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부산 원광사

부산 사직야구장 인근에 위치한 통도사 포교당 원광사. 주지 인오스님은 어린이부터 어른 신도까지 각각 특징에 맞게 수행법을 지도한다.

“사직야구장에서 산쪽으로 쭈욱 올라오면 됩니다.” 스님의 말씀은 간단했다. 길가의 가게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바로 나가서 길 건너지 말고, 오른쪽으로 가세요. 가다보면 교회가 보입니다. 그 근처 갈림길에 대문짝만한 안내판이 있어요.”

산쪽으로 가파른 길을 계속 갔다. 왼편에 사직여중이 있고 조금 더 가니 정말 큰 안내판이 있었다. ‘대한불교조계종 금정산 원광사’ ‘지방무형문화재 제97호’라 쓰인 안내판이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사직2동 산 74-12번지 통도사 포교당이 바로 이 절이다. 교회와 사찰이 마주하고 있는 절. 도심사찰에서는 보기드문 정경이다. 절 입구에 이르니 ‘지장보살 지장보살 지장보살’ 염불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지난 6월25일 오후2시가 다 될 무렵이었다. 장엄한 염불소리를 들으며 절 앞에 섰다. 탐스럽고 풍성한 꽃, 수국이 절을 지키는 쌍사자모양 양쪽에서 방문객을 반긴다. 절 안에 들어서니 비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근암당(近庵堂) 지일(志一) 대선사(大禪師) 부도탑’이다. 불기 2048년에 세웠다고 적혀있다. 평소에 보던 부도탑이 아닌 형태여서 비석으로 보였다.

지일스님은 통도사의 경봉-벽안-지일로 내려오는 선지식이다. 이 절 주지로 있는 인오스님은 지일스님 상좌로 스승 생전에 이 절에서 시봉했단다.

경내엔 대웅전, 미타전, 약사전이 있고 약사전 옆이 종무소이다. 종무소 앞 현판엔 ‘대한불교조계종 원광장학회ㆍ자비사랑실천회’라고 나란히 적혀있다. 원광은 경봉스님의 법호다. 통도사포교당이니까 통도사 어른의 맥을 이은 스님이 머무는 곳임을 알게한다.

인오스님은 도심사찰은 나름대로 할 일이 많다고 한다. “주어진 여건과 환경에 맞춰 조그마한 일부터 시작하려한다”고 말은 그렇게 하지만 스님이 하는 일은 ‘조그만한’게 아니다. 어린이에서 청소년 그리고 어른 신도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관심을 갖고 일한다.

어린이 포교는 스님이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분야다. 특히 난치병 어린이에 대한 애정은 남달리 깊어 부산대병원에 형편 닿는대로 지원하고 있단다. 청소년에 대해서는 스님 특유의 교화를 한다. 자퇴서 내기 직전의 고교생, 말하자면 ‘문제학생’들을 대상으로 불가(佛家)의 전통무예와 참선을 지도한다. 몸과 마음을 바로잡는 프로그램이다. 신도 대상으로는 기초교리부터 시작하여 천수경 등을 강설한다.

지난해부터는 선교대강좌(禪敎大講座) 선지식초청법회를 열고 있다. 지장재일, 관음재일 법회와 약사기도, 아미타기도, 용왕ㆍ칠성ㆍ산신기도를 한다.

원광사는 ‘염불기도 중심도량’이라 일컫는다. 인오스님은 “염불 잘 한다고 알려져서 재를 지내려는 불자들의 호응이 크다”고 한다.

스님이 이 절을 맡은지는 7년째란다. 중앙승가대 총학생회장, 통도사, 호법부 소임 등을 거친 인오스님은 교학 연찬과 행정업무의 공력을 바탕으로 원광사를 여법한 도량으로 가꿀 원력을 차근차근 펼치고 있다.

지역사회와 화합도모에도 한 몫을 한다. 일일찻집 수익금 전액 기부, 무료급식, 쌀 나누기, 결손가정 자녀돕기 등을 꾸준히 하고 있다.

“원광사는 할 일이 아직도 많습니다. 2008년 대웅전 후불탱화인 석가설법도를 문화재로 지정받았지만 전통사찰이 되는 것이 과제입니다. 도량도 더 확장해야합니다.” 스님은 이를 위해 천일기도를 하겠단다.

“불자의 일상은 신행(信行)의 연속이어야 합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잊지 않고 바르게 실천하는 나날이 돼야지요.” 인오스님의 말씀이 되새겨 진다.

[불교신문3030호/201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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