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의 대화- 제33조 혜능대사(慧能大師) 17

“전생에 돈은 빚진 적 있지만

목숨은 빚지지 않았느니라”

엄숙한 말투에 강도 혼절

준비해둔 금 열 냥 주며 타일러

대사는 소주(韶州) 땅의 자사(刺史)인 위사군(韋使君)이 간절하게 법문 듣기를 청함으로 대범사(大梵寺)에서 몇 차례 법석을 열었다.

대사가 대중들에게 일렀다.

“모두 다 마음을 깨끗이 하고 마하반야바라밀다를 생각하여라. 보리반야의 지혜는 본래 스스로 있는 것이다.

불성(佛性)은 누구에게나 차별이 없다. 매우 깊게 법계(法界)에 들고자 하거든 <금강반야바라밀경>을 사경하고 외우라. 그 공덕이 한량없어 말로써는 다할 수가 없느니라.

대승인과 최상승인이 <금강경>으로써 공부하고 수행하면 마음이 열리어 깨닫게 될 것이다.

이 법문은 큰 지혜가 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며, 근기가 높은 사람을 위한 것이니라. 나의 돈교 가르침을 통하여 견성성불(見性成佛)하기를 바란다….”

대사의 법문을 듣고 법당에 모였던 1000여 명의 사부대중이 하나 같이 큰 감명을 받았다. 그래서 지극한 예를 올리며 이구동성으로 말하였다.

“아- 거룩하셔라! 우리 지역(嶺南)에서 부처님이 나오시다니….”

 

 

깨달음의 대화- 제33조 혜능대사(慧能大師) 18

 

대사가 밤중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 칼을 든 강도가 들어왔다. 강도는 대사의 법을 시기한 못된 무리들이 보낸 불한당이었다. 신통으로 미리 이 일을 예견한 대사는 자리 밑에 금 열 냥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강도가 자는 척 누워 있는 대사의 목을 세 번이나 칼로 내려쳤으나 무슨 일로 팔에 힘이 빠져 방바닥만 헛 찔러댔다. 대사가 몸을 일으키면서 나직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바른 칼은 삿되지 않고 삿된 칼은 바르지 못하니라. 내가 너에게 전생에 돈은 빚진 적이 있지만, 목숨은 빚지지 않았느니라.”

대사의 이런 의연한 태도와 엄숙한 말투에 강도는 그만 혼절하고 말았다. 한참 만에 깨어난 강도는 무릎을 꿇고 울면서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백배 사죄하며 당장 출가하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대사는 준비해둔 금 열 냥을 내어 주면서 조용히 타일렀다.

“오늘은 그냥 가거라. 대중들이 알면 너를 해칠지도 모른다. 다른 날에 모습을 바꾸어 오면 꼭 받아 주겠노라.”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그 강도가 승복을 입고 대사 앞에 나타났다. 다른 곳에 가서 계를 받고 살다가 찾아온 것이다.

“예전에 큰스님께서 죄를 용서해 주신 덕분에 출가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큰스님의 은덕에 보답하는 길은 법을 전하여 중생을 제도하는 일(傳法度生)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대사는 상(常), 무상(無常)의 법문을 통하여 큰 깨달음을 얻게 하고는 수행자의 법호를 지철(志徹)이라 지어 주었다.

[불교신문3036호/2014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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