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ㆍ정부 무관심 방치

사찰 10여 곳서 자체 행사

국난극복 희생·활약상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호국의승의 날’

기념일 제정 기대 크다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는데 온 몸을 바쳤지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채 역사에서 소외된 이름이 있다. 바로 ‘의승(義僧)’이다.

임진왜란 당시 서산대사를 비롯해 사명, 처영, 영규, 희묵대사 등 수많은 의승군들은 국가와 백성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전란에 참여했다. 전쟁 참여가 계를 파하는 일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의승군은 나라를 지키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제하는 데 앞장섰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승군의 활약과 숭고한 희생은 기억되지 않고 있다. 의병들의 경우, 지난 2010년 5월 의병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면서 늦게나마 평가받게 됐다. 역사적으로 재조명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 차원의 기념식 등 의병을 기리는 행사들도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의승군의 경우 추모 행사는 고사하고 역사적인 평가 역시 전무한 상황이다. 종단 차원의 관심도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불교계 내 ‘호국의승의날’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로 의승군을 조명하기 위한 국가적인 행사는 조선시대 때부터 존재해 왔다. 임진왜란 이후 대표적인 승장이었던 서산대사와 사명대사를 기리기 위해 대흥사, 표충사 등에서 국가제향이 봉행된 바 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가제향의 맥이 끊겼다. 그나마 의승과 관련 있는 사찰에서 자체적으로 추모 행사를 봉행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의승군을 기리는 제향이나 추모재, 수륙대재 등을 봉행하는 사찰은 10여 곳. 해남 대흥사는 매년 4월 ‘호국대성사 서산대재’를 봉행하고 있으며, 지난 2012년 국가제향 복원의 일환으로 서산대사 춘계제향을 재현한 바 있다. 밀양 표충사도 매년 봄과 가을에 사명대사 향사와 추모대재를, 공주 갑사도 매년 10월 영규대사 대재를 통해 봉행하고 있다.

종단에서도 최근에서야 의승의 역할을 제대로 평가하고 조명하기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지난 6월25일 호국의승의 날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결의했으며, 조계종 중앙종회 역시 호국의승의 날 제정 사업을 종단 중점사업으로 선정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난 27일에는 종단 차원에서 ‘호국의승의날’ 국가기념일 제정 추진위원회를 공식 발족했다. 앞으로 추진위원회는 전국 교구본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전개해 호국의승의날 제정의 필요성을 알릴 예정이며, 국회 청원을 통해 의승의날 기념일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대흥사 주지 범각스님은 “서산대사를 비롯해 사명대사, 처영대사 등 스님들이 없었다면 조선왕조 500년도 존재할 수 없었고 1700년 한국불교의 역사도 단절되었을 것이다. 의승의날 기념일 제정은 조선 500년을 재정립하고 불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며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역사에서 소외됐던 5000여 명의 의승을 추모하고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기념일 제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037호/2014년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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