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승석 문학평론가 만해학회서 주장
심우장 문화콘텐츠 필요성 제안도

“자유는 만물의 생명이요, 평화는 인생의 행복이다. 그러므로 자유가 없는 사람은 죽은 시체와 같고 평화를 잃은 자는 가장 큰 고통을 겪는 사람이다.”

만해 한용운 스님의 ‘조선독립의 서’는 지금도 명문으로 기억되고 있다. 조선이 독립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명문장으로 피력한 ‘조선독립의 서’가 그 중요성에 걸맞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세미나에서 이를 국가지정 문화재로 지정해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승석 문학평론가는 만해학회가 지난 7월25일 서울 신사동 유심사무실에서 ‘만해와 근대 지성의 교류’를 주제로 연 학술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7월25일 서울 신사동 유심 사무실에서 만해스님 열반 70주년을 기념해 열린 만해학회 학술세미나에서 발표자로 나선 서승석 문학평론가(왼쪽)와 토론자인 박현수 경북대 교수.

만해스님의 열반 70주년을 맞아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 서 씨는 “백범일지는 보물로 지정됐지만 최남선의 ‘기미독립선언서’와 만해스님의 글은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며 “조선독립의서는 그 소중함에 걸맞은 예우와 함께 국가 보물로 대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선독립의 서’는 만해스님이 3ㆍ1운동으로 투옥돼 옥중에서 쓴 것이다. 일본인 검사가 독립선언을 한 까닭을 묻자 말로는 다 답할 수 없어 글로 적어 제출했다. 스님은 조선독립 선언의 동기를 ‘조선 민족의 실력’ ‘세계 대세의 변천’ ‘민족 자결 조건’이란 항목으로 나눠 밝혔으며, 조선독립 선언의 이유로 ‘민족의 자존성’ ‘조국사상’ ‘자유주의’ ‘대세계의 의무’를 들어 투철한 독립의지를 선언했다.

서 씨는 “이 논설은 도덕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일종의 불교 인과론에 기초해 조선 독립의 불가피성을 역설하고 있다”며 “어두운 역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던 것임에 틀림없다”고 밝혔다.

이어 “한용운의 일대기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다’는 진리를 상기시킨다”며 “일제의 폭력 앞에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기 때문에 민족의 지도자로 추앙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사 속에 빛나는 만해의 위상을 드높이기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만해와 심우장의 정신사’를 주제로 한 발제문을 통해 심우장의 역사와 정신사 등을 기반으로 한 본격적인 문화콘텐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장의 관리와 사업, 기념행사 등의 주체를 세워 만해사상을 계승하는 기념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심우장은 만해스님의 생애에서 간과할 수 없는 장소로 스님이 1933년부터 1944년까지 살던 집이다. 이곳에서 수많은 지성인과 학생을 만났으며 시, 시조, 소설 등의 문학 작업을 펼쳤다.

김 교수는 “현재 심우장을 배경, 소재로 하는 기념사업과 행사 등은 산만하고 일관성이 없다”며 “행사 주체도 애매하고 내용은 수시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상영 중앙승가대 교수도 “심우장은 아직까지 역사적 가치를 온전히 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만해스님이 심우장에서 참선에 주력하며 <유마경>을 번역한 사실에 주목하며 스님의 사상체계에서 선과 유마경은 어떤 위상과 의미를 갖는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당시 일제와 총독부는 심우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관련 기록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교신문3031호/2014년8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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