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중순쯤이었다. 지방 출장에서 올라오는 길에 한 스님을 우연히 만났다. 평소 알고 지낸 그 스님은 “(가톨릭)교황이 방한하는데 걱정이 많다”면서 “종교인이 오는 것을 반대할 수는 없지만, 불교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솔직한 심경을 토로했다.

40여년 넘게 신행 생활을 하고 있는 재가불자와 차를 마시게 됐다. 그 역시 “교황 방한으로 가톨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면서 “신심 깊은 불자들은 이탈하지 않겠지만, 무종교인 가운데 가톨릭에 입교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8월14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신드롬’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큰 환영을 받고 돌아갔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감동 받았고, 장소 선정의 논란에도 광화문에서 열린 대규모 시복식으로 가톨릭의 위상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교황 방한을 계기로 발행한 기념주화가 2005년 8월 나온 광복 60주년 기념주화에 이어 최대 규모로 제작할 만큼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며칠 전 그 스님을 다시 만났다. 스님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교황 방한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면서 “한국불교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돌아보는 거울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어려운 이웃에게 자비를 베푸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그렇지 못할 경우 불교의 대사회적 위상이 약화되고, 그 결과는 교세 축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교황 방한을 전후해 달라이라마를 초청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구체화 되고 있다. 국민을 위로하고 한국불교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달라이라마 방한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교황 방한이 한국 사회와 불교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살펴 달라이라마 초청 성사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교황은 한국을 떠났지만 영향은 상당 기간 갈 것으로 보인다. 인류 구원이라는 공동 명제를 지닌 입장에서 가톨릭과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 하다. 불자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할 시점이다.

[불교신문3037호/2014년8월3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