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불교문화재 21건 등록 예고

백용성 스님의 <조선글화엄경>. 사진=문화재청.
3ㆍ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가운데 한 분인 백용성 스님이 불교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 한글로 번역한 ‘조선글화엄경’이 근대문화재로 등록된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양산 통도사 자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 등 불교 유물 21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이번에 불교 근대문화재가 대거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된 데는 재단법인 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스님)의 역할이 컸다. 연구소는 2013년 문화재청에서 실시하는 근현대 문화유산 종교분야 불교 목록화 조사연구 사업을 맡아 그 결과물인 보고서를 처음으로 펴냈다.

이 보고서가 이번 근대문화재 등록 예고의 주춧돌 역할을 한 것이다. 여기에 2013년부터 동국대 교수 보광스님이 문화재청 근대문화재분과 문화재위원으로 위촉되면서 불교 관련 근대문화재들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커졌다.

보고서에는 근현대 시기의 불교조각, 불교회화, 공예 및 전적 분야 81건의 유물이 사진과 함께 수록됐다. 연구소는 이 보고서를 통해 근대기 한국불교가 역사의 단절 없이 지속적으로 민족성을 살린 전통을 보존함과 동시에 불교를 대중화해 중생과 함께하는 대중 불교로 전환하는 일련의 모습을 확인했다.

이번에 근대 문화재로 등록될 주요 불교 유물로는 백용성 스님의 <조선글화엄경>을 비롯해 양산 통도사 자장암의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 김제 금산사 석고미륵여래입상, 통영 용화사 괘불도, 진주 의곡사 괘불도 등이 있다.

1896년에 제작된 양산 통도사 자장암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은 마치 불화의 초본을 바위에 옮긴 것 같은 조각으로서 희소성의 가치가 크다.

김제 금산사 석고미륵여래입상(1936년 제작)과 공주 신원사 소림원 석고미륵여래입상(1935년 제작)은 한국 근대 조각의 대표 작가인 김복진 선생의 작품이다. 이 작품들은 근대기 신 재료인 석고를 이용한 새로운 기법으로 제작한 대표적인 사례로 전통성과 근대성을 두루 갖춘 우수한 불상 작품이다.

진주 의곡사 괘불도. 사진=문화재청.
통영 용화사 괘불도(1914년 제작)는 크기가 10m에 달하는 대형의 그림으로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근대적 기법을 담고 있다. 진주 의곡사 괘불도(1938년 제작)는 근대기 동양화가 정종여 선생에 의해 제작된 유일한 괘불도라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이며, 밝은 색감과 환상적인 분위기가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백용성스님이 번역한 <조선글화엄경>과 <조선어능엄경>은 민족문화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불교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하여 우리말로 번역한 경전이다. 이 전적들은 불교 경전의 대중화를 확립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으며, 당시 한글 자료로도 매우 중요한 가치가 있다.

더불어 청도 신둔사 영산보탑 및 탑비, 사천 다솔사 괘불도, 진안 천황사 괘불도, 예산 향천사 괘불도 및 오여래 사보살 팔금강도, 조계산 송광사사사고, 김룡사 사료수집, 백용성 선사 만이런회 방함록 등이 근대문화재로 지정될 예정이다.

이밖에 서재필 선생의 진료 가운 등 의생활 유물 11건, 우산도와 북방영초 등을 추가해 채색한 채색필사본 대동여지도 1건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통도사 자장암의 마애아미타여래삼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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