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의 허와 실

 

몸에 좋은 기운을 전하는 침향으로 만든 합장주. 사진제공=침향인

군복무 과정에서 부적절한 일들을 연이어 겪었던 가수 비는 전역 후 침향염주를 손목에 찼다. 침향의 좋은 기운을 몸에 지니면 액운이 사라진다는 ‘부적’의 의미로 부모님이 구해준 침향이다. 침향을 부적으로 활용하는 문화는 우리보다 중국이 앞선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침향예찬가로 알려져 있다. 이외 우리나라 최고의 CEO로 꼽히는 양현석은 침향염주에 다이아몬드를 박아서 자신만의 악세서리를 착용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영화배우 김혜수는 침향을 피워놓고 일기쓰는 습관이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태우는 향은 물론 염주 합장주까지 침향에 대한 스님들의 관심은 말할것도 없고 이처럼 연예인들에게도 침향바람이 불고 있다. 비누나 화장품, 발효차, 침구 등 침향을 활용한 생활용품도 늘고 있다.

가라앉는 향을 뜻하는 침향(沈香). 최소 10년 이상된 침향나무에서 채취하는 침향은 ‘체내에서 기(氣)를 발하여 효능을 발휘한다’고 알려져 귀한 침향일수록 가격대가 엄청나다. 일반적으로 인도나 중국에 비해 ‘베트남산 침향’을 최고로 여기지만, 최근엔 베트남 현지에서 가짜로 침향을 만들어 유통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정밀한 감별이 필요하다.

침향은 오래된 나무일수록 나무 속 침향 특유의 기름량이 많아서 가격이 올라간다. 보통 우리돈으로 2만5000원짜리 침향묘목 한 그루가 7년만 지나면 40만원이 된다. 20년 30년된 나무에서 양질의 기름을 추출할 경우엔 주먹만한 침향이 최소 3000만원부터 수억원의 고가에 유통되기도 한다.

값어치와 질이 천차만별이다보니, 침향시장은 산삼이나 보이차처럼 ‘부르는게 값’인 경우도 많고, 가짜를 진짜처럼 속여 파는 업자들도 상당하다. 진위여부를 가려낼 표준이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시아 각국마다 대표적인 침향협회가 있지만 이들 협회도 매년 정례세미나를 갖고 침향나무에 기름보유량 증가방안 등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는 정도일 뿐, 침향감별기준 등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일반적인 감별법에 따르면 진짜 침향은 물에 가라앉고 물에 녹지 않아야 하고, 불태우기 전에는 꿀처럼 달콤한 향이 나고 불태우면 기름이 끓으면서 튀는 양상을 보인다고 김미형 침향인 대표는 귀띔한다.

향산업에 종사하는 이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는 능혜스님의 ‘취운향당’은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침향 관련 전시회 ‘침향과 향로전’을 열었다. 전시회는 가짜침향, 유사침향, 진짜침향을 실물로 보여줌으로써 침향에 관심있는 이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한 바 있다. 침향이 ‘자연이 준 선물’이 될지 ‘양심없는 업자들의 탐욕덩어리’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불교신문3030호/201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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