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복합체험관, 힐링센터, 공원형 부도전…

전등사 전등각.

 

강화 전등사 ‘전등각’

전통한옥형 불교문화체험관

“최적 환경, 사찰 한계 극복”

 

가평 백련사 ‘안심당’

호텔형 ‘사찰문화 열린쉼터’

“사회 지도층 대상 최고시설”

 

양산 통도사 ‘자비도량’

외국인 대상 ‘서구식 방사’

합숙훈련 대기업 연수 ‘인기’

 

대운사 부산포교당 ‘쿠무다’

1000여권 불서…갤러리 북카페

“스님과 시인 함께 커피 음악 책”

 

대행스님 부도탑.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는 종교를 떠나 ‘절에서 하룻밤’을 꿈꾼다. 공기 좋고 물맑은 산사에서 영양 최고 사찰음식을 먹고 아늑한 온돌방에서 청아한 풍경소리 들으며 꿀잠을 잘 수 있는데, 누가 그것을 마다하는가. 템플스테이가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각광받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는 템플스테이를 다소 불편하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단체규율 속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하고, 스님들의 생활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불교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외국인이나 젊은층 외에는 불편을 무릅쓰고 굳이 템플스테이를 신청하지 않는다.

영유아기 자녀나 고령의 부모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절은 좋지만 식사나 숙박은 절밖에서 해결하는 이들이 점점 늘고 있다. 가족형ㆍ휴식형 템플스테이가 있지만 이 역시 불편함을 감수하고 수행자처럼 정진하는 마음으로 하루이틀 절에서 살아야 하는 건 마찬가지. ‘절에 놀러 왔느냐’ ‘절에서 호사를 누리려 하느냐’ ‘조금 불편해야 더 좋다’ 등 말도 많지만, 쾌적하고 안락한 시설이 도량에 여법하게 구비돼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전각 늘리고 도량 넓히는 증축불사 시대를 넘어서 최근 사찰 특유의 복합문화공간을 구축해서 절에 오는 이들에게 보다 편안한 안식처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분주해진 배경이다.

강화 전등사는 사찰 입구에 최근 전통한옥형 불교문화체험관을 신설했다. 1950년대 이승만, 윤보선 대통령이 묵었던 여관으로 유명한 전등사 앞 ‘전등각’을 인수해서 그 자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 이름도 ‘전통문화체험관 전등각’이다. 이 일대는 1866년 흥선대원군의 천주교도 학살ㆍ탄압에 대항하여 프랑스함대가 강화도에 침범한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인들이 희생됐던 전적지이기도 하다. 전등사는 이같은 역사를 인식해서 지난해 한불(韓佛)문화교류 차원에서 프랑스 대사 관계자들을 초청해서 음악회를 열고 사찰음식체험행사도 가진 바 있다. ‘전등각’은 내년 봄 완공 목표로 1차 불사를 마무리하고 있다. 55평 남짓한 메인건물 1채를 비롯해 한옥형 별채 5개동이 들어선다. 2020년까지 10여동 이상으로 문화체험공간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등사 주지 범우스님은 “사찰경내는 개방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옛 성곽과 소나무 고목들에 둘러싸인 최적의 환경에서 절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면서 다양한 전통문화강좌를 열고 많은 이들이 부담없이 쉬고 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등사와 함께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가평 백련사도 최근 호텔형 문화쉼터 ‘안심당’을 완공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강화시킨 ‘특화된 템플스테이’를 열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백련사 주지 승원스님은 “공직자와 교육자, 의료인, 법조인, CEO 등 사회지도층이 절에서 심신을 재충전하고 편안하게 비즈니스 구상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도 사찰방사가 부족한데다 시설도 불편한게 그동안 현실”이라며 “조용한 산사에서 기도하고 마음정리를 하고 쉬다 갈 수 있도록 최적의 시설로 구비했다”고 말했다. 백련사 안심당은 2인1실 규모의 10여개 방이 있는데 방마다 화장실과 욕실이 갖춰져 있고 와이파이까지 가동된다. 내부에서 별도로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오는 8월 KB금융 임원진 수십명이 이 곳 안심당에 머물기 위해 ‘예약’을 해놓은 상태다.

백련사 주지 승원스님은 “사회지도층들에게 마음의 안식처와 귀의처를 마련해줌으로써 이들과 우호적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같은 인연들이 모아져 불교 외호세력이 생길 수 있다”며 “불교를 친근하고 바르게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양산 통도사 입구에서 40여년간 통도사와 고락을 함께했던 통도사관광호텔도 개보수를 마치고 ‘통도사 자비도량’으로 다시 태어났다. 통도사 평생교육원이 시행하는 명상, 사찰음식 등 각종 문화강좌를 자비도량에서 열고 있고 좌식문화가 낯선 외국인을 위한 침대방도 마련했다.

양식과 한식, 퓨전음식까지 다양한 먹거리도 맛볼 수 있다. 스님들에겐 무상으로 잠자리를 제공한다. 운동선수들의 합숙훈련이나 기업 연수도 이곳 자비도량에서 열린다. ‘통도사’라는 큰절도 불특정 다수를 수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만큼, ‘자비도량’을 통해 많은 이들과 인연을 맺고 호의를 베풀어 불교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포교당을 아예 ‘북카페’ 형식으로 개조해서 대중들이 접근하기 쉬운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는 사찰도 있다. 함양 대운사 주지 주석스님이 지난해 12월 문 연 ‘쿠무다(KUmuda)’라는 카페형 포교당이다. 부산 해운대 근처에 자리잡은 ‘쿠무다’는 범어사 말사로 등록됐고 외관상으로는 ‘그림같은 카페’다. 비구니 주석스님은 두달에 한번씩 이곳에서 이야기콘서트를 열고 갤러리도 열고 법당에서 강의도 한다. 성전스님과 원허스님도 쿠무다의 크고작은 행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안도현, 정호승 시인 등이 지금까지 이야기콘서트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오는 8월30일에는 혜민스님이 찾아와 오붓한 이야기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하얀연꽃’이란 뜻의 산스크리트어인 쿠무다에는 1000여권의 불서가 있고 매달 테마가 있는 작가전을 무료로 열어주고 있다.

종교를 뛰어넘는 복합문화공간 조성이 새로운 불사문화로 자리잡으면서 최근엔 사찰에 봉안되는 부도탑도 많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접할 수 있는 추모공원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입적한 한마음선원 대행스님의 부도탑은 스님이 생전에 주석했던 서산정 잔디밭 한가운데에 친근하게 자리잡고 있다.

부도탑을 제작한 김동철 석공예명장은 “사람들이 언뜻 보기에도 ‘부도탑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편안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한 새로운 유형의 조형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마음선원에서도 공원처럼 편안한 느낌을 요구했고, 요즘엔 스님들이 불사하는데 있어 과거와 달리 틀에 얽매이기 보다 대중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서기 위한 방편들을 고민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용있는 열린공간을 만들어 보다 많은 대중들을 포용하기 위한 ‘문화불사’가 이제 전국 사찰에서 나래를 펴고 있다.

[불교신문3030호/2014년7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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