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 강의

스님들의 질문에 답하는 유시민 전 복지부 장관. 신재호 기자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오늘(8월22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승가교육 전문연구자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날 워크숍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강사로 나서 ‘한국사회의 현실과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했다.

유 전 장관은 이날 강연에서 물질적 욕망에 사로잡혀 정의를 외면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지적했다. “단군 이래 이렇게 잘 산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더 잘 살자고 외치고 있다”며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잘 살겠다는 마음으로 부조리에 대항하기보다 외면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국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려면 시민들 각성과 참여 필요하다”며 “정의를 외면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외면하고 털어내려고 할 게 아니라 넓게 공감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교류하고 연대하고 기여하고 참여하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음은 유시민 전 장관의 강의를 요약한 것이다.

단군 이래 이렇게 잘 산 적이 없는데, 사람들은 더 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망이 제어되지 못한 탓이다. 지금도 그 욕망이 너무 오랫동안 우리를 지배해 왔다.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지금 민주주의가 작동 안한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잠시 뒤로 밀렸을 뿐이지, 복지에 대한 요구는 점점 커질 것이다. 복지란 시민들을 질병, 가난, 실업, 가정해체 등 모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년 전 뚝 떨어진 세대를 모아 놓은 형국이다. 다른 나라가 200~300년 동안 하는 일을 50년에 이뤘다. 세대간 의견 격차가 말도 못하게 심하다. 현대국가의 역할을 청년세대는 못한다고 하고, 노령은 잘한다고 한다. 특정한 병리라기보다 300년을 30년으로 산 우리 역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만큼 대한민국 국민이 대단하고 에너지 넘치는 민족이기 때문이다. 압축적 역사진화와 국가진화를 겪어온 배경이기도 하다.

현시점에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과제는 무엇일까. 우리가 중점적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정의’다. 라인홀트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개인을 중심에 두고 최고의 미덕은 ‘이타성’이고 국가를 중심에 두고 국가의 가장 큰 선은 ‘정의’를 이루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국가는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널리 인정되는 폭력,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유일한 인간 공동체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가족, 동창회, 향우회 등을 만드는 데 그 모든 조직 중에 국가만 유일하게 폭력,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한다. 국가는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폭력성, 악마성이 내재돼 있다. 국가의 폭력은 선용되기도 하고 악용, 오용, 남용된다. 우리나라는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수도 없이 국가범죄를 저지른 나라다. 6.25 보도연맹 학살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조봉암 독살, 장준하 암살, 최종길 교수 고문, 죄 없는 사람을 간첩으로 조작했고, 광주학살도 국가범죄다. 이처럼 우리 현대사는 국가범죄로 점철돼 있다.

문명의 발전, 국가의 발전은 국가로 하여금 되도록 적게 악을 행하고 선을 행하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게 중요하다. 조세정의를 실현하려면 징세권을, 예외 없는 병역의무를 하기 위해서는 징집권을 제대로 써야 한다. 제대로 써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를 실현할 때 그 국가는 훌륭한 국가다. 정의로운 국가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각자 마땅히 받아야 될 것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만인에게 똑같이 나눠줘야 하는 게 있고 경쟁을 통해 나눠줘야 하는 게 있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은 공평하게 받아야 한다. 공직은 선거를 통해 나누고, 소득과 부는 시장에서 경쟁을 통해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만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하고, 경쟁 규칙이 합리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세 번째는 반칙이 배제돼야 한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차이가 우리 직관적 도덕심을 침해할 정도로 커선 안 된다. 불합리한 경쟁으로 돈을 번 재벌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다.

사회권적 기본권은 완벽하지 못하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존엄한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최저생계비 같은 것이다. 국가가 실제로 모든 국민에게 최소생활을 보장하고 있나,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

민주주의 정치제도 가지고 있는 것은 이 제도가 경쟁력 있다는 뜻으로, 완벽하거나 이상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아쉽게도 민주주의는 국가의 도덕적 이상인 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 제도는 아니다. 여기서는 훌륭한 사람이 아닌 표를 많이 받는 사람이 인정받는다. 민주주의 제도가 훌륭한 사람이 통치하는 걸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문제다.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해서 선거를 없앴고, 박정희 대통령도 세 번째까지는 선거로 당선됐고, 네 다섯 번 째는 간접선거로 단독출마해서 당선됐다. 선거로 뽑혔다고 해서 유능, 정직하다는 보장이 없다. 그럼 왜 민주주의 정치가 경쟁력 있다고 판명됐을까. 이 제도는 실수가 적다. 천하의 악당, 거짓말쟁이, 사기꾼을 대통령으로 뽑아도 나쁜 짓을 맘껏 할 수 없다. 임기가 있고, 권력 분산 제한해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이었지만, 국회, 언론, 사법기관에서 견제했기 때문에 더 크게 망치진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무슨 짓해도 아버지처럼 나쁜 짓 못한다. 민주주의 장점은 정의를 해치는 악을 최소화하는 데 효율적이다. 최대한의 선을 행하는 제도가 아니라 악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시민들이 훌륭해져야 하고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 한다.

우리는 옳고 그른 것을 어떻게 알까.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은 어디서 온 걸까. 생물학자들은 원래 있는 거라고 한다. 칸트는 도덕법 관련해서 너 자신이 세운 준칙에 따라 행동하되 그 준칙이 보편적 원칙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에 따라 행동하라. 자기 자신이든 타인이든 목적이나 수단으로 대하지 말라고 했다. 뉴요커, 폴리네시아 원주민 대상 실험을 했다. 기차가 가는 데 선로를 잘못 들어 선로 작업하는 노동자 10명이 죽게 생겼다. 노동자, 열차도 모르는 상황에서 뚱뚱한 남자를 밀면 10명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뉴요커나 폴리네시안들은 다 뚱뚱한 남자를 밀 수 없다고 했다. 사람을 수단으로 삼아선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의 유무와 상관없이 도덕적 직관 원래 있는 것이다. 성장하면서 저절로 자라나서 누구나 가지게 된다는 거다.

승가교육 전문연구자워크숍에는 교수아사리, 종단장학승 등 많은 스님이 참석했다. 신재호 기자
정의를 실현한다는 건 결국 사람이 갖고 있는 도덕적 직관을 국가조직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악을 최소화 하는데 그치지 않고 선을 최대화 하는 길로 가려면, 사람들이 민주주의 제도를 그렇게 활용해야 한다. 모든 시민들이 자기 자신이 갖고 있는 도덕적 직관에 눈을 떠야 하고, 옳고 그런 것에 대해 판단했을 때는 옳지 않은 것을 배제하고 배척해야 하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선을 최대화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물질에 대한 욕망에 너무 강하게 사로잡혀 있다. 정의를 외면하면서 생기는 불편함을 외면하고 털어내려고 한다. 인간사회가 완전한 이상사회가 되지 않는 한 불편함은 계속 된다. 나는 괜찮은 데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로 인한 불편함을 많은 사람이 외면하거나,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싸우는 게 고통이 따르고 내 삶이 혼란에 빠질 것 같으니 불편한 상태에서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세월호 사건이나 과정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하다.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단식투쟁을 하거나 모른 척 하거나 하는 양자택일만이 아니라,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못 참는 사람은 같이 가서 굶고 나머지 사람은 외면해버리면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시대에 불의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우리 선거, 정치제도가 이런 걸 바로잡는 데 무능한 원인이 된다. 대한민국이 국가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하려면 시민들 각성과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 희망이 있다면, 그건 공감의 능력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아는 사람은 없지만 마음 아파한다. 내 일도 아닌데 마음이 불편하다. 이렇게 불편한 게 능력이다. 이거 때문에 살인을 못하고, 사람을 때리지 못한다. 사람들이 각자 느끼고 있는 불편함은 우리가 원래 갖고 있는 재능이고 능력이다. 이런 재능은 우리 삶을 좀 더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드는 기초다. 넓게 공감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교류하고 연대하고 기여하고 참여하면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공감, 공명현상 일어나는 걸 보면 고통스럽지만 다행한 생각도 있다. 단순히 추모하고 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잠깐 살다가는 우리가 서로 사이좋고 의미 있게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길이라는 걸 생각했으면 한다. 국민들이 좀 더 똑똑해졌으면 한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이고 어디서 왔고, 내가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 알아야 한다. 각자가 훌륭한 삶을 사는 시민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도 훌륭해질 것이다.


다음은 이날 유 전 장관과 스님들과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는 종교의 역할, 복지, 민주주의, 통일 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신재호 기자

Q : 젊은 시절 변함없는 정의에 대한 생각 유지할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A : 대학생인 제 딸이 "아빠는 20대부터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제 생각에 제 자신은 그 때나 지금이나 자유로운 것이다. 로크의 국가론은 자유주의적 국가이론이다. 그 점에서 큰 변화는 없다. 사는 방식은 20대 때는 젊어서 책임져야 할 것도 없고 소신대로 주장하고 부딪힐 수 있었지만, 정치는 그렇게만 해서 되는 게 아닌 걸 알았다. 50대 중반 넘은 지금은 분수에 맞는 활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님들이 들으면 불교적 생사관하고 비슷하다 할지 모르지만, 하루살이나 사람이나 억겁의 시간에 비춰보면 별 차이 없다는 생각이다. 생명, 삶 이런 것에 대해 좋게 말하면 자연주의적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허무주의적이다. 지금도 그 생각이 뚜렷하다.

Q : 지금의 국가가 세월호로 아픈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어떤가.
A : 세월호 특별법 관련해서는 어떤 국가이론으로도 설명이 안된다. 지금 정부나 청와대 행동은 이론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하지만, 인간적으론 이해한다.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성과 감정 중에 감정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이 일어나는 데는 이성이 작용한다. 감정의 배후에는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이성의 작용이 있다. 어떤 군인이 후임병을 때려 죽였다 했을 때 화가 나는 감정 배후에는 어떻게 사람을 죽일 수 있나 하는 이성적 판단을 근간한다. 감정이 일어나면 그걸 표현하는 게 맞다. 세월호 참사에서 우리가 느끼는 건 슬픔, 어이없음, 원통함이다. 그 다음 사고원인과 왜 구조를 못살렸나 하는 거다. 우리 감정 밑바탕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사고 다음날 진도체육관에 가서 눈물을 흘리는 게 맞다. 하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았고 담화문 발표할 때 32초 만에 눈을 뜨고 있다가 눈물을 흘렸다. 자연스럽지 않다. 뭔가 막혀 있다. 전태일 열사 돌아가셨을 때 이소선 어머니가 청와대 입구에 앉아 있었다. 육영수 여사가 내려와서 모시고가 차를 마셨다. 노동법 준수, 어린 노동자 환경이 개선되지 않았지만, 영부인이 모시고 올라가서 차대접을 했다. 그게 사람사는 거다. 유가족이 걸어서 청와대 갔는데 효자동 동사무소 길바닥에 밤새도록 앉혀놨다. 청와대 200명 수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 모시고 들어가서 우동이라도 한 그릇 내놓는 게 맞다. 근데 그냥 길바닥에 앉아 있게 만들었다. 이건 심리학자 도움을 받아야 해명 가능하다. 정상궤도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사건은 오랜 적폐에 따른 사고지만, 구조하면서 국가조직이 무능했다. 그런 문제 있어서 대통령이 총체적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통감하고 넋을 위로하고 실종자 위로하고 대화했더라면 대통령에 대한 공격으로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바꿀 수 있을 것인데 넘 멀리와서 초기대응이 안타깝다. 뭔가 나쁜 일이 생기면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이 포괄적 책임의식을 표명하면서 국민이 기댈 수 있길 바란다. 그 요구가 충족 안되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 아닐까 한다.

Q : 불교 개신교 가톨릭 떠나서 현재 기득권 갖고 있는 종교인들은 강자를 비호한다. 종교인 책임도 크다. 한국사회 종교인의 역할은.
A : 도덕적 직관을 성장시켜야 하는 역할을 종교가 한다면 갈등이 줄어들고 세속의 사람들이 고통을 덜 치를 것이다.
20대 때 경험이다. 5.18 이후 잡혀갔다가 강제징집 돼 군대에 갔다. 첫 휴가를 나와서 합수부에서 본 제정원 신부를 찾아갔다. 당시 군사재판 받으러 갔는데 합판 베니어로 만들어진 건물에서 헌병들이 착검한 상태로 감시했다. 큰 나비가 한 마리 날아 들어와서 창문에 부딪혀서 못나가고 타닥타닥 소리가 났다. 침묵 속에서 그 소리가 컸다. 저 나비를 날아 보내야 하는데 생각만하고 몸을 움직이지 못했는데 어떤 분이 묶인 채로 나비를 잡아 현관문을 열어 보내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꼈다. 헌병도 보기만 하지 제재 안했다. 저분 누굴까 하는데 수사라고 얘길 들었다. 제정구 신부였다. 그 때 종교가지면 용감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에 있으면서 제대하고 나면 다시 민주화 운동을 해야 하는데, 겁이 나서 운동을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제정원 신부를 찾아간 건데 대신 형인 제정구 선생에게 “하나님을 믿으면 용기가 생길까” 하고 물었다. 그 때 제정구 선생은 “넌 교회 나갈 필요 없다. 교회 가도 겁은 안 없어진다. 두려움을 초월하려는 욕망은 인간이 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겁이 나지만 용기를 내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때 종교의 역할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다.
제가 종교에 관심 가진 것은 종교의 도움이 없이도 도덕을 세우고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어서였다. 결론은 종교의 도움 없이 도덕을 세울 수 있다고 믿는다. 종교가 도와주면 더 쉽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교가 신앙의 이름으로 도덕을 해칠 수도 있다. 신의 이름으로 사람을 죽이는 게 인간이다. 지금은 종교도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부처님 말씀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듣고 따르는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종교사회에도 똑 같은 문제들이 양상을 달리 해 있다고 본다. 모든 종교인이 보통사람 집단보다 훌륭해질 것이라고 기대 안한다. 그래도 종교사회에 보통사람보다 훌륭한 사람이 조금 더 많이 있는 것만 해도 훌륭하다. 모든 성직자들이 인간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 종교 내부의 문제도 인간적인 문제고 사회 모든 영역과 동일한 것이다. 종교사회에서는 그걸 극복하는 논리가 그 종교 교리 속에서 방향을 찾기 때문에 수월하고 공감대도 빨리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른 세속 사회보다 좀 더 잘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럼 세속에서 그걸 보고 존경심을 갖고 따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차이가 있는 정도로 나으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종교인은 사람의 마음 다루니까 자신의 마음은 더 자주 들여다볼 것이다. 종교인들이 왜 저러냐, 종교사회가 저럴 수 있냐는 얘기 나올 때 종교사회도 인간사회니까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게 없어서 그 종교를 존경하는 게 아니라 불안전하고 모순이 많고 욕망과 충동하는 사람이 모여서 더 훌륭한 곳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종교 미래 낙관적으로 본다. 문제가 있지만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해야 한다.

Q : 정치와 종교는 어때야 하나.
A : 정치와 종교는 완벽히 분리돼야 한다. 정치는 물리적 강제력, 폭력을 기반으로 한다. 아무리 좋은 말로 표현해도. 그러나 종교지도자는 다르다. 정치인들이 동원하는 수단을 종교지도자라면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종교지도자는 영혼을 다루는 사람이다. 두 영역이 합해지면, 악마성을 갖고 있는 국가폭력에 종교외피가 씌워지면 도그마가 되고 지옥으로 변한다.
다만 프란시스코 교황의 경우 가난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체제 반대투쟁을 얘기한 것은 합법적이다. 종교인이 직접 권력을 다루지 않지만, 사람들로 하여금 국가권력이 선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도록 영향을 행사하는 게 종교의 역할이라는 의미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돼야 하고, 종교인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임으로써 국가의 기능과 역할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게 좋은 방향이다.

Q : 민주주의는 국가정의를 실현하는 데 적합한가.
A : 누가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는 건 고대 그리스에서도 중요한 문제였다. 그 질문이 1000년 넘게 유럽 정치학을 지배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 훌륭한 사람이 다스려야 한다. 근데 현실에서 권력을 잡는 사람은 대부분 훌륭하지 않았다. 물리적 힘이 원천이 된 과거, 산업혁명에서는 돈이 권력인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칼 포퍼는 우리는 최악의 인물이 권력을 잡아도 나쁜 짓 못하도록 하는 게 정치학이다. 인간은 믿을 수 없는 존재다. 변덕이 심하고 오작동도 잘한다. 인간성에 대한 신뢰는 해야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 믿는 건 어리석다고 본다. 민주주의는 불신을 기반으로 한 제도이다.
독일은 1919년 민주국가로 바뀌었다 15년도 못가서 나치에 권력을 뺏겼다. 유대인 학살이 벌어지고 독일은 패전하고 나라가 박살나서 독일 시민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독일서 유학하면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 사람이 독일 당수였다. 바이마르 공화국 없어지고 돌아가실 때 민주주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민주주의를 했기 때문에 망한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조의금은 시민정치교육에 써달라고 유언했다. 이게 기반이 돼 독일 정당은 재단을 갖고 시민정치교육을 한다. 정치인 지식인 초청 강연회와 교육이 열린다. 무료로 나눠주는 책자 등 활동 열심히 한다. 독일민주주의가 달라진 것은 가치를 깨닫고 자기의 권리 행사하는 시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 제도적 결함, 모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보면 투표율이 너무 낮다. 민주주의 누리는 자격이 부족하다. 독일, 프랑스는 투표를 일요일에 한다. 프랑스는 두 차례 한다. 과반수가 안 넘기 때문에. 투표율이 80%를 넘는다. 권리 위에 잠자는 국민이 너무 많다. 우리 민주주의가 오로지 정치인이 멍청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본다. 투표하러 오는 사람 중에도 내가 누구인지, 민주주의에 대해 교육받은 적도 없다. 자기가 읽는 특정 신문을 읽고 따라가는 사람도 많다. 결국 그 모든 게 나아지려면 제도를 바꿔서 나아지는 건 아니다. 궁극적으론 자기 자신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알고 그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이행하려는 사람들이 깨어있는 시민이다.

Q :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건 왜일까.
A : 우리 대뇌피질에는 거울 신경세포가 있어서 타인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 이게 마비되면 엄청난 범죄가 생긴다. 우리 자신도 생각 없이 살다보면 악을 저지를 수 있다. 공감을 표출하지 못해 억누르는 사람들도 있다. 40일 단식으로 미라처럼 깡마른 다리를 보면 눈두덩이 뜨거워지고 콧날이 시큰해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그 자연스런 인간적 감정을 스스로 억제한 걸 보면 안쓰럽다. 한국현대사의 문제다. 특별법 만드는 건 당연한 순리인데 그걸 만드느냐 마냐를 놓고 한 달간 끄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도 우리 현대사회 비극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Q : 깨어있는 시민이 많아져야 한국사회 현실의 참담함 벗어날 수 있다고 했는데 너무 원론적인 해답이 아닌지.
A: 현대대사에서 우리 국민들은 유신헌법 국민투표에 90%가 찬성했지만 1986년 6월 항쟁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 국민의 44%는 이어진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를 지지했다. 이걸 보면 국민은 우매하지도 뛰어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저는 시민을 신뢰하지 않지만 불신하지도 않는다. 지금 정치를 사람들이 욕하지만, 국민이 누적된 선택의 결과다. 우리가 진짜 더 나은 정치를 원한다면 우선 나를 바꿔야 한다. 지금의 열망은 기성의 정치를 바꿀 만큼은 아니다.

Q : 세월호 참사 이후 적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적폐 청산에 대한 의견은.
A : 어제가 없이 존재하는 오늘은 없다. 모든 사회는 모든 시점에서 적폐가 있다. 자기 자신도 적폐의 일부다. 그걸 인정하는 데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예전 어떤 대통령은 자기 자신이 구시대의 막차가 되길 원한다고 했다. 지금의 대통령은 자기 자신도 적폐의 산물임을 모른다. 자신의 일부인 적폐를 해결하는 게 대통령의 과제인데, 자신을 제외한 적폐를 해결하려고 하니 적폐가 없다. 박근혜식 정치도 옛날 정치다. 참모나 모임 만들어 운영하고 선거 끝나면 자리 달라고 하지 않나. 자기 자신이 적폐 일부인데 자신을 빼고 어디를 의심하나. 그런 자세론 적폐를 청산할 수 없다.

Q : 자신을 진보라고 소개했는데 진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 진보란 나와 무관한 다른 사람의 복지에 관심을 갖고, 그 사람의 복지를 위해 내가 가진 재산 일부를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진보라고 본다.

Q : 국가정의는 어떻게 실현돼야 하나.
A : 정의가 잘 실천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과거 군사정권 시절 생각해보면 이정도 온 것도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시민혁명이 일어난 나라치고, 반동기 없던 나라 없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민주화 이후 일정한 사회적 진보와 퇴행이 반복됐다. 그건 보편적인 패턴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 시기 사람들 움츠러들고 사회에 암울한 전망하지만 전진하기 위해 힘을 비축하는 때라고 본다. 더 큰 진전을 이루는 힘을 비축하는 시기인 만큼 많이 느끼고 생각하고 대화하다보면 더 좋은 날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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