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라

범일스님 지음 / 김영사

부처님의 설법을 담은 경장(經藏)인 사부 니까야와 사아함경을 일목요연하게 한 권으로 담아 낸 책이 나왔다.

불교 경전은 크게 부처님의 설법이 담긴 경장, 생활규범이 담긴 율장, 부처님의 제자 스님들이 설한 논장으로 나뉘는데, 경장은 디가ㆍ맛지마ㆍ상윳따ㆍ앙굿따라 니까야로 현재까지 원형 그대로 전해져 4부 니까야로 불린다. 사아함경은 장ㆍ중ㆍ잡ㆍ증일아함경을 뜻하며 산스크리트어로 결집한 원본을 한역한 경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빠알리성전협회의 전재성 박사와 초기불전연구원에서 사부 니까야를 우리말로 번역해 그 존재와 내용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사아함경 또한 동국역경원에서 총 15권으로 펴냈다.

이번 책은 방대한 사부 니까야와 사아함경을 저자 범일스님이 비교하며 읽고 핵심을 추려 일반에서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이다. 마치 부처님께서 대학에서 가르침을 처음부터 끝까지 강의한다면 이 책은 강의용 교재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중도, 일체법, 연기법, 우주론, 열반에 이를 수 있는 방법론인 37도품, 범행의 조건 등 총 10장으로 구성돼 있다.

부처님 출현 당시 인도의 종교사상계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과 팔정도 등 부처님의 이론적인 가르침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한 개의 장이 끝날 때마다 다양한 문제들을 출제했다. ‘깊이 공부하기’라는 코너에는 모두 257개의 문제가 수록돼 있다.

‘몸과 생각을 나와 나의 것으로 여기는 착각은 어떻게 발생하는지 설명해 보라’ ‘오온을 벗어난 인간의 인식활동이 있는가. 있다면 예를 들어 설명해 보라’ ‘부처님께서 브라만교의 전변설을 타파하고 그 대안으로 내세운 가르침은 무엇인가’ 등 본문의 내용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 볼 수 있도록 문제를 실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를 수록하는 방법은 불교나 순수 인문학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원히 변치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고 성장한 범일스님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대학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다시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대학원에서는 이론천체물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천체물리학과에서 연구원으로 재직 중 영원불멸한 진리를 찾아 물질과학의 우주론에서 정신과학의 불교로 탐구방향을 전환해 출가를 결심한다.

방대한 경전들을 직접 읽고 핵심만 가려 뽑아 한권으로 엮은 책이 나왔다. 사진은 중앙승가대 스님들의 포살법회 장면. 불교신문 자료사진

영원불멸한 진리의 대상을 물질적인 것에서 비물질적인 대상으로 전환한 것이다. 스님으로서 체계적인 불교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동국대 대학원에서도 공부했다. 한때 외국 불교학계와 외국인 스님들과의 교류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 무렵 고(故) 고익진 교수의 <아함법상의 체계성 연구>와 이중표 교수의 <아함의 중도체계 연구>를 접하게 됐다. 이 두 논문은 사아함경의 체계적인 이해를 시도한 것으로 저자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졸업 논문을 쓰며 10년이 넘는 대학원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동안의 모든 활동을 접고 재출가하는 마음으로 지리산 함양의 토굴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발견한 불법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경전들을 직접 읽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이번 책이 바로 그 결과물이다.

스님은 연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물리학과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3년 금강선원 혜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양산 통도사에서 사미계와 비구계를 수지했다. 서울불교전문강당을 졸업하고 동국대 선학과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스님은 현재 지리산 토굴에서 정진하고 있다. 그동안 박사학위논문으로 ‘우주 초기에 붕괴되는 입자들의 우주론적 제약들’, ‘불교와 현대물리학의 세계관 비교연구’ 등을 썼으며, 저서로 <공부하다 죽어라(공역)>가 있다.

범일스님은 “오직 진리를 추구하는 구법자는 마치 광부가 땅 속에서 금맥을 찾듯 우주의 현상, 물질의 현상 그리고 생로병사하는 생명의 현상에서 진리를 찾는다”며 “불법을 구전으로, 구전된 불법을 문자로 전승한 모든 전법자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불사(不死)로 대변되는 열반은 모든 구법자의 영원한 안식처요, 구법자가 돌아가야 하는 진리의 고향이며 집”이라고 강조했다.

[불교신문3031호/2014년8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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