활동을 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신흥사는 이처럼 기존의 관습에 따른 법회 대신, 신도들이 가장 참여하기 좋은 때, 장소를 선택해 대중법회를 열고,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선재스님 사찰음식 특강, 가족 템플스테이, 마가스님 초청 명상법회 등 법회 내용도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불교신문3038호/2014년9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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