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미리 석불입상 앞 300m까지 채굴 신청 ‘논란’
사찰·주민들 “사업 허가나면 암석 균열” 우려

보물 제93호로 지정된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석불입상이다. 그런데 최근 문화재와 가까운 거리에 대규모 토석 채취를 위한 인허가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허가를 신청한 구역이 석불입상과 직선거리로 불과 300m 가량 떨어져 있어 문화재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는 지난 11일 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 관련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이 마을에 석산 개발이 시작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애이불입상이 있는 장지산 뒤편 자락 500m 인접 구역에서는 지역의 한 업체가 1994년 레미콘 골재 생산을 위한 토석채취허가를 받아 폭약을 이용한 발파작업을 해오고 있다.

보물 제93호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

그동안 총 4차례에 걸쳐 허가를 받았으며 규모가 점점 확대돼 지금은 22만여㎡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마애이불입상에서 사업장까지는 도보로 15~20분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나무숲 사이로 멀리 사업장이 보일 무렵부터 공사 소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지난 7월21일 마애이불입상 앞 300m까지 토석채취 구역으로 추가하겠다고 파주시청에 서류를 신청했다. 이번에 신청한 규모는 총 7만2270㎡로 알려져 있다.

현재 지역에서는 이 업체가 신청한대로 사업 허가가 난다면 보물인 석불입상은 물론이고, 소음, 진동, 비산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와 주변 생태계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는 용미리 마애석불입상과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져 있지만, 이 업체는 지난 7월 300m 앞 까지 사업장을 확장하겠다는 서류를 파주시에 신청했다.

실제로 석불입상이 있는 파주 용암사와 마을 주민들은 소음과 진동피해를 호소하고 있었다. 이날 만난 용암사 주지 태공스님은 “지난해와 재작년에는 정기적으로 발파작업을 했는데 대웅전 마당에 서 있으면 발밑을 쿵 치는 듯한 느낌을 받은 적도 있다”며 “몸으로 느낄 정돈데 마애부처님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을 근무한 사찰 사무장도 “문화재는 한 번 훼손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미세하지만 충격이 계속 가해진다면 문화재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채굴 사업장은 마애석불입상과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져 있지만, 이 업체는 지난 7월 300m앞 까지 사업장을 확장하겠다고 나섰다.

전문가들 또한 난개발로 인한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지난 7일 문화재청이 발표한 ‘문화재특별 종합점검’ 결과 보고서에도 석불입상은 ‘정밀 안전진단’이 필요한 E등급이 매겨졌다. 하단 석재가 부식돼 다수 균열이 관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구조적 변형의 진행여부 측정 등을 위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게 그 이유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도 “이 불상이 위치한 곳으로부터 불과 직선거리 500m 지점에 채석장이 입지해 있으며, 이는 문화재 보호법 제13조가 정한 문화재 보존지역 외곽 경계 500m 지점과 접하고 있다”며 “미세한 진동이 거듭되면 불상에 발생해 있는 자연적인 틈은 물론이고 암석자체의 균열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고 비판했다. 최종적으로 사업 허가 승인권을 쥐고 있는 파주시도 내부적으론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현재 이 업체는 마애이불입상 주변 석산개발 건 관련 신청을 취하한 상태지만 사업 진행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지난 12일 통화에서 “사업을 중단할 지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 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2013년 11월 열린 제11차 건축문화재분과위원회 회의에서 이 업체가 신청한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등 허가’ 건을 심의한 결과 조건부 가결 결정을 내려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문화재 현상변경에 대해 허가가 난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파주시로부터 의견을 받아 9월 중 재심의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불교신문3033호/2014년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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