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

이성운 지음 / 운주사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절에 가면 스님들이 목탁을 치며 염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법당에 울리는 청아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어느새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이처럼 종교에서 의례는 빠질 수 없는 부분이다. 의례는 종교의 내용에 깊은 의미와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이다. 부처님에 대한 예경에서 비롯된 의례는 인도와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로 전승됐다.

우리나라는 중국을 통해 불교와 의례를 직ㆍ간접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지 않고 한국 실정에 맞게 변용해 실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불교의례는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수행의 현장’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다.

예경 대상 바로 안다는 것은

자신을 바로 살피는 길과 연관

진리 깨치고 이타행 실천 의미

시식ㆍ공양ㆍ송주의례 소개

한국불교 의례의 특수성과 생생한 흐름을 찾아 나선 책이 나왔다. 대한불교조계종 의례위원회 실무위원을 맡고 있는 이성운 박사의 <한국불교 의례체계 연구>다.

교학이나 불교사 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진한 분야에서 나온 성과물이어서 불교 의례를 올바르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불교 의례에 대한 연구는 1970년대부터 성과물이 나타나고 있지만 의례 자체에 대한 연구는 199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 마디로 한국불교 의례 연구는 초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실정이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역사를 중심으로 한 논문들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예경 대상 제대로 알지 못하면

佛法 비방하는 허물 될 수 있어

도량 열고 공양 베푸는 행위…

“의례 알면 불교 역동성 실현”

이 책은 의례에 대한 의미 있는 지식과 정보를 일반 수행자들에게 제공하고 바람직한 의례 정립에 단초를 제시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 한국불교에서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의례가 어떤 체계를 통해 어떻게 행해지고 있는지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책을 통해 불교의례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불교의례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부처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불교의 지향점인 내가 부처가 되고 다른 이들이 부처가 되도록 도와주는 반복적인 문화의 하나다. … 의례를 바로 알아야 바르게 실행할 수 있다. 지장보살이라는 한마디 말을 듣고 예배하면 큰 공덕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인사드리는 대상을 바로 안다는 것은 자신을 살피는 길이다. 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행하면 부처님 가르침을 비방하는 큰 허물이 될 수 있다.”

책은 수많은 불교의례 가운데 일상에서 핵심이 되는 의식인 시식(施食)ㆍ공양(供養), 송주(誦呪) 의례를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시식과 공양의례는 불특정 다수를 초청해 음식을 베푸는 사회 구원의 모습으로, 송주는 진언이나 다라니 또는 경전을 염송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불교 의례는 부처님 가르침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사진은 부처님을 예경하며 예불 올리는 템플스테이 참가자들. 불교신문 자료사진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시식의례는 일체 존재에게 음식을 베풀며 두려움을 없애고 진리를 설명해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전형적인 이타행으로, 공양의례는 보시라는 틀에서 보면 시식의례와 다르지 않지만 선근을 닦고 공덕을 쌓는 의례로 풀이했다. 이런 의례들은 겉으로 보기엔 타인을 대신해 행하는 것같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를 실행하려면 수행력이 필수이므로 스스로 깨달음에 이르려는 노력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교의례는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며 정진하는 수행 도량 그 자체가 되는 것이다.

서론과 결론을 포함해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의 학위논문을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한국불교 의례의 종류와 분류 유형 등을 비롯해 주요 공양의례의 구조, 여법한 의례봉행을 위한 정근 등 의례의 역사적 과정과 구조를 종합적으로 규명하고 있다.

저자는 “단순한 문제 같지만 법당에서 부처님께 인사하고 일체 부처님을 청해 공양을 올리고 다시 보내드리고, 또 때가 되면 도량을 열고 공양을 베풀고 행하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의례를 바로 알면 한국불교 의례의 특징인 역동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불교의례와 언어문화에 관심을 갖고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저자는 현재 동아시아불교의례문화연구소 연구실장, 동국대 불교학부 강사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천수경, 의궤로 읽다>, <삼밀시식행법해설> 등을 썼다. 논문으로 ‘금강경 ‘우리말화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 ‘현행 수륙재의 몇 가지 문제’, ‘한국불교 일상의례의 명칭문제’, ‘현행 천수경의 구조와 의미’, ‘치문현토와 번역의 연관성 연구’ 등이 있다.

[불교신문3037호/2014년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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