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마경

김태완 번역 / 침묵의향기

“법에는 나(我)라고 할 것이 없으니, 나라는 더러움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목숨이 없으니, 삶과 죽음을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윤회하는 나가 없으니, 앞뒤의 시간이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법은 늘 고요하니, 모든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법은 탐욕과 집착을 벗어났으니, 관계할만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문자가 없으니, 언어가 끊어졌기 때문입니다. 법에는 비유로 설명할 것이 없으니, 모든 생각의 물결에서 멀리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법은 모든 것에 두루하니,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부처님 10대 제자 중 하나인 목건련 존자에게 유마힐거사가 설한 법문 중 일부다.

다음은 유마힐거사가 미륵보살에게 전한 설법 한 대목이다. <유마경> 제4보살품에 실려 있다. “고요함이 깨달음이니, 모든 분별이 영원히 고요하기 때문입니다. 다투지 않는 것이 깨달음이니, 모든 집착과 모든 논쟁에 전부 멀리 벗어났기 때문입니다. 편안히 머묾이 깨달음이니, 법계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둘 아님이 깨달음이니, 차별법의 성질을 모두 멀리 벗어나기 때문입니다. 평등이 깨달음이니, 모든 눈과 색깔에서 의식과 법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평등하여 허공과 같기 때문입니다.”

<유마경>은 철저히 ‘불이법문(不二法門)’을 가르친다. 불이중도를 통한 해탈의 길을 탁월한 통찰력과 논변으로 설하며, 불이중도란 무엇인지를 다양한 상황에 대입해서 자세히 설법한다. 결국 불이중도란 이 세계 자체의 본질임을 알 수 있도록 차근차근 이끌어간다.

<유마경>이 예로부터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불이법을 탁월하게 설하는 ‘불가사의 해탈법문’이기 때문이다. 중국서도 선종을 비롯한 각 종파에서 중심 경전으로 삼아 열독했고, 수많은 해설서들이 집필됐다. <육조단경>과 <증도가> 등 선종의 주요 문헌들에서도 다수 인용하고 있다.

김태완 무심선원장이 엄밀하면서도 쉬운말로 번역하고 풍부한 주석을 붙인 책은 당나라 현장스님(665∼713)이 한역한 <설무구칭경>을 원전으로 했다. 현장스님의 번역본은 티베트어본과 내용이 가장 유사하며 산스크리트어 원본에 가장 충실한 번역본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책은 무심선원에서 지난 2009년 5월부터 2014년 2월까지 220여 시간에 걸쳐 매주 한 시간씩 행해진 ‘유마경 법문’에 따라 5년간 번역된 것이다.

[불교신문3031호/2014년8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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