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유식학으로 풀이한 반야심경

송찬우 편역 / 비움과 소통

<천수경>과 함께 한국 불자들이 가장 많이 외는 경이 <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사찰에서 진행되는 모든 의식에 빠지지 않고 독송되지만, 실제 이 경의 깊은 뜻을 인지하고 외는 이는 많지 않다.

조계종에서는 ‘한글반야심경’을 제정, 반야심경의 뜻을 풀어 전하고 있지만 심묘한 이치를 담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런 가운데 송찬우 전 중앙승가대 교수<사진>가 법상유식학을 토대로 반야심경과 불교교리를 해설한 책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저자는 “대승불교사상을 교리적으로 체계 있게 이해하고 접근하려면 반드시 법상유식학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법상유식학은 학자들에게도 어려운 학문이다 보니, 일반인들은 접근하기조차 쉽지 않다.

평소 유식학을 바탕에 두고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불교개설서를 고민하던 저자는 <반야심경>을 통해 유식학의 개론적 설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책을 냈다. 유식학 관련 자료인 <성유식론>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신유식론> 등을 참고해 불자들이 <반야바라밀다심경> 뿐만 아니라 유식학의 근본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유식 바탕에 근본교의 해설

업론 번뇌 5온 등 쉽게 풀이

6백부 대반야경 정수 담긴

‘반야심경’에 짧은 해설 가미

대승불교사상 바로 알려면

법상유식학 이해 우선돼야

책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1부 심경통론(心經通論)과 2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이다. 1부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기초단계로, 불교의 기본교리에 대한 해설이 담겨 있다. 업론과 번뇌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5온, 12처, 18계와 12인연, 4성제, 3법인, 8정도에 대해 쉽게 풀이했다.

2부에서는 신행활동을 하는 불자라면 어렵지 않게 외는 <반야바라밀다심경>을 해설한다. <반야바라밀다심경>은 <반야경>의 정수를 집약시킨 반야부의 핵심으로, <반야심경> 또는 <심경>이라고도 한다. 5온, 12연기, 4제의 법을 들어 온갖 법이 모두 공하다는 이치를 설명하고, 보살이 이 이치를 관찰할 때 일체 고액을 면하고, 열반에 이르러 아뇩다라남먁삼보리를 증득한다고 설하고 있다.

<반야심경> 이역본은 요진시대 구마라집의 <마하반야바라밀다대명주경> 당나라 현장스님의 <반야바라밀다심경> 당천축 불공스님의 <범본반야바라밀다심경> 당천축 법월스님의 <보편지장반야바라밀다심경> 등 7종이 있는데 이 중 현장스님의 번역본이 가장 널리 유통됐다.

뿐만 아니라 고금을 막론하고 수없이 많은 <반야심경> 해설서들이 나왔다. 하지만 “난해한 경문의 이해를 돕기 위한 해석서들이 너무 전문적”이다보니 “지식이 없는 불자들은 해석서를 이해하기가 <반야심경> 본문을 이해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는 게 현실이다. 경전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불자들에게 그 가르침을 생활에서 실천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저자가 <반야심경>을 알기 쉽게 풀어준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우선 “자유자재한 보살이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지 관조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살은 깊은 지혜로 법공반야(法空般若)의 이치를 현실에서 실천수행하면서 걸림과 공포와 전도로부터 자유자재한 열반피안으로 당도”하는 존재다.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 자연무분별지(無分別智, 주관과 객관의 대립을 여의고 주객이 통일된 평등의 경지에서 진여를 체득한 진실의 지혜)로 바라보면 색수상행식 등 5온은 모두 진공여래장성으로서의 모습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살은 피안으로 건너가는 매순간마다 이런 이치를 여실히 관조한다. 그러면 세간과 출세간의 생사고해에서 벗어나 일체의 고통과 액난을 건너 해탈할 수 있다. 이것이 <반야심경>의 총체적 요점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진공여래장성에서는 색온(色蘊)과 진공(眞空)이 둘이 아니며 대지의 모든 중생들은 낱낱이 중도실상인 부처 아닌 자가 없다. 또 싫어해야 할 생사가 실재하고 기뻐할 열반이 따로 있다고 집착해서도 안된다. 이는 “생사가 공적함을 알고 열반법은 생사를 떠나 따로 실재하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반면 “부처님께서는 보리의 진실한 지혜를 얻어 생사와 열반에서 염증과 기쁨의 집착을 평등하게 모두 떠난 분”으로 “단지 대반야의 지혜만 있기 때문에 열반에 기쁨에 집착하지 않고 3계생사(三界生死)에 현신하여 대자비를 시행”할 수 있다.

생사와 열반에 집착하지 않고, 중생제도도 버리지 않는 중도행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저자는 “<반야심경>의 강령대의는 짧고 간결하며 분명하다”며 “그러나 그 짧은 문장은 부처님 49년 장광설법인 일대시교 가운데 21년 동안 설한 광대하고 심오한 6백부 <대반야경>의 핵심요지를 빠짐없이 원만구족하게 간직하고 있는 정요이자 골수”라고 찬탄했다.

또 “<반야심경>에 함축된 사상은 단순히 반야부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기에 진일보해 일대장경의 근본골간을 빠짐없이 구성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불자들이 왜 <반야심경>을 공부해야 하는 지를 역설했다.

한편, 송찬우 교수는 1951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동국대 불교대학을 졸업했다. 민족문화추진위원회 국역연수원을 수료하고 고려대 한문학과와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강의했으며 동국역경원 역경위원과 중앙승가대 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동현학림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금강경파공론> <장자선해> <노자 그 불교적 이해> <대승기신론> <종경록> <제불보살복장단의식> <뜻으로 읽는 금강경> 등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불교신문3033호/2014년8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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