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갤러리’의 이유 있는 변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 위치한 ‘나무갤러리’는 종단이 운영하는 예술전시장이다. 서울 종로구라는 위치와 예술의 거리인 인사동이 가깝다는 이점으로 인해 많은 작가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는 곳이다.

특히 불교예술가들에게는 불자들과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서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이런 나무갤러리가 장점은 더욱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해 불자뿐 아니라 시민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나무갤러리는 카페 나무와 함께 조계사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을 찾는 불자와 시민들의 문화공간이다. 여유롭게 차와 다과를 즐기면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이른바 ‘핫’한 곳이다. 이같은 장점으로도 이미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갤러리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불자와 시민들과 조금 더 소통하고 조금 더 가까워지려고 하는 노력이다.

종단에서 운영하는 나무갤러리가 불자와 일반인들이 불교예술과 소통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사진은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장 보경스님이 총무원 첫 아트디렉터 정은 씨에게 기획전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김형주 기자

나무갤러리의 변화는 ‘기획전’에서부터 발휘되고 있다. 지금까지 외부 전시 대관으로 메웠던 공간이 자체 전시회로 채워지게 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 차원에서 기획한 전시회가 연 2회 정도 열리도록 배치했다. 이미 지난해 9월 첫 기획전이 개최됐다. 불교문화콘텐츠 작가 그룹전인 ‘달뜨락’이 그것이다. 당시 총무원장 선거 직전이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크게 이슈가 되지 못했지만, 변화의 첫 단추는 이때부터 끼워졌다.

본격적인 변화는 올 초부터 구상됐다. 첫 기획전에서 가능성을 본 총무원은 올해 초 종단 처음으로 ‘아트 디렉터’를 채용했다. ‘미술감독’ ‘예술감독’ 격인 아트 디렉터가 나무갤러리 전시행사를 총괄하면서 나무갤러리도 바뀌어 갔다. 특히 종단의 ‘아트 디렉터’ 채용은 불교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함과 동시에 문화포교의 의지를 선언한 일로 평가받는다.

아트 디렉터에 의해 갤러리는 두 공간으로 분리됐다. ‘나무 라운지’와 ‘콜렉트 나무’라는 두 섹션으로 구성된 갤러리는 상설전시와 일반전시 영역으로 나눠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전에는 전시회가 없으면 빈 공간으로 남았지만, 나무 라운지가 상설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전시회가 있든 없든 언제나 불교문화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불자 시민들과 불교문화

친근하게 소통하는 공간

지난해부터 자체 전시회

나무갤러리가 지향하게 될 방향성이 설정된 것은 물론이다. 나무갤러리와 불교중앙박물관, 카페 나무를 묶어 불교문화벨트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한국불교문화의 전통성과 현대적인 창의성을 조화롭게 결합해 지속적으로 전달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기획전이 선보이게 된다.

예를 들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한 후, 나무갤러리에서 현대의 불교문화를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풍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실력 있는 불교 아티스트들을 끌어들여 전시 공간을 제공하면서 작가와 불자·시민, 작가와 작가가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어 불교문화 전체가 업그레이드되는 시너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정은 아트디렉터는 “나무갤러리는 기획전을 포함해 다양한 전시행사를 통해 불교작가와 불자, 시민들이 소통하고 불교예술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불교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여가는 기회이자 ‘문화지대방’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종단 첫 아트디렉터 채용

상설전시관 별도 구성해

불교예술 상시 만남 가능

연 2회 기획전시회 개최

이같은 변화는 나무갤러리를 관장하는 주무부서인 총무원 재무부뿐 아니라 관련 부서인 문화부, 불교중앙박물관 등이 지대한 관심과 함께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어 가능했다.

총무원 재무부장 보경스님은 “나무갤러리는 종단 유일의 갤러리로서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불자와 시민들에게 갤러리의 인지도를 높이는 동시에 불교작가들에게는 꿈의 장소가 되도록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총무원 차원의 기획전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이미 마련됐다. 두 번째 기획전인 ‘염원’에 이어 이르면 11월경 가칭 ‘잃어버린 유물’을 주제로 세 번째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3회 기획전은 재일교포 정조문 씨가 세운 일본 교토 고려미술관 소장 유물과 약탈 등에 의해 전 세계에 흩어진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 혹은 재현한 작품으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 지금도 ‘염원’은 계속 된다

기획전…9월5일까지

나무갤러리 두 번째 기획전은 ‘염원’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종교의 발생은 염원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량을 구해 가족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기를, 자식이 위험하지 않기를, 앞으로 좋은 일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여 종교는 생겨났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같은 염원을 상징하는 불교예술작품 40여 점이 선보였다. 작가만 20여 명이 동참했다.

남종진 작가는 ‘관음보살도’ 7점을 내놓았다. 자연과 우주를 배경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관음보살들이 세상의 평온을 기원한다. 오세종 작가의 ‘연꽃모양향로’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인 금동향로를 재현한 작품이다.

석용스님의 작품은 제목이 그대로 ‘염원, 니르바나’다. 국내산 닥종이를 사용해 전통방식의 한지에 다양하고 화려한 천연염색의 빛깔을 입혔다. 그러면서도 전통기법의 고증에 충실한 작업을 진행했다.

나무갤러리 입구를 장식하고 있는 ‘남양주 흥국사 목조광배’는 한봉석 작가의 작품이다. 흥국사는 불화를 조성하는 화승을 배출했던 도량으로, 대웅보전 부처님 광배에는 당초, 연꽃, 불꽃무늬가 투각됐고 무늬들 사이사이에 화불들이 자리하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곽선옥 작가의 ‘진리의 빛’은 불상에 빛을 심어 진리의 말씀을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한 현대적인 작품으로 이채롭다. 이외에도 청자정병, 석조보살좌상, 문수동자, 연, 탱화 등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우리의 눈을 환희심에 젖게 만든다.

정은 아트디렉터는 “이번 기획전은 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불교예술 작가군을 중심으로 초대했다”고 설명했다. 나무갤러리의 ‘염원’ 기획전은 오는 5일까지 이어진다.

남종진 作, ‘수월관음’.
오세종 作, ‘연꽃모양향로’.

[불교신문3037호/2014년8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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