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上> 불교적 관점에서 본 원인과 대책

‘정견의 시각’을 갖춰야“가족들은 이제 몸과 마음이 모두 지친 상태입니다. 가족들의 요구는 오로지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입니다. 그 외의 다른 것들은 생각할 상황이 아닙니다.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광장 단식장에서 만난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장의 말이다. 참사가 발생한지 100일이 지났지만 세월호의 아픔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전히 가족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식을 이어가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참사는 생명보다 이윤만을 추구한 물질 만능주의, 직업윤리의 부재, 인간성은 사라지고 물질만을 따지는 사회 전체의 문제, 총체적 부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노후된 중고 선박을 수입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선박을 개조하고 과적을 일삼았다.

지난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는 물질만능주의와 우리사회의 탐욕으로 인해 발생한 인재였다. 물질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낸 공업중생으로서 참회를 바탕으로 불교계는 생명중심의 사회로의 전환과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심을 극복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해야 한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승무원들은 비정규직으로 고용했다. 관리 감독해야 할 관계 기관들 역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구조 과정에서도 미숙함을 보였다. 오로지 눈 앞에 이익을 위해 중요한 생명의 가치를 소홀히 한 탐욕의 결과였다.

불교경전인 <전유경>에는 독화살의 비유가 전해지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독화살을 맞은 자는 의원을 빨리 불러 빨리 독화살을 빼내고 빨리 독을 빼어내어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지, 이 독화살을 쏜 자의 이름은 무엇이며 그 자의 신분은 무엇인지, 독화살의 재료는 무엇인지 알아서 무엇 하겠는가?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는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민도 해결하지 못한 처지에 세상의 기원은 알아서 어쩌자는 것인가?”라고 말씀하셨다. 독화살 비유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스스로를 살리는 문제보다 사변적인 것에만 잡혀있는 설익은 수행자를 나무란 것이었다. 사실 독화살에 맞아 괴로운 사람에게 당장 시급한 것은 화살의 정체가 아니라 독화살을 제거하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

돈과 물질만능주의 등

우리사회가 낳은

과도한 욕망의 산물

세월호 참사는 우리사회에 날아든 독화살이었다. 다시금 이같은 비극이 일어나는 일이 않도록 하기 시급한 것은 독화살을 제거하는 데 불교가 역할을 하는 일이다. 연기(緣起)와 불이(不二)의 가르침으로 보면 세월호 참사는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다.

부처님께서는 “탐욕은 작은 잘못이지만 극복하기 어렵고, 분노는 커다란 잘못이지만 극복하기 쉬운 반면에, 어리석음은 커다란 잘못일 뿐만 아니라 극복하기도 어렵다”고 설하셨다.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물질 중심의 사회를 만들어낸 공업중생으로서 참회를 바탕으로, 우리사회가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의 삼독심을 극복할 수 있도록 불교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인간성의 회복, 생명 중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불교가 기여해야 한다. 많은 스님들은 불교적 관점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며 이를 위해 불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함께 나누고자하는 마음

타인의 대한 배려 등

보살정신이 대안

조계종 고시위원장 지안스님은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본분을 망각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세월호 승무원과 해경, 정치인들의 사명의식과 희생정신의 부재가 원인이라는 점이다.

지안스님은 “모두가 맡은 소임을 다했다면, 자기본분에 충실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마음이 흐려지고 본분을 망각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초심을 잃고 살아가고 있다”며 “내가 노력한 결과를 남과 같이 나누려는 마음, 타인에 대한 배려 등 보살정신이 필요하다. 자기본분을 망각하지 말고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승가대 대학원장 보각스님과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장 법안스님은 물질과 돈에 대한 탐욕에서 참사가 비롯됐다고 진단했다. 보각스님은 “물질중심, 생명경시 사회 풍조에서 발생한 인재”라며 “재앙 뒤에는 항상 탐욕이 있다. 욕심없이 원칙을 지켰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참사”라고 밝혔다.

생명 중시, 공동체회복 등

공생하는 사회위해

종교계의 역할 필요

세월호 진실규명위해

‘정견의 시각’을 갖춰야

이어 보각스님은 “탐욕으로는 결코 행복을 찾을 수 없고 나눔과 베풂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며 “탐욕의 빠진 국민들과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공무원과 국가 모두가 반성하고 각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스님은 “개인적 차원에서는 인간의 탐욕과 욕망이, 사회적 차원에서는 공동체 정신의 파괴가 세월호 참사를 불러 일으켰다”며 “특히 보살적인 삶과 봉사, 희생정신이 부족하다. 종교인들의 책임도 크다”고 밝혔다.

이어 법안스님은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개인들이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도록 돕는 종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상임대표 퇴휴스님도 세월호 침몰 참사의 원인을 ‘욕망의 산물’로 규정했다.

퇴휴스님은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인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욕망을 없앨 수는 없지만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욕망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세월호 참사를 재발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우리 스스로가 욕망으로 인해 제2, 제3의 세월호를 불러 일으키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스님은 침몰 사고의 원인으로 안전불감증과 도덕적 해이를 꼽았다.

종호스님은 “우리사회가 총체적으로 침몰하고 있다.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지지 않는다면 우리사회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사회는 달라져야 한다. 느리더라도 어떤 가치보다 생명이 최우선의 가치가 될 수 있도록, 공생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종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물질 중심의 사고와 과도한 경재사회, 생명보다 경제를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참사를 불렀다”며 “무엇보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더 집중했어야 했다. 조금 더 노력했으면 충분히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금강스님은 “마녀사냥식으로 몇몇에게 책임을 물어 처벌하는 것보다는 추측을 자제하고 정견의 시각으로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며 “철저하게 진실을 밝히고 면밀하게 사고를 분석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월호 참사 100일 불교계 주요 활동 일지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직후 조계종은 발 빠르게 진도 현지에 긴급구호봉사대를 파견해 실종자 및 희생자 가족들을 위한 구호와 지원활동을 펼쳤다. 진도군실내체육관과 진도 팽목항에 각각 임시법당을 마련하고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며 세월호의 슬픔을 함께 나눴다. 전국 주요 사찰과 지역 불교계도 분향소를 마련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으며, 부처님오신날 연등회와 봉축법요식 역시 세월호 추모 분위기 속에서 엄숙하게 봉행했다.

· 4월16일 세월호 침몰 참사 발생

· 4월17일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 진도서 구호활동 돌입.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등 주요 종단 세월호 추모 애도문 발표

· 4월18일 조계종 연등회 행사 세월호 추모행사로 조정 입장 발표

· 4월19일 진제 조계종 종정 예하 실종자 무사생황 기원 유시 발표 및 진도 팽목항, 진도군실내체육관 방문.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 격려

· 4월21일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 진도군실내체육관에 임시법당 마련. 희생자 추모 및 실종자 기원 기도법회 시작

· 4월24일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 진도 팽목항에 임시법당 마련. 릴레이 기도 실시. 안산불교연합회 1만배 참회정진 입재

· 4월25일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 및 실종자 무사귀환 기원 서울 청계천 전통등전시회

· 4월26일 세월호 참사 추모 부처님오신날 연등회 개최. 안산불교연합회 세월호 희생자 극락왕생 및 생존자 무사귀환 촛불기원법회 봉행.

· 4월27일 총무원장 자승스님 안산 합동분향소 조문

· 5월5일 화쟁코리아 100일 순례단 진도 팽목항 방문

· 5월6일 세월호 참사 추모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봉행. 진도불교사암연합회, 화쟁순례단, 조계종긴급구호봉사본부 등 진도 팽목항서 봉축법요식 봉행

· 5월20일 조계종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재 봉행

· 5월21일 중앙승가대 총학생회 세월호 참사 추모음악회 개최

· 5월22일 총무원장 자승스님 진도 팽목항 방문

· 5월24일 안산불교연합회 1만배 참회정진 회향

· 5월29일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총무원장 자승스님 예방. 불교계 특별법 제정 1000만 서명운동 동참 약속

· 6월3일 조계종 재난구호봉사본부 팽목항 임시법당에서 희생자 극락왕생과 실종자 귀환 기원하는 특별기도 봉행. 조계사, 안산불교연합회 등 전국 주요 사찰 세월호 49재 봉행

· 6월5일 실종자 귀환 기원 ‘기다림 버스’ 출발

· 6월23일 조계종 결사추진본부 생명평화 1000일 정진과 세월호 참회 발원 기도 병행

· 6월25일 조계종 중앙종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안 의결

· 7월10일 총무원장 자승스님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서명 동참

· 7월11일 용주사, 경기종교인평화회의, 정조대왕문화진흥원 등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 봉행

· 7월16일 조계종 노동위원회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동참

· 7월24일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위령재(100재) 봉행

[불교신문3029호/2014년7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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