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노동위원회 도철스님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을 32일 만에 회향했다. 도철스님은 김병권 세월호 가족 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가족 대표들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지난 7월16일부터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했다. 도철스님이 단식을 이어나가는 동안 조계종 노동위원회도 세 차례 3000배 정진을 진행하며 가족들에게 힘을 보탰다.

목숨을 건 고통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못 본체 지나쳐도, 유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한다 해도 그토록 힘든 방법을 택하지 않더라도 원망할 사람도, 책할 사람도 없을 터이지만 스님은 유족들의 아픔을 몸을 버려가며 함께 했다. 자칫 생명을 잃을지도 모를 단식으로 아픔을 함께 나눈 것은 수행자로서 양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누구나, 영문도 모른채 엄마 아빠를 부르며 죽어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며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었다. 수행자로서 스님은 아이들을 잃은 아픔을 누구보다 더 절실히 느꼈을 것이고 그 아픔이 단식 동참으로 이어졌다고 본다.

스님은 단식을 회향했지만 유족 대표는 아직 단식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단식은 이제 한계를 넘어서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여야가 합의했지만 유족의 거부로 두 번이나 원점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광화문광장에서 벌어지는 단식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분열이다. 처음에 세월호 참사에 공감하던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며 정파의 입장에 따라 분명하게 나뉘었다. 근본적 책임을 국가와 정부에 두느냐, 사고를 낸 회사에 두느냐, 참사의 성격이 사회구조적이냐 우발적이냐 등 사건의 성격 규정을 놓고도 둘로 나뉘었다. 분명 배가 가라앉는 장면을 텔레비전 화면에서 함께 지켜보았는데 전혀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이 한 국가에 살고 있다. 같은 언어를 쓰지만 서로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이방인이 공존하는 기괴한 이 상황이야말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위험이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분열과 대립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이들을 수 백명 잃고도 생명우선 사회에 대한 합의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생명이 안전하고 평화롭게 존재하는 사회 경제 문화적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할 수있는 곳은 불교를 비롯한 종교단체 뿐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뒤 일관되게 생명의 가치를 부르짖고 강조해온 불교계가 적극 나설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도철스님의 단식을 개인의 소신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전 불교계가 나서 스님의 뜻을 우리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산으로 올라가버린 세월호 참사 문제가 생명존중 사회라는 근본 문제로 다시 돌아오도록 스님과 재가자들이 원력을 더 굳게 할 때다.

[불교신문3036호/2014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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