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평론 창간 15주년 학술심포지엄서 제기

자본주의는 근대화 이후 우리사회를 움직이는 핵심 운영원리로 작동해 왔다. 물질 생산을 풍부하게 함으로써 생활에 편리함을 주었지만 소득 양극화와 절대빈곤, 대기업 횡포와 중소기업의 몰락, 무한경쟁 등 그 폐해 또한 심각하다.

불교의 눈으로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열렸다. 불교전문 계간지 <불교평론>은 창간 15주년을 기념해 지난 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불교의 눈으로 자본주의를 말하다’를 주제로 학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김광수 한양여대 교수는 “불교는 시장과 자본주의를 인정하면서도, 이기적 탐욕과 무한추구를 적극 경계한다”며 “이기심과 탐욕을 버리라는 불교 가치관에 의한 사회를 건설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장과 자본주의 인정하지만

탐욕과 무한추구는 적극 경계

물질적 욕망 충족 경계

가치 있는 생활 영위하며

돈에 집착하지 않는

걸림 없는 지혜도 가르쳐줘

김 교수에 따르면 불교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인정한다. 건전한 노동을 통한 재화의 획득과 증식도 부정하지 않는다. 초기 경전에는 재화를 창출하기 위해 경제활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지침도 실려 있다. 이자를 비윤리적으로 간주했던 기독교나 이슬람교와 달리 이자수입을 인정하고 금융업을 권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불교는 재물과 전혀 무관하지 않는 종교다. 그렇다면 불교를 통해 자본주의의 문제점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김 교수는 “대량소비사회에서 인간이 받는 결핍감과 욕구불만은 자본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므로 소비의 허상은 극복돼야 한다”며 “돈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전략이 바로 불교에 있다”고 밝혔다. 경제행위의 올바른 목표가 물질적 욕망의 충족이 아니라, 인간의 경제 행위는 가치 있는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두타행을 통해 소비의 허상을 극복할 수 있다”며 “두타행은 출가자 뿐 아니라 자본주의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재가불자들에게도 요구된다. 이 정신을 현실에서 실천해야 물질에 종속된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과연 악인가

이기심은 이타심과 같이

어디서나 목격되는 심성일 뿐

병폐 원인으로만 보는

불교철학으로는

근본 문제 제대로 못 다뤄…

그러면서 “재화의 추구가 인생의 목적이 되는 불행한 사태를 피하려면 물질에 대한 의존을 최대한으로 줄여야 한다”며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사회를 변혁시킬 수 없기 때문에 공동체적인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중빈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영업자와 소기업의 보호, 농업 육성을 통한 실업문제 해결 등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발표자로 나선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도 “돈을 애써 외면할 필요도 없고 필요 이상의 돈에 집착하지도 않는 걸림 없음(무애ㆍ無碍)의 지혜와 그것에 근거한 자비의 윤리가 불교가 자본주의에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묘약”임을 밝혔다.

반면 이날 세미나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경쟁을 절대악으로 간주하고 무조건적인 억제를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오히려 개인의 이기심과 탐욕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준다는 주장이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은 사실로 인정하고 이것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작동하도록 필요한 규칙을 규명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둬야 한다고 민경국 강원대 교수는 역설했다.

민 교수는 “인간의 탐욕을 다루는 불교의 사회철학적 방법은 틀렸다”며 “탐욕이나 이타심은 체제와 관계없이 어디에서나 목격되는 인간의 불변적 심성일 뿐”이라고 밝혔다.

민 교수는 “불교의 사회철학은 탐욕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병폐의 원인으로 보기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며 “무제한적 이기심을 억제하는 공식규칙과 시장을 구성하는 원칙만 제대로 지킨다면 이기심과 탐욕은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인간의 탐욕을 제한하는 행동규칙들은 자생적으로 형성돼 왔다”며 “이런 행동규칙들을 기초로 개인의 이기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분업과 협업이 가능하게 됐고 이로써 오늘과 같이 거대한 번영을 달성한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밖에도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가 ‘불교와 자본주의의 합심적 만남’, 유정길 에코붓다 전 공동대표가 ‘불교적 소비와 불교공동체 운동의 가능성’ 등에 대해 각각 발표했다. 

[불교신문3037호/2014년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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