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12일 겨울 고려대학교 4학년 주현우 군 등이 시작하여 많은 논의가 시작되었던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이후 금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우리사회는 이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대답해야 하며 처방전을 내놓아야 한다.

국가란 단순한 기구가 아니라 전체에 의해 공인된 공존의 공동체이다. 공존권에 위임된 실체 국가란 그 국가를 구성해낸 전 구성원의 안전한 보호를 목적으로 존립 이유가 존재한다.

공자는 일찍이 나라가 서기 위한 조건으로 족식(足食), 족병(足兵), 민신(民信)을 들고 그 중에서 ‘민신’은 끝까지 버릴 수 없는 것이라 하였다. 나라를 흥하게 하는 것은 네가 내 말을 어기지 않는 것이고 내 말이 선하지 않는데도 어기는 자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산속에서 수행하는 스님으로서 갑오년 세월호 참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싶다.

첫 번째는 휴머니즘의 생명사상 구현이다. 만약 내가 선장이었다면 나도 그랬을지 모른다는 반구제기의 참회가 있어야 하며 국민들은 저마다 “미안하다” “너희들에게 부끄럽다”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주역>에서는 선악을 말하기보다 회린(悔吝)을 주장한다. 회(悔)는 자신을 돌아보고 참회하여 개과천선하니 흉하지 않고, 린(吝)은 자만하여 참회하는 것을 자존심 손상으로 여겨 개과천선이 없기에 흉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말기 초대 종정이셨던 오대산 방한암 큰 스님은 서울 봉은사 조실 시절 한강 범람으로 많은 국민들이 강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고 주지 나청우스님에게 명하여 곳간 문을 열게 하여 국민 한사람 구하는데 쌀 한가마니를 포상하여 많은 국민을 구제하였다.

두 번째는 맘모니즘의 배금사상 배척이다. 지나치게 돈을 숭배하여 이기주의가 팽배하면 사회정의나 윤리 도덕은 더 이상 필요가 없으며 정경유착이 생겨 공무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가를 팔고 기업인은 공무원들에게 줄 비자금을 마련하느라 바쁘며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공무원들과 국가경제를 살찌워야하는 경제인들이 돈으로 서로 얽히고설켜 자신들의 배만 불려서 서민경제는 찌들대로 찌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본래성 회복의 인문운동 확산이다. 세월호 사건의 본질은 근대화란 미명하에 단시기에 발전을 초과달성하기 위해서 달려온 압축적이고 무리한 수행의 결과물인 것이다. 또한, 현대사회가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세계문명과 그 뒤를 쫓아가는 정부의 국정철학에서 나타난 문제의 극대화로 벌어진 사건이다.

우리사회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현상적인 슬픔과 분노와 미움과 자기성찰에 단편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아야 하며 긴 안목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한, 돈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통해 국민들의 의식과 생활양식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현상적인 시스템을 바꾸려는 노력과 의식을 변혁하려는 노력이 서로 삼투하여 사고방식을 변화시키는 인문운동 즉, 인문적 토대가 사회적 토대와 함께 변할 때 본래성을 회복할 수 있다.

본래성의 회복이란 그 사회의 전체적인 혁명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며 그렇기에 우리 사회가 근원적인 본래성의 회복으로 익어가서 그 느낌을 공유하고 실천하여야 하는 것이다. 계곡의 난초가 꽃이 필 때 그 계곡의 흙을 먹고 자라고 그 흙에 뿌리를 박고 핀 꽃이므로 자기 혼자 핀 꽃이라고 자신만만할 수 없음이다. 우리는 극단적인 공산주의적 전체주의도 경험했고 극단적 자본주의도 경험해 보면서 끝없는 수정을 통해 성숙한 자본주의를 꽃피운 유럽의 제 국가들을 쫓아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본래성이 철학, 신학적으로 국민의식과 국민문화의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 그리하여 물신의 지배를 벗어나 아집을 넘어서는 것이다. 이 운동은 자신 속에 있는 짐승성과 사람성의 투쟁이며 이 혁명은 그렇기에 인간혁명, 사회혁명, 종교혁명인 것이다. 우리는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긍정, 그 위에 새로운 토대를 쌓는 작업을 수행하는 자세로 이어나가야 한다.

[불교신문3036호/2014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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