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구장 정우스님 초청 육군교도소 수계법회 현장

욱군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해 법문을 하고 있는 군종교구장 정우스님.

‘임 병장 총기난사사건’과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 등 잇따른 대형사고로 군내 분위기가 흉흉하다. 두 사건은 모두 집단따돌림에서 비롯됐다. 적지 않은 국민들이 “참으면 윤 일병이 되고 참지 못하면 임 병장이 된다”며 병영에 만연한 가혹행위와 부조리를 탓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장 정우스님이 지난 8월27일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육군교도소 재소자들을 위한 수계법회를 열어 눈길을 끌었다. 육군교도소는 군인 신분으로 크고 작은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수감된 곳으로, 현재 100여 명이 철창 안에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 있다.

수계 연비 장면.

총기난사로 동료들의 목숨을 빼앗은 사형수부터, 탈영병과 휴가 중 성폭행범까지 죄목이 다양하다. 군종교구장 정우스님은 이날 법회에 참석한 24명의 재소자들에게 오계(五戒)를 내리며 하루속히 ‘본래모습’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한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해 인생의 위기를 맞은 재소자들은 수계법회를 통해 새로운 삶의 지침을 얻었다.

“저희 수계자들은 무시(無始) 이래로 오늘날에 이르도록 탐내며 성내며 어리석어, 아만(我慢)과 방일한 마음으로 한량없이 무거운 죄업을 지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몸과 마음과 뜻을 가다듬어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겠나이다.” 참회문을 봉독하는 재소자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법당을 가득 채웠다. 이어 군종교구장 정우스님은 이들이 지닐 오계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들의 회한을 다독였다.

“생명을 죽이지 말라 함은, 살아있는 것을 죽이지 말고 죽을 목숨을 살리라는 것입니다. 도둑질을 하지 말라 함은, 남이 주지 않는 것을 갖지 말고 넉넉한 마음으로 남에게 보시를 행하라는 것입니다. 사음하지 말라 함은, 순결을 지키고 청정한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 함은, 입을 조심하여 남을 속이지 말고 욕하지 말며 아첨하지 말며 진실만을 말하라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지 말라 함은,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얼마든지 괜찮으나 술이 술을 마시거나 술이 사람을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스님은 “계율이란 구속이 아니라 스스로 엇나가지 않도록 온전한 삶을 지탱하고 진정한 자유를 지키기 위한 수단”이라며 “방종과 집착을 동시에 버리고 유연하게 인생을 살아가라”고 당부했다.

수계 불자들은 이날 계첩과 함께 불서와 합장주를 선물 받았다.

법문을 마친 뒤 군종교구장 스님은 수감자들에게 계첩과 함께 불서(佛書)와 합장주를 선물하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아울러 육군교도소 법회를 지원하고 있는 용인 광제사 주지 경우스님에게 금일봉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특히 수감자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새로운 인격으로 거듭나기를 축원했다. 음성공양을 펼친 붓다나라 합창단은 노랫말 속에 “여러분은 언젠간 부처가 될 사람”이란 축하의 메시지를 담아 희망을 일깨웠다. 법회가 끝난 후엔 종합성전 뒤뜰에서 참석자 전원이 비빔밥을 맛있게 먹으며 정을 나눴다. 

한편 군종교구장의 육군교도소 위문은 2005년 군종교구 출범 이후 이번이 최초로 알려졌다. 육군교도소 종교위원인 경우스님과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국방부 원광사 신도회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현재 교도소 안에는 군법당이 따로 없다. ‘종합성전(綜合聖殿)’이란 낯선 이름의 건물 안에, 불교 개신교 천주교의 종교공간이 한데 모여 있다. 군종교구에서 정식 법사도 파견되지 못했다.

2011년 2월부터 경우스님이 2 4 5주 법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근 항공작전사령부 비승사 주지 지용 구윤호 법사가 1 3주를 맡을 예정이다. 경우스님은 “육군교도소 불자들은 군대에서도 가장 소외된 사람들”이라며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사부대중의 관심을 바란다”고 밝혔다.

군종교구장 정우스님을 비롯한 육군교도소 관계자들과의 기념촬영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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