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간들 / 최지월ㆍ한겨레 출판

2014년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이다. 총 246편의 경쟁작 가운데 ‘죽음의 풍속을 그려냄으로써 삶의 진실을 복원해내는 경이로운 음각화’라는 심사평을 받았다. 주인공 석희가 엄마의 죽음을 치러내면서 사십구재에서 탈상인 100일까지 세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낸 소설이다. 육체적 죽음이 사회적 죽음이 되기까지, 언젠가는 누구나 목격해야 하는 부모의 죽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서술한다.

당연한 듯 있었던 존재의 상실을 말하는 이 소설은 어찌할 수 없음의 수동적 슬픔보다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딪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능동적 슬픔의 힘을 느끼게 한다. 소설가 김별아는 “날로 경조부박해지는 세상에서 소설은 오직 진정성만이 균형의 무게추가 될 수 있음을 ‘상실의 시간들’은 낮지만 또렷한 목소리로 웅변한다”며 추천의 말을 대신했다.

헤세의 여행 / 헤르만 헤세ㆍ연암서가

헤르만 헤세가 24세부터 50세까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기록을 엮은 책이다. 아울러 자신의 원숙한 인생관과 독특한 문학관을 피력하기도 한다. 자신을 방랑자나 유목민으로 이해하는 헤세는 여행을 통해 현대적인 탈경계의 시각을 보여준다.

헤세의 눈에서는 높고 낮은 것, 귀하고 천한 것의 경계가 무너지고, 만물이 평등해진다. 경계와 대립이 완전히 소멸되는 곳에 열반과 해탈이 있는 것이다. 헤세의 여행은 자신을 스스로에게 이끌어가는 하나의 고행이지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이번 책에서 헤세의 글은 불안하고 탐욕에 흔들리는 우리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작품 / 에밀졸라ㆍ일빛

프랑스 제2제정기(1852~1870)에서부터 제3공화정 초반(1870~1880년대)에 걸쳐서 마네를 선두로 하여 모네 등이 일으켰던 인상파 운동의 경향을 픽션 형식을 갖추면서도 사실적으로 형상화한 에밀졸라의 자전적 예술소설이다.

1880년대 후반 생성하고 소멸됐던 프랑스 미술의 온갖 흐름을 망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19세기 후반부를 누볐던 거의 대부분 실제 예술가들의 세계가 소설에 녹아있다. 인상파 화가들의 시각과 창작방법을 소설 창작의 차원으로 옮겨놓으려는 작가의 새로운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멀수록 짙은 향기 / 홍옥숙ㆍ선우미디어

“촌스럽다면 촌스럽고 앙증맞다면 앙증맞은 보광전의 관음불은 내 안의 모든 말들을 알고 있는, 어쩐지 예전의 내 모습 같기도 하고 미래의 내 모습 같기도 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바라만 보다 물러나온다.” 홍옥숙씨가 낸 생애 첫 수필집 ‘멀수록 짙은 향기’에서 남해 보리암 보광전을 주제로 쓴 글이다.

뒤늦게 불문에 들어선 불자수필가 홍 씨의 수필에 대해 정목일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은 “담담한 일상을 통한 삶의 발견과 의미부여, 마음의 정화를 통한 정진, 불교적인 명상법과 깨달음, 노래를 통한 활력과 삶의 리듬이 있다”면서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과 인생에서 얻은 지혜와 깨달음을 꽃피워내고 있다”라고 평했다.

농사짓는 철학자 불편한 책을 권하다 / 도은ㆍ행성:B잎새

‘주경야독 시골철학자가 일깨우는 인문학 정신.’ 서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방송 구성작가와 대안학교 교사로 일했고 현재 핸드폰과 컴퓨터 없이 현대문명과 동떨어져 산골에서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저자는 우리의 양심을 찌르는 ‘불편한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 이는 곧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세상에서 길을 읽고 소외된 자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수박 겉핥기식 인문서, 고전읽기가 아닌 비주류적 책읽기를 우리에게 권한다.

아룬다티 로이의 ‘생존의 비용’, 데릭 젠순의 ‘작고 위대한 소리들’, 알렉스 륄레의 ‘달콤한 로그아웃’,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등 저자가 소개하는 비주류 책이란 단순히 소수를 위한 책이 아니다. ‘인간답게 나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담은 특별한 명저들이다. 타인에 무관심하고 권력의 횡포에 침묵해왔던 우리들에게 시대에 저항하는 힘, 불필요한 욕망을 줄이는 행복, 함께 연대하는 기쁨, 상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 등 ‘더 옳은 삶’을 위한 자양분을 제공할 것이다.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 정재승 外ㆍ사이언스북스

‘국가대표 뇌 과학자들’이 밝히는 뇌의 모든 것을 담은 책이다. 한국 뇌과학계를 선도하며 융합과학의 최전선에서 활발히 연구하고 있는 세 교수와 함께 인간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무대인 뇌과학의 현장을 꼼꼼히 살펴보는 책이다.

신경혁명의 시대, 인간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열쇠이자 과학계에 남은 마지막 불루오션인 뇌를 ‘복잡계 과학으로 뇌를 연구하는’ 물리학자 정재승 교수, ‘뇌를 연구하며 고치는’ 신경과 전문의 정용 교수, ‘뇌를 통해 행동의 비밀을 푸는’ 유전학자 김대수 교수가 저자다. 세 교수는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세가지 큰 질문, ‘뇌는 어떤 존재이며 어떤 일생을 겪는가?’, ‘뇌는 원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하는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뇌는 어떤 전략을 가지고 그것을 행동으로 나타내는가?’를 던지고 그 답을 독자와 함께 찾아나선다.

[불교신문3031호/2014년8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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