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씨앗을 심는 템플스테이 ⑥ 해남 미황사

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운영하는 패밀리브랜드 ‘아생여당’은 위로, 건강, 비움, 꿈 등을 주제로 한 템플스테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설문조사를 통해 살면서 가장 필요한 4가지 요소를 선정해 이에 맞는 특화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것이다.

비움을 주제로 한 ‘당당(堂堂)’ 템플스테이는 날이 갈수록 복잡한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적격이다. 가족과 친구, 사회에서 얽혀 있는 감정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선집중 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와 상시 템플스테이 ‘고요한 소리’를 운영하고 있는 해남 미황사에 세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7박8일간의 집중수행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는 참선을 통해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제공한다. 사진제공=미황사

미황사 템플스테이의 특징을 묻자 주지 금강스님은 먼 거리를 꼽았다. 먼 거리는 단점이 아닌 장점이다. 자기생활 공간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오기 위해 사람들은 마음의 준비를 먼저 하고 4~5시간 차를 타고 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도 온다. 인천공항에 내려 강남터미널까지 이동해 다시 장시간 버스를 타고 해남으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스님도 신기할 때가 있다고 한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미황사로 이끌었을까.

미황사는 땅끝마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사찰이다. 깎아지른 바위가 병풍처럼 늘어선 달마산을 등지고 서면, 크고 작은 섬들에 둘러싸여 있는 남해의 푸른 물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무심한 듯 늘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과 바다는 보는 이들에게 마음의 안정을 준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다.

먼 거리를 마다않고 전국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황사에 오는 건 자연 때문만은 아니다. 한문학당을 비롯해 상시 템플스테이와 7박8일 일정의 ‘참사람의 향기’ 등 미황사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의 역할도 크다. 잠시라도 일상에서 벗어나 변화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끌리듯 이곳을 찾는다. 미황사에서 머물기 위해 연간 4000~5000명가량이 땅끝마을을 찾아오는 것이다.

체험형 ‘고요한 소리’ 외

매월 셋째 주 토요일마다

참선집중프로그램 운영

미황사 템플스테이는 제법 역사가 길다. 템플스테이가 도입된 2002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되고 있으니 장수템플스테이 사찰이라 불릴 만하다. 시작부터 지금까지 템플스테이를 쉰 적도 없다. 한 명이건 두 명이건 늘 템플스테이를 했다. 365일 언제나 문을 열어 놓고 있어 마음만 내면 언제든 머물 수 있는 까닭에 사람들은 편하게 미황사를 온다. 와도 금세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3일에서 일주일까지 여유롭게 지내는 참가자들이 다수라고 한다.

다시 오는 사람도 많다. 혼자 오기도 하지만, 친구나 가족의 손을 잡고 오는 이들이다. 좋았던 기억을 좋은 사람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서다. 근래 유럽 참가자들이 늘어난 것도 먼저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 덕분이다. 좋아서 다시 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주변에 열심히 미황사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고 한다.

13년째 한결같이 템플스테이가 운영될 수 있었던 건 금강스님을 비롯해 미황사 대중들의 힘이다. 다섯 명의 스님들이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각각 참여하고, 템플스테이에 직접 관여하는 직원들만 12명이다. 덕분에 주지 스님이 잠시 자리를 비워도 템플스테이 운영엔 차질이 없다.

특히 7박8일간 참선집중프로그램 ‘참사람의 향기’는 미황사의 저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매월 셋째주 토요일에 시작되는 ‘참사람의 향기’는 밖으로만 향하는 시선을 내 안으로 돌려, 1년 365일 중 8일만 내면을 들어다보며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참가자들은 오후불식과 묵언정진을 하면서 하루 6시간 이상 참선하면서 여여함을 찾아간다.

매일 6시간 이상 참선

오후불식 묵언하다보면

‘참사람의 향기’ 느껴져

“공부하는 데 시간과 공간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주지 금강스님은 땅끝이라는 미황사의 특징과 “시간을 극복하기에 가장 적당한 날”을 7박8일로 보고 이에 맞게 ‘참사람의 향기’ 일정을 짰다. 미황사 괘불제가 열리는 10월을 제외하고 1월부터 12월까지 연간 11번 열리는데, 매회 20명 안팎이 참여하고 있다.

참가자 사연도 다양하다. 몇 년을 벼르다가 오는 이들이 많고 회사에서 일주일 휴가를 내 주지 않아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온 참가자도 있었다. 외국에 거주하다가 잠깐 한국에 들어온 틈을 타 시간을 낸 사람, 퇴직이나 이직을 하면서 새 인생을 설계하기 위해 오거나 불면증, 우울증, 자살충동 등 마음의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도 다녀갔다. 금강스님은 “간절함이 클수록 수료 후 변화가 크다”고 한다.

2005년 처음 문을 열어 지난 7월 78회까지 마친 ‘참사람의 향기’에는 지금까지 줄잡아 1500명 이상이 다녀갔다. 꾸준함의 비결은 특별한 듯 특별하지 않다. “참가자가 오지 않으면 혼자 수행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금강스님은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7박8일간 참가자들을 지도했다고 한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참가자가 없어 스님 혼자 정진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참사람의 향기’ 첫날은 사찰예절과 좌선방법과 습의를 익히는 시간이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정진에 들어간다. 오전4시 예불을 시작으로 아침공양시간 전까지 좌선을 한다. 죽공양 후 대중울력이 끝나면 오전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주지 스님과 차담을 나눈다. 스님으로부터 차를 우리는 법부터 차 마시는 법을 익히고 차를 통해 도를 배우는 다도는 참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 가운데 하나다.

차를 마신 뒤에 9시부터 점심공양 전까지 다시 정진이다. 점심 발우공양과 행선을 하고나면 오후정진을 하고 스님 법문을 듣는다. 금강스님은 초심자에게는 2시간, 구참자에게는 1시간 법문을 한다. 저녁예불 후부터 자기 전까지는 좌선과 문답시간이 이어진다.

기암바위 병풍의 달마산

섬으로 둘러싸인 바다는

땅끝 마을이 주는 선물

참가자들은 날마다의 수행과정을 스님에게 이야기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 가르침을 받는다. 이 과정이 첫날과 마지막 날을 제외한 6일간 지속된다. 그러면서 참가자들은 자신 안에 잠재돼 있던 ‘참사람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된다. 그 느낌을 잊지 못한 이들은 다시 미황사를 찾는다. 한 참가자는 “처음 40분씩 앉아 있는 것마저 고통이고 두려움이었는데 날이 갈수록 편해지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되자 참선공부도 자리를 잡았다”며 “7박8일간의 참나를 찾아가는 선수행은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생활이었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참사람의 향기’ 전 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하는 금강스님은 “사람들이 미황사를 고향처럼 여겼으면 한다”고 한다. 힘들고 그리울 때 언제라도 다시 찾을 수 있는 안식처가 될 수 있게 늘 노력한다. 템플스테이나 ‘참사람의 향기’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수행대중’ 모임을 만든 이유도 이 때문이다.

결제 때면 <재가안거수행록>을 만들어 집에서 쉽게 수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주는가 하면 연2회 구참자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한다. 7박8일간의 일정을 수료한 이들이 사찰을 떠나 일상에 돌아가서도 꾸준히 자신을 돌아보는 수행도반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금강스님은 “템플스테이를 자기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사찰에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은 잠깐 멈추고,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며 힘을 얻는다. 살다보면 문득 바쁜 현상에 정신을 빼앗긴 채, 다른 사람과 비교하다보면 어느새 지쳐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때 템플스테이를 하면 자기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수행이 필요한 건 산중에 사는 스님들이 아니라 세상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는 스님은 “수행자와 같은 마음을 갖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가꿔야 세상이 향상되고 행복한 사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IMF 이후 저성장사회가 되면서 사회는 대립과 경쟁체제로 바뀌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사람들은 행복을 잃었다”며 “행복을 되찾고 자신을 회복하는 계기가 바로 템플스테이”라며 보다 많은 이들이 템플스테이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외국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사찰예절을 배우는 모습.

■ 미황사 템플스테이는…

365일 상시 운영되는 ‘고요한 소리’와 참선집중 수행프로그램인 ‘참사람의 향기’를 운영하고 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먹고 자고 예불하고 참선하고 차도 마시는 일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유시간이 많아 참선, 기도, 산책, 달마산 산행, 독서 등 원하는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단 대중생활의 기본인 공양, 울력, 예불시간은 지켜야 한다.

‘참사람의 향기’는 7박8일간 사찰에 머물며 참선, 묵언, 오후불식, 수행문답을 통해 오롯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정신적 신체적으로 ‘참사람의 향기’ 프로그램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20세부터 65세 사이의 일반인 및 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겨울엔 20명, 여름엔 30명을 모집한다.

참가신청은 미황사 홈페이지(www.mihwangsa.com)에서 신청서를 다운받아 작성한 뒤 이메일(dalmaom@hanmail.net)로 제출하면 된다. 참가신청과 입금 후 소정의 심사를 거쳐 5일 이내에 개별 통지한다. 선정되려면 진지하고 솔직한 참가신청서를 누구보다 빠르게 제출하는 게 중요하다.

올해 하반기에는 △8월16~23일 △9월20~27일 △11월22~29일 △12월21~28일에 각각 진행된다.

[불교신문3033호/2014년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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