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자승스님,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위령재서 당부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째인 7월24일 하늘도 울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거리에서 단식 중인 가족들을 위한 격려이자 생때같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을 달래는 위로였다. 하늘은 오전부터 장맛비를 쏟아내며 세월호의 슬픔과 함께 했다.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주최하고 조계종이 주관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한 위령재가 참사 발생 100일째인 오늘(7월24일) 오전11시 서울 조계사 대웅전에서 봉행됐다. 위령재에는 종단협 회장인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비롯해 회원 종단 스님과 불자,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안철수 대표, 세월호 유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위령재는 아직까지 차디찬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자들의 귀환을 기원하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마음을 모으는 장이었다. 위령재에 참석한 스님들과 불자들은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사고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놓지 않고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조계종 의례위원장 인묵스님과 수륙재보존회 스님들의 집전으로 천도재가 봉행되는 동안 유가족들은 합장한 채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 가족을 떠나 보낸 아픔에 눈시울을 붉히는 유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위령재에 참석한 불자들 역시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고인들을 추모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계절이 바뀌고 100년 같은 아픔이 흘렀지만 우리 모두는 아직 낯선 시간 속을 방황하고 있다”며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하루 빨리 남은 실종자 모두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세월호 특별법은 유가족들과 국민 다수가 납득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함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며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시스템을 갖추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 생명의 가치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김병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도 위령재에 참석해 불교계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냈다. 김병권 위원장은 “총무원장 스님을 위시한 많은 분들이 저희 가족들을 위로해 주셨다. 이 세상에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신 것”이라며 “저희 가족들은 이 세상을 돈보다는 사람의 목숨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곳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추도사

추도사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일을 맞았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100년 같은 아픔이 흘렀지만 우리 모두는 아직 낯선 시간 속을 방황하고 있습니다. 희망의 봄을 노래하던 여린 생명들은 물보라처럼 크게 부딪쳐 사방으로 흩어지고, 아직도 가족의 품을 기다리는 실종자가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게 합니다.

희생자 영가들이시여,
여태껏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해결되지도, 밝혀지지도 않았으니 얼마나 억울합니까. 아직 펼치지 못한 꿈들이었기에 그 비통함을 무엇에 견줄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의 탐욕과 무책임을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참사가 성장과 물질에 전도되어 생명가치를 가볍게 여겨왔던,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폐단과 악습을 모두 뽑아내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오늘 우리는 참사 발생 100일을 맞아 하루 빨리 남은 실종자 모두가 가족의 품에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세월호특별법은 유가족들과 국민 다수가 납득하는 방향으로 제정되어야 함을 간절히 희망하고 있습니다. 원인을 명백하게 밝히고 재발방지시스템을 갖추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나아가 생명의 가치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만이 저 차가운 바다에서 숨져간 희생자들을 위로하고 편안히 광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길이며, 희생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아픔은 물론 국민의 불안을 달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정부 당국과 국회는 한시 바삐 이 책무에 매진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와 종교계, 특히 불교계는 사람과 생명가치가 우선인 세상을 구현하는데 그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을 다시 한 번 약속합니다.

영가들이시여,
나고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과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생사에 따르지 않고 홀로 우뚝한 그것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영가 앞에 지금 또렷이 현현함을 돌이켜 보소서.

나와 남이 따로 없고 생과 사가 따로 없으니 이제 이 고통 바다(苦海)에서 벗어나 아미타불 계시는 연화장바다(華藏海)에 왕생하기를 바랍니다. 속세에 얽혔던 응어리진 마음은 모두 내려놓고 아미타불 구품연지에 곱게 피어난 연꽃으로 화생하소서.

이 땅에 남겨진 수많은 과제들은 이제 남은 우리들이 남김없이 해결해 가겠습니다. 진실은 밝혀내고, 잘못은 시정하겠습니다. 남겨진 가족과 친구들을 잘 보살피겠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생명가치가 가장 우선하는 상생의 밝은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불기2558년 7월 24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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